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8월
군정은 7월 들어 달러화 통제를 위한 초강경 조치를 연이어 발표했다. 미얀마중앙은행(이하 CBM)은 ‘4.3 조치’에 대한 국내외 경제계의 반발을 일부 반영하여 확대했던 예외 조치들을 전격적으로 철회한 것이다. 이에 따라 외국인 지분 35% 이하 기업(2017 Myanmar Company Act에 따른 국내기업)과 개인들의 외환 예금이 사실상 강제 환전 됐다. 모든 해외 송금과 미얀마 내 달러화 매입에 대해 외환감독위원회(Foreign Exchange Supervisory Committee, 이하 FESC)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조치 외, 국경 무역을 통한 곡물 수출도 달러화 거래만으로 강제했다. 이뿐만 아니라 공공연하게 통용되어 왔던 CMP 부문의 수출 대금 역외 계좌 수신 시스템도 면밀히 검토하라고 관련 은행들에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일련의 조치 후 시장은 바로 반응했다. 일시적이기는 했지만 환율이 2,800쨔트까지 치솟은 것이다.
군정의 이러한 강압적인 통제 조치들이 외환보유고 고갈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지만 군정의 통제가 강화될수록 그 부작용과 경제에 미치는 폐해가 갈수록 커질 것임은 분명하다. 외화 강제 환전 조치로 확보되는 외환은 그 규모가 한정적일 수밖에 없고 그 효과는 매우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기업과 개인들 누구도 달러를 은행에 입금시키지 않을 것이므로 달러 유입은 더욱 줄어들 것이고, 국내외 기업들의 원재료 수입 대금 결제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며 투자 환경 악화에 따라 기존 외국인 투자기업들도 미얀마 사업 철수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상황이다. 이러한 때에 군정은, 군정 출범 후 수입보다 수출이 더 많아 무역 흑자를 기록했다며 자화자찬하고 있다.
한편, 관영 언론 GNLM은 7월 27일 자 기사를 통해 CBM이 정한 짜트화 기준 환율이 달러당 1,850 짜트이지만 시장가격은 2,500 짜트에 이른다는 보도를 이례적으로 했다. 이는 군정이 시장환율과 기준환율 격차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며 곧 시장 환전상들에 대한 모종의 조치들이 있을 것임을 예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군정은 6월 16일 4.3 조치 적용 예외 대상을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MIC가 승인한 외국인 직접투자(FDI) 및 경제특구 소재 기업 외에 외국인 지분 10% 이상의 DICA 등록 기업까지 4.3 조치 예외 적용을 확대한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인 투자 지분 기업 300여 개를 비롯한 많은 국내외 기업들이 4.3 조치 적용 예외 대상으로 분류되어 외환계좌 내 달러 보유 및 잔고 범위 내 해외송금이 가능해졌다. 이러한 조치 덕분에 국내외 기업들 간에 4.3 조치가 완화될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감도 퍼졌다. 지난 4월 21일 아웅 나잉 우 투자대외경제관계부(MIFER) 장관이 온라인 언론 브리핑을 통해 짜트화가 안정된다면 관련 조치가 해제될 수 있다고 공식 언급한 것과 연관 지어 기대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7월 들어 상황이 급변했다.
상무부 운영위원회는 7월 4일부터 쌀, 옥수수, 오일 시드, 콩 류 등 농산물 수출 시 달러 거래 만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당국은 중국, 태국과의 국경 무역 결제수단으로 위안화와 바트화를 허용한다는 기존 정책을 뒤집고 은행을 통해 미국 달러화로만 거래할 것을 지시했다. 아울러 상무부가 7월 1일부터 시행 중인 옥수수, 각종 콩 류 등에 대한 수출허가증을 발급받기 위해서는 해당 곡류 수출 대금이 달러화로 결제된다는 것을 증명하는 서류를 제출하도록 했다. 또한 수출 대금은 45일 이내에 수령토록 하고 수출 면허는 1개월 동안만 유효하다고 밝혔다. 미얀마 주요 수출 품목인 곡물 수출로 달러를 확보하기 위한 조치이다.
CBM은 7월 7일 해외송금 승인대상 관련 지침을 AD 은행에 전달했다. 지난 4.3 조치의 예외 대상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해외 송금에 대해 FESC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지시했다.
CBM은 7월 13일, 지난 6월 16일 발표되었던 DICA에 등록된 외국인 지분 10% 이상의 기업들에 대한 4.3 조치 적용 예외 대상 지정을 철회한다고 AD 은행에 지침을 전달했다. 불과 한 달 전 발표했던 조치를 번복한 것이다. 아울러 민간기업들과 외국계 대출업체들의 해외 대출 원리금 상환 목적의 해외 송금도 중단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CBM은 각 은행에 발송한 공문을 통해 관련 대출 상환 계획은 대주와 협의 조정할 것을 해당 기업들에 안내하라고 지시했다. 이러한 조치에 대해 미얀마 소재 한 로펌은 공식 문서에 “모라토리엄”이라고 표현했고 시장 환율은 가파르게 올랐다.
CBM은 4.3 조치 적용 예외 대상 기업이었던 외국인 투자지분 35% 이내 기업들의 리스트를 각 AD 은행에 전달하며 관련 기업들의 외환 예금을 7월 18일 오후 6시까지 강제 환전하도록 지시했다. CBM은 이러한 지시를 따르지 않는 기업에 대해 외환관리법에 따라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CBM 은 7월 21일 당일 오후 6시까지 외환 환전조치 적용 예외 기업들인 경제특구 내 소재 일부 기업들을 제외한 기업, 단체, 개인의 외환 계좌에 남아 있는 달러를 모두 강제 환전하라고 은행에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은행들은 개별 회사에 별도의 확인 절차 없이 100% 외국인 투자 기업들의 외환 통장까지 강제 환전하며 시장의 패닉을 불러왔고 시장 환율은 요동쳤다.
외환 확보를 위해 군정이 7월에 발표한 일련의 강압적 조치들은 가뜩이나 어려운 시장을 패닉 상태로 빠져들게 만들었다. 4.3 조치 적용 예외 대상 기업수를 줄이고 기업들의 역외 부채 원리금 상환까지 가로막은 것은 기업들의 경영활동을 강제로 막은 것과 다름없다. Bloomberg의 7월 26일 자 기사에 따르면, 미얀마 내 기업들의 달러화 대출이 최소 12억 달러에 달하는데, 군정이 역외 채무 원리금 상환 금지 조치를 취한 것은 기업들의 자금 조달 방안을 봉쇄한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앞으로 역외 자금을 조달할 때는 CBM의 허가를 받아야 할 뿐만 아니라, 자금을 조달한다고 해도 입금 시 즉시 강제 환전 그리고 국가 신인도 하락과 불안한 시장 환경에 따른 높은 이자율 부담도 민간 기업들이 직면하게 될 중대한 경영 위험요인이다.
Frontier는 7월 22일 자 기사를 통해 호주 커틴 Curtin 대학 국제 비즈니스 전공 부교수인 투웨 투웨 테인 Htwe Htwe Thein 박사의 “군정 정책이 외국 기업들을 몰아내고 있다”는 발언을 소개하며, 모바일 타워기업 edotco와 같은 일부 외국 기업들은 미얀마에서 투자금 회수 여부가 명확해질 때까지 더 이상 투자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이미 밝혔다고 보도했다.
4.3 조치로 인해 부품과 원자재 수입이 막히면서 공장 가동이 중단되고 수출과 수입이 급감하고 있다. 미얀마 자동차 시장 점유율이 60%에 달하는 Suzuki는 미얀마 자동차 조립 생산 공장 운영을 중단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Suzuki를 포함한 미얀마 자동차 조립공장들은 원자재 수입 대금 송금 제한조치로 인해 부품수급이 사실상 중단됐고 재고가 바닥날 경우 공장 가동 중단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SKD방식으로 현대자동차 엑센트를 생산하는 LVMC 홀딩스(전 코라오 그룹)도 몇 달째 부품 수입 난관에 부딪혀 곤란을 겪고 있다. 미얀마 자동차제조유통협회(MAMDA)는 미얀마 자동차 생산 공장들이 부품 수입난으로 인해 7월 생산을 잠정 중단했다고 밝혔다.
자동차 생산이 중단되자 차량 공급 부족으로 인한 신차 가격이 급등하여 Suzuki의 에르티카 가격은 3천만 짜트에서 6천만 짜트로 2배 가까이 상승했으며, 현대 엑센트도 3천만 짜트에서 5천만 짜트 이상으로 급등함에 따라 중고차 가격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자동차 산업뿐만 아니라 원자재 및 부품을 수입해야 하는 모든 제조 기업들이 같은 어려움에 처해있다.
군정이 7월 4일부터 실시한 국경무역으로 곡물 수출 시 달러화 거래 강제 명령은 즉각적으로 국경무역을 혼란을 불러왔다. 국경 무역 활성화를 위해 CBM이 지난 3월 3일 미얀마-태국 국경 무역에서 바트화를 공식 결제 통화로 허용한다고 발표한 지 4개월 만에 수출 시 수출거래 대금이 달러화인지 확인 후 수출 허가서를 발행하겠다고 한 것이다. 위안화는 그보다 몇 달 앞선 2021년 12월 14일 부로 국경무역 공식 결제 통화로 허용된 바 있다. 태국과 중국 국경무역 수출업체들은 갑작스러운 결제 통화 지침 변경으로 인해 국경 무역을 일시 중단해야 할 상황에 직면했다.
수출 대금 수령 시 역외 계좌 사용을 방지하기 위해 군정 상무부는 7월 1일부터 옥수수, 각종 콩 류에 대해 별도의 수출허가증을 발급 제도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이들 농산품의 수출 허가를 받기 위해 수출 업자들은 수출 대금을 달러화로 수령한다는 서류를 우선 제출해야 하고 수출 대금은 수령 즉시 은행에 의해 지정환율 1,850 짜트로 강제 환전 조치되는 것이다. 7월 25일 현재 달러당 2,450 짜트에 이르는 시장 환율과 공식 환율 1,850 짜트간 환차로 인해 수출 업자들은 수출할수록 손해를 보게 되는 구조이므로 국경 무역이 사실상 위축될 수밖에 없다.
Irrawaddy는 7월 25일 자 기사를 통해 대 중국 국경무역 핵심도시인 무세를 통한 국경무역은 거의 중단됐으며, 태국 국경무역 도시인 먀와디에서도 수출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만간 국경무역 수출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우려가 커지고 있으며 국경무역의 주요 수출품인 곡물 수출이 타격을 받으면 수출 업자뿐만 아니라 군정이 공을 들이고 있는 농민들까지 그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그 파장은 경제에 국한되지 않을 전망이다.
군정의 이런 강압적인 외환 환전 조치는 결국 외환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쿠데타 이후 월드뱅크, IMF, ADB 등의 사업 자금 지원 중단 등 국제사회의 각종 지원 자금이 중단되고 경제 제재 조치로 인한 외국인 투자와 각종 외화 수입이 감소하면서 외환 보유고가 쿠데타 이전 대비 상당히 감소한 것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진다. 월드뱅크는 2022년 7월 21일 발간한 미얀마 경제 모니터 보고서를 통해 국제수지 압력이 "심각해졌다"며 "2022년 중반 현재 외환보유액이 불충분한 수준으로 떨어졌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군정은 이를 부인하고 나섰다. 쪼 민 툰 대변인은 7월 26일 제18차 정례 기자회견을 통해 구체적인 수치를 밝히지 않은 채 달러화와 위안화를 포함한 외환이 적정 수준이라고 밝혔다. 미얀마가 제2의 스리랑카가 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어느 정도 미국 달러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스리랑카와 같은 경제 붕괴를 초래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변하며 디폴트 가능성이 있다는 일부의 견해를 반박했다. 오히려 정부가 충분한 자금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공무원 급여를 8% 인상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Bloomberg는 7월 26일 자 기사를 통해 미얀마는 국가부도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국가 중 하나이며, 군정의 민간기업 역외 채무 지불 금지 조치는 향후 군정이 국가 채무를 지불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는 말레이시아 Maybank 보고서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미얀마 디폴트라는 용어가 공개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과연 미얀마의 현 외환보유고가 얼마나 될 것인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지만, 구체적인 자료 부족으로 인해 정확한 추산은 어렵다. 그러나 현재 외환보유고가 향후 미얀마 정치경제 향방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중요 지표이기 때문에 추정치라도 그 의미는 크다.
MBRI는 쿠데타 전후의 외채 원리금 상환, 국방부 무기 및 설비 구입 예산, 경상 수지 분석, CBM의 달러 매각 등 미얀마 정부가 쿠데타 전후 공식 발표한 변수들을 고려하여 미얀마 외환 보유액을 추산한 바 있다. 외환 보유고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교전 비용, 마약 수출 및 무자료 거래 규모 등은 추정 근거가 불분명하여 반영하지 않은 보수적인 분석임에도 미얀마 외환 보유고는 쿠데타 이전 대비 1/3 수준으로 감소된 것으로 추산됐다. 군정은 적정 외환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변하지만 Frontier는 7월 22일 자 기사를 통해 식품류 수입 허가도 받을 수 없는 현 상황은 군정의 외환보유액이 얼마나 위태로운지를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2022년 7월 현재 미얀마 경제 상황은 수치로 나타낼 수 없을 정도로 악화일로에 있으며 국가 디폴트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현시점에서 군정이 고려할 수 있는 옵션은 많지 않다. 예외 없는 강제 환전 확대, FEC 재발행, 중국 위안화나 러시아 루블화를 대외 결제수단으로 공식 인정하는 방안 등이 있을 수 있지만, 한 나라의 정부가 고려하는 정책 수단으로는 어딘가 빈약하다.
제2의 쿠데타로 불릴 만큼 파급력이 큰 4.3 조치가 농민들의 생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전개 방향을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밀어붙인 군정의 향후 행보가 궁금해지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