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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희 MBRI Oct 20. 2023

군정이 장악한 미얀마 유류시장

2022년 7월 

미얀마 유류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특정 기간 동안의 가격 상승이 아니라 2021년 2월 쿠데타 이후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쿠데타 이전인 2021년 1월 말 미얀마의 휘발유 가격은 양곤 지역 92 Ron의 소매 최고가가 리터당 655 짜트 수준이었으나 2021년 12월 말에는 1,375 짜트 수준으로 2배 이상 상승했으며, 2022년 6월 말 현재 양곤 내 주유소의 92 Ron판매가격은 2,201 짜트를 기록 중이다. 쿠데타 이후 1년 4개월 여 만에 유류 가격이 4배로 치솟았다.  실질적 유류 공급량 부족 및 가수요 급증으로 주유를 하려는 차량들이 주유소를 에워싸고, 택시와 버스 등 대중교통수단은 운행을 대폭 줄이고 가격을 인상했다. 일부 지역 주유소들은 영업을 중단했고 정부의 통제에도 유류가격은 계속 상승 중이다. 이에 따라 물류비용이 급증하고 인플레이션은 고공행진 중이다. 


미얀마 유류 가격 상승 이유 

미얀마 유류 가격 폭등은 기본적으로 국제 유가상승에 따른 수입가격 인상이 그 원인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국제 유가상승이 수입 유류 의존도가 90%에 달하는 미얀마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큰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2021년 1월 말부터 2022년 6월 말까지 석유제품 국제가격 동향과 미얀마 유류 가격을 보면 상승폭이 상당히 차이가 남을 알 수 있다. 92 Ron의 경우 국제 가격은 배럴당 59.58달러에서 143.08달러로 240% 상승했고 미얀마 유류 가격은 655 짜트에서 2,201 짜트로 360%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얀마의 유류 가격은 항만, 정유 및 보관시설 등 관련 인프라의 부족과 그에 따른 불리한 공급 계약 때문에 더 비싼 가격에 수입해야 하는 구조적인 문제점이 있다. 이에 더해 달러화 대비 짜트화 가치 하락 및 불안정한 국내 정세 등도 미얀마 유류가격 급등에 한몫을 하고 있다. 

특히 4월 3일 당국이 발표한 달러화 강제 환전 조치(이하 4.3 조치)는 가뜩이나 불안정한 미얀마 유류시장에 폭탄을 던진 형국이 되었다. 4.3 조치 이전까지는 짜트화 가치하락으로 인한 비싼 수입가에도 불구하고 유류 수입이 자유로웠으나 4.3 조치 이후 군정의 외화 송금 허가 없이는 수입 자체가 불가능해진 것이다. 바꿔 말하면 미얀마 유류시장이 군정 통제를 받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유류 수입업체는 수입 대금 송금을 위해 개별 건별로 모에 민 툰 Moe Myint Tun중장이 이끄는 군정 외환감독위원회(FESC)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며, 수입 대금 총액을 FESC가 결정을 하면서 사실상 군정이 석유 수입량도 통제하게 되었다. 

외화송금 허가 및 관련 행정 절차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며 선적항을 떠난 유조선이 수입대금을 받지 못해 양곤항으로 입항하지 않고 대기 중인 상황도 이어지고 있다. 로컬 언론 Frontier의 6월 7일 자 기사를 보면 미얀마 유류 수입업체들은 통상적으로 싱가포르 유류업체에 보증금 20%를 선납하고, 유조선이 틸라와 항구에 도착하면 나머지 80% 대금을 지불하는 구조였으나 지금은 적시에 대금을 지불하지 못하여 하역 지연 책임까지 떠안게 되어 수입 업체들은 일일 15,000달러에서 20,000달러에 이르는 연체료를 추가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미얀마 유류 유통은 수요와 공급 간 시차가 발생하여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유류 가격은 더욱 상승하는 악순환 고리에 빠져 있다.   

양곤의 일부 주유소들이 영업을 중단했으며, 일부 주유소는 유류 판매 할당제를 도입하기 시작함에 따라 향후 연료 공급부족을 우려한 소비자들의 가수요가 폭발하며 이른바 공황 구매가 이어지고 있다.


군정, 4.3 조치 이후 유류 시장 전면 통제    

Asahi 신문은 4월 20일 자 기사를 통해 군정의 4.3 조치로 국민들의 유류 공황구매가 이어지고 있다는 소식과 함께 유조선들이 양곤항에 며칠째 정박 중임에도 까다로운 수입허가 절차로 인해 미얀마가 유류 수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4.3 조치로 인한 유류 공급 대란에 대해 군정은 4월 19일 유류 공급 부족은 근거 없는 소문이라고 일축하며 공급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에너지부 장관은 4월 19일 성명을 통해 석유 4,500만 갤런과 경유 7,000만 갤런을 비축하고 있으며 추가 연료가 수입될 예정이므로 공급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쪼 민 툰 군정 대변인도 국영 MRTV를 통해 "일부 기업들이 CBM이 정한 달러 환율로 거래하기를 원하지 않아 연료 부족에 대한 소문을 퍼뜨리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유류 대란은 기업들이 손실을 회피하기 위해 퍼트린 허위 소문 때문이라며 유류대란 문제를 수입업체들에 책임 전가한 것이다. CBM이 4월 20일부터 유류 수입 업자들에게 수입대금으로 3천만 달러를 허용할 것이라고 발표함에 따라 이후 소비자들의 공포 심리는 어느 정도 진정되기 시작했다.                                                                        

  4월 21일 군정은 석유수입저장유통감독위원회(Petroleum Import, Storage and Distribution Oversight Committee, PISDOC)를 설립했다고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PISDOC는 유류의 저장 및 유통 부문에 대한 효과적 관리와 수입 석유 품질 및 가격 안정 보장을 위해 설립됐으며 군정 상무부 차관 뉸 아웅 Nyunt Aung 외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됐다. PISDOC는 설립 직후 양곤과 만달레이, 네피도 및 각 주(州) 별 일일 기준소매 석유가격 공지를 시작으로 유류 관련 세수 확보, 유류 수입업체들의 수입 관련 서류 조사, 석유 보관 및 유통 활동 감시, 판매 가격 조사 등 석유가격 안정을 위한 전방위적 관리에 나섰다. 위반 업체들에 대해서는 법적 조치를 취할 것임을 밝힘에 따라 업체들 입장에서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PISDOC의 기준 판매 가격을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유류 가격이 시장 수급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군정의 가이드라인대로 결정되기 시작한 것이다. 

로컬언론 Irrawaddy는 5월 18일 자 기사를 통해 달러 부족으로 인해 연료 수입이 감소했다면서 주요 연료 수입회사인 BOC와 Denko와 같은 대기업들도 군정으로부터 수입대금 달러 결제 허가를 제대로 받지 못해 충분한 연료 확보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보도했다. 


미얀마 석유제품 수입 현황

미얀마 군정은 2008년 민간기업들이 당시 무역위원회 (Trade Council)를 통해 석유 제품 수입을 요청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 미얀마 군부 기업인 Myanmar Economic Holding Ltd(MEHL)와 Htoo Trading Company에게만 하용 됐던 연료수입을 개방한다는 의미였다. 당시 전문가들은 군정이 민간기업들을 외화 공급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민간기업들의 연료 수입을 허용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2010년 총선을 통해 집권한 테인 세인 전 대통령이 시장 개방과 개혁 정책을 추진해 나감에 따라 미얀마 석유제품 수입이 급증하기 시작했고 2016년 미얀마 투자법 제정과 더불어 같은 해 4월 연료수입이 민간에 완전히 개방됐다. 이어서 ‘MIC공고 15/2017’을 통해 외국인 투자자들도 석유제품 수입 및 유통 부문 투자가 가능해짐에 따라 주유소, 유류 보관시설 등 석유 제품 관련 인프라에 대한 기업들의 투자가 늘어났다. 2012년 수입자유화 조치의 효과로 미얀마 내 자동차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산업성장에 따른 산업용 디젤 수요가 증가하는 등 석유제품 수요는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었다. 

2012년 기준 수입 석유제품은 145만 톤 수준이었으나 2019-2020 회계연도 국내 석유제품 수요는 654만 MT, 수입량은 621만 MT에 달할 정도로 시장이 급성장했다. 관영언론 Global New Light of Myanmar도 2021년 11월 기사를 통해 싱가포르에서 매달 20만 톤의 휘발유와 40만 톤의 디젤을 수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싱가포르를 통해 수입되는 석유제품은 2020-2021 회계연도 총수입액의 18%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그러나 4.3 조치로 인해 미얀마 석유제품 시장은 그 규모가 반강제적으로 위축되었을 뿐만 아니라 민간 주도에서 군정 주도 체제 즉 2008년 이전 상황으로 퇴행하고 있다. 


총사령관 아들 아웅 패 손, 러시안산 석유 수입 추진 

미얀마 석유 시장이 요동을 치고 있는 와중에 로컬언론 Irrawaddy는 6월 27일 자 기사를 통해 민 아웅 흘라잉 총사령관의 아들 아웅 패 손 Aung Pyae Sone이 러시아산 석유 수입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군정이 석유제품 수입을 완전 통제하고 나선 시점에 군정 총사령관의 아들이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아웅 패 손은 통신회사 텔레노 인수 주축 기업인 Shwe Byain Phyu Group of Companies(SBP)의 소유주인 테인 윈 쪼 Thein Win Zaw, 옥전문 보석회사 Lucky Star Jade Company의 소유주인 아웅 민트 Aung Myint 등과 함께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위한 합작기업을 설립할 예정이며 로컬 연료 수입업자들의 참여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얀마 석유협회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Win Myint의 소유회사 Myat Myittar Mon Petrol Group도 참여할 것으로 알려지는 가운데, Irrawaddy는 아웅 패 손이 설립하는 회사가 시장을 장악하게 될 것이라는 미얀마 석유 수입업자들의 우려를 전했다. 

 

향후 전망 

군정은 4.3 조치로 인한 유류 대란을 피하기 위해 직접 통제에 나섰지만, 이러한 조치는 임시방편일 뿐이다. 국제유가의 변동에 따라 유류 가격이 결정될 수밖에 없는 미얀마 여건 하에서 민간기업들을 볼모로 공급량과 가격을 통제하겠다는 발상은 그야말로 임시 처방에 불과한 것이다.

경제 전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유류를 기준 환율 1,850 짜트로 제한 수입하는 처방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군정은 석유 가격 통제가 세수 확보는 물론 석유 가격 안정화를 위한 것이라고 변명한다. 그러나 석유가격 통제를 통해 특정 수입업체에 특혜를 주거나 결탁함으로써 군정 자금원으로 이용할 것임은 명백하다. 기존 수입업체들은 군정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이러한 가운데 군정이 6월 15일부터 18일까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제25차 국제 경제 포럼에 참석하여 러시아 에너지 회사에 미얀마 투자를 요청하고, 미얀마 전력 생산 벤처기업 설립에 대해 논의했다는 사실은 관계자들의 주목을 끌 수밖에 없다. 더구나 현 최고 권력자인 총사령관의 아들이 군정이 통제에 나선 석유제품 수입사업에 공개적으로 나선다는 것은 특혜와 담합의 가능성을 명백히 보여주는 것이어서 더욱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얀마 유류 시장이 왜곡되기 시작했으며 그 부작용은 조만간 더 큰 이슈로 다가올 가능성이 커졌다. 예전의 폐쇄 경제가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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