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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희 MBRI Oct 20. 2023

FATF - 미얀마 블랙리스트 지정 여부에 관심 고조

2022년 10월

                                              

Nikkei Asia는 9월 7일 자 기사를 통해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인 (Financial Action Task Force, 이하 FATF)가 10월 18일부터 파리에서 개최되는 총회 및 실무회의에서 미얀마를 ‘고위험 국가’ (The High-Risk Jurisdictions) 일명 블랙리스트(Black List)에 올릴 것인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되며 블랙리스트 지정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2020년 2월부터 ‘관찰대상 국가’ (Jurisdictions with strategic deficiencies)인 일명 그레이리스트(Grey List)에 올라있는 미얀마가 블랙리스트로 강등 지정될 경우 미얀마는 국제금융시스템으로부터 차단되기 때문에 더욱 고립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정치적 불안정과 이로 인한 외국인 투자 철수, 외환 강제 환전 지침,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 등 첩첩산중에 직면해 있는 상황에서 FATF가 미얀마를 블랙리스트 국가로 지정할 경우 어떠한 파장이 있을 것인가에 대해 국내외 경제계뿐만 아니라 미얀마 군정도 상당히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10월 FATF 총회에서 미얀마에 대한 블랙리스트 지정 여부가 당장 결정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2023년 2월 19일 개최되는 총회의 최종결정을 통해 미얀마가 블랙리스트에 오른다면 그 후폭풍은 상당할 전망이다. 

미얀마는 2011 년 6 월 처음으로 FATF 블랙리스트에 지정되었으며 2016 년 2 월 그레이리스트로 조정 지정되었다. 이후 2016 년 6 월 FATF는 그동안의 성과를 감안하여 미얀마를 그레이리스트에서 제외시켰으나 2020년 2월 다시 그레이리스트에 지정하였다. 현재 FATF의 블랙리스트에 지정된 국가는 전 세계적으로 북한과 이란뿐이다. 2022년 현재 북한은 대량 살상무기 확산과 관련 자금 조달로 인해 11년째 블랙리스트에 지정되어 있는 상태이며, 이란은 2020년부터 블랙리스트에 올라있다. 이란은 2020년 FATF가 요구하는 자금세탁방지를 위한 법률 제정에 실패하면서 2016년 6월부터 4년간 유예되었던 블랙리스트에 재지정되었다.   

        
 FATF, 미얀마 AML/CFT 개선 모니터링 결과 부정적 평가  

FATF 그레이리스트에 지정된 국가들은 자금 세탁과 테러 자금 조달 위험성이 높기 때문에 관찰대상 국가이므로 FATF와 협력하여 자금세탁 및 테러자금 조달방지(Anti-Money Laundering and Countering the Financing of Terrorism, 이하 AML/CFT) 시스템을 보완 확충해 나가야 한다. 이 국가들은 FATF가 제시한 

AML/CFT 목표 달성을 위해 법과 제도 개선 등 시스템 개선 노력을 해야 하며 , FATF와 FATF 지역 협력기관들은 해당 국가들의 목표과제 진척과정에 대해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평가보고를 한다. 

미얀마도 2020년 2월 그레이리스트 지정 이후 FATF와 APG(The Asia/Pacific Group on Money  Laundering, 아시아 태평양 자금세탁방지기구)와 협력하여  AML/CFT 관련 기준을 강화하고  8대 Action Plan을 이행하기로 하고 추진 중이다. 

     미얀마는 그레이리스트에 지정된 이후 매년 관련 보고서를 제출하고 있다. 2022월 7월에도 FATF의 Action Plan 경과보고서를 FATF에 제출하였고, 8월에는 군정이 제출한 보고서에 대해 FATF 조사단의 감사가 진행되었다. 미얀마중앙은행(이하 CBM) 탄 탄 쉐 Than Than Swe 총재는 8월 23일 개최된 APG 평가회의에서 미얀마가 FATF의 Action Plan에 대해 충실히 보완 중이라고 강조했으나, FATF는 쿠데타 이후 군부 인사들이 CBM을 장악한 등의 이유로 군정의 자금세탁 방지 이행 노력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6월 FATF는 미얀마의 AML/CFT 시스템 개선을 위한 8대 Action Plan 이행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어 상당히 우려하고 있으며 미얀마가 2022년 10월까지 8대 Action Plan을 완료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 바 있다. 

Nikkei Asia는 FATF 국제협력 검토단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FATF가 10월 파리 회의에서 미얀마를 블랙리스트로 지정 권고할 가능성이 높으며, FATF 회원국 간 미얀마 블랙리스트 지정 합의를 전망하고 있다. 특히 2022년 7월에 취임한 싱가포르 출신 신임 FATF 의장 라자 쿠마 T. Raja Kumar도 이를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미얀마를 블랙리스트 지정 안건은 37개 회원국들 및 EU, 걸프협력회의(Gulf Cooperation Council)등 39개 회원 중 최소 3개 회원이 반대 입장을 표명하면 기각된다. 블랙리스트 지정 여부에 대한 가장 최근 사례는 2019년 6월 총회에서 최종 기각된 파키스탄 블랙리스트 지정 여부가 있다. 


파키스탄 블랙리스트 지정 관련 2019년 6월 FATF 총회 사례  

FATF의 미얀마 블랙리스트 지정과 관련하여 FATF의 절차와 총회 결정과정에 대한 2019년 파키스탄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2018년 2월 FATF 실무위원회 ICRG는 파키스탄의 자금세탁과 테러 자금조달에 대한 조사 결과 파키스탄에 대해 그레이리스트 국가 지정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당시 파키스탄 재무장관은 FATF의 요구 사항을 이행하기 위한 보고서를 제출하겠다고 제안했고, 파키스탄이 제출한 보고서를 FATF가 검토한 후 최종 결정을 내려 줄 것을 요청했다. FATF는 이러한 파키스탄의 태도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며 그레이리스트 지정이 연기될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러나 2018년 6월 총회에서 미국이 강경한 입장을 보이며 파키스탄은 결국 2018년 6월 29일 자로 그레이리스트에 오르게 되었다.

FATF는 그레이리스트로 지정된 파키스탄에 27개 항의 Action Plan을 제시하고 2019년 5 월까지 15개월 동안 Action Plan 이행을 요구했으며, Action Plan 이행이 미진하다고 판단될 경우 파키스탄이 블랙리스트에 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APG는 2018년 6월부터 2019년 5월까지 파키스탄의 Action Plan 중 우선 이행 사항의 진척에 대해 검토한 결과 파키스탄이 Action Plan을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국제테러리스트들 및 테러 네트워크에 대한 자금 지원 조사와 지원 차단을 위한 파키스탄 정부의 조치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2019년 6월 FATF 총회에서 파키스탄의 블랙리스트 지정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이 예정되었다. 당시 총회에서 미국, 영국, 인도 등이 적극적으로 파키스탄을 FATF 그레이리스트에서 블랙리스트로 강등시키자고 제안하였으나 튀르키에, 말레이시아, 중국 등 3개 회원국이 반대함에 따라 파키스탄은 FATF 블랙리스트 지정을 면하게 되었다. 


파키스탄 사례를 통해 본 미얀마 블랙리스트 지정 여부 전망

파키스탄 사례를 보면, FATF 블랙리스트 지정여부는 미국과 국제사회의 여론이 매우 중요하다. 파키스탄의 경우 파키스탄이 이슬람 급진주의 테러 단체들의 은신처가 되고 있다는 국제사회의 부정적인 여론이 블랙리스트 지정 여부 투표로 이어졌다. 미얀마 군정의 폭력사태에 대한 국제사회의 부정적인 여론도 블랙리스트 지정에 여부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파키스탄이 우호적인 국가들의 지원으로 블랙리스트 지정에서 제외된 것은 블랙리스트 지정을 피하고자 하는 미얀마에 의미 있는 전례라고 할 수 있다. 

이 시점에서 군정의 외교적 대응이 매우 중요한 것으로 보인다. 총회에서 블랙리스트 지정을 피하기 위해서는 미얀마의 편에서 블랙리스트 지정에 반대해 줄 수 있는 국가들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EU와 GCC를 제외한 37개 회원국가들 중 미얀마와 우호관계를 유지해 온 러시아와 중국 그리고 중국의 입김아래 있는 홍콩이 미얀마 블랙리스트 지정 반대 입장을 표명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현재 이들 국가와 적극적으로 교감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군정 대응 현황 

관영언론 GNLM는 9월 22일 자 기사를 통해 CBM 총재가 9월 19일 회의에서 FATF 지정 국가리스트에서 제외되기 위한 CBM의 대응계획과 추진상황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CBM이 FATF가 미얀마에 요구한 8대 Action Plan에 따라 은행 위험 평가, 현장 점검 및 외부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으며, 부족한 부분들 지적된 관련 은행과 함께 해결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CBM은 국제 송금 회사들에 대한 규정 매뉴얼을 마무리하고 곧 공개할 예정이며 매뉴얼에 따라 점검을 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GNLM은 9월 20일 자 기사를 통해 자금세탁방지중앙기구(Central Body on Anti-Money Laundering) 의장이자 군정 내무부 소에 툿 Soe Htut 장관이 9월 19일 회의에서 미얀마가 자금세탁과 테러 자금조달을 막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으나 아직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소에 툿 의장은 마약, 밀수, 불법 무기거래와 관련된 자금 세탁의 위험성을 차단하기 위해 훈디 감독, 국제 협력 촉진, 관련 자금 조사와 처벌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러한 정부 노력으로 FATF 실사에서도 일부 권고 사항은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Nikkei Asia의 9월 7일 자 미얀마 FATF의 블랙리스트 지정 가능 기사가 보도된 이후 군정이 관련 회의를 개최하고 관영언론이 연이어 관련 기사를 게재하고 나선 것은 군정이 FATF 대응책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군정도 FTAF 블랙리스트 지정에 대해 심각하게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FATF 블랙리스트 지정이 가져올 영향


사회 경제적 영향

미얀마가 북한, 이란과 함께 FATF 블랙리스트에 지정될 경우 은행을 포함한 금융기관들은 미얀마와 관련된 국제 금융 서비스 제공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며, 국제 금융시스템으로부터 고립된 미얀마는 정상적인 교역이 더욱 어려워지며 경제와 사회는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 것이다.   

Nikkei Asia는 9월 25일 자 기사에서 미국 재무부 대외자산통제국(OFAC) 법률고문을 겸임한 구드조우스카

Gudzowska는 FATF가 미얀마를 블랙리스트로 지정하면 경제적, 사회적, 안보적, 인도적 차원에서 상당히 우려스러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고 소개했다. 특히 기존의 무역 제재와 연동되면 일반 국민들의 식량, 의약품, 인도적 지원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국제 금융시스템으로부터의 고립은 미얀마 소재 기업들의 경영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각종 국제 NGO와 인도적 지원 단체의 원조와 구호활동 자금에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므로 결국 일반 미얀마 국민들의 삶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의미이다.  

     블랙리스트 지정이 아니더라도 현재 미얀마 경제 전망은 매우 어둡다. 2022년 7월 월드뱅크 Myanmar Economic Monitor에 따르면 빈곤 추정치는 2020년 3월 수준과 비교하여 거의 두 배가 됐으며 현재 인구의 약 40%는 10년 전의 빈곤 수준과 맞먹는 상황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피치솔루션도 7월 보고서를 통해 미얀마 경제가 전년 대비 18% 가까이 위축되었으며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과 환율하락으로 미얀마의 경제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FATF 블랙리스트로 지정된다면 미얀마 경제는 벼랑 끝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쿠데타로 인해 이미 외국자본이 이탈하고 있으므로 블랙리스트 지정으로 인한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기도 하지만 문제는 미얀마가 국제금융시스템으로부터 완전히 고립되면 국제교역 제한, 외국자본 이탈, 해외 원조 중단이 이어지며 미얀마 군정의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의존도는 더욱 커져갈 수밖에 없다. 


기업에 미치는 영향 

미얀마 국내외 기업들은 미얀마가 FATF 블랙리스트에 지정되면 은행 계좌 신설 및 유지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며 국제 거래를 위한 금융 서비스 접근이 훨씬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원칙적으로 블랙리스트에 지정되면 국제 금융기관들은 해당 국가와 관련된 금융 거래에 대해 자세한 세부내역 보고서 제출을 추가적으로 요구받지만, 국제 금융기관들은 그러한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 미얀마 소재 기업들과 개인들에 대한 금융서비스 제공을 꺼려할 것이 분명하다. 

기업들은 군정의 4.3 조치 때문에 투자금이나 차입금 상환, 수입 대금 송금 시 군정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블랙리스트 국가로 지정되면 국제 금융기관과 거래도 사실상 차단될 수밖에 없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미얀마에 진출한 외국계 금융기관의 경우 국제금융거래가 통제되기 시작하면 미얀마 사업 지속가능 여부에 대해 재평가를 해야 할 상황이다. 제조기업들은 블랙리스트 지정 시 더욱 열악해질 달러화 부족사태와 국제 금융거래 통제에 대비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원자재를 수입해야 하는 업체들의 수입대금 결제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므로 제3국을 우회하는 대비책 마련을 서두르는 기업들도 급증하고 있다.   


향후 전망

Nikkei Asia는 10월 18일부터 21일까지 개최되는 FATF 총회에서 미얀마에 대한 블랙리스트 지정 여부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다 하더라도 2023년 2월 19일 개최되는 전체회의에서 블랙리스트 지정여부가 최종 결정될 것이며 미얀마 블랙리스트 지정 가능성을 매우 높게 평가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미얀마 군정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과 미얀마 내 폭력 사태에 대한 우려로 인해 군정에 대한 다각적인 제재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상황에서 블랙리스트를 지정을 통한 미얀마 군부 제재에 찬성하는 회원국들이 많을 것이라는 의미이다. 

미얀마를 둘러싼 현시점 국제 역학관계와 3개 회원이 반대하면 기각되면 FATF 시스템을 고려할 때, 미얀마 블랙리스트 지정은 기각될 가능성이 더 클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블랙리스트 지정 가능성 제기로 인해 미얀마에 대한 국제사회 인식이 더 나빠질 것이며 더욱 악화될 미얀마 경제 침체 때문에 국민들의 삶은 더욱 힘들어지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업종에 따라 다르겠지만, 미얀마 진출 외국기업들의 사업 지속 가능성도 블랙리스트 지정 여부에 따라 신속하고 전략적으로 판단해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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