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1월
NCA 협정 이행기관인 Peace Process Steering Team (이하 PPST)은 NCA(Nationwide Ceasefire Agreement) 체결 7주년을 하루 앞둔 10월 14일, 올해 말까지 모든 소수민족 무장단체(이하 EAO)가 참여하는 회의를 개최하겠다고 발표했다. PPST 대변인 소 쪼 뉜 Saw Kyaw Nyunt 은 PPST가 NCA 서명 단체뿐만 아니라 비서명 단체들도 참여할 수 있는 연합회의를 개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아세안을 비롯한 여타 국가들과도 협력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아울러 NCA가 현재 발생 중인 폭력 분쟁을 종식시키기 위한 방책이라고 강조하면서 비록 아직 세부 계획이 마련된 것은 아니지만 여러 단체들과 협상 중이라고 밝혔다. 향후 회의 일시, 장소, 의제는 EAO와 논의한 후에 결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선 10월 10일 NCA에 서명한 EAO 중 하나인 Restoration Council of Shan State(RCSS)는 모든 EAO와 만나 신뢰를 다시 쌓고 싶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PPST도 RCSS의 EAO대화 요청과 그 목표가 같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최근 군부와 일부 EAO 간 무력 충돌 사태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현 폭력사태를 진정시키고 EAO 간 충돌을 방지해야 한다는 EAO들의 현실적인 필요성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군정도 10월 15일 NCA 체결 7주년 기념식을 통해 국가 평화 회복을 위한 NCA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하고 나섰다.
그러나 NCA 협정은 2021년 쿠데타로 인해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 쿠데타 이후 EAO는 각자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군정과 관계를 정립했으며 NLD와 연대 여부에 대해서도 입장을 달리하게 되었다.
NCA (Nationwide Ceasefire Agreement)
2015년 10월 15일 미얀마 정부, 군부와 EAO의 지도자들이 민족 갈등과 폭력으로 점철된 무력 충돌을 중단하고 대화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자 하는 내용의 NCA에 서명
2015년 8월 15일, 8개 EOA 서명 : RCSS, KNU, KNU, KNU/KNLA-PC, PNLO, ALP, CNF, ABSDF
2018년 2월 13일, 2개 EAO 추가 서명 : NMSP, LDU
모든 EAO가 NCA에 참여한 것은 아니지만 내전 상황 중단을 위한 의미 있는 진전이었으며 UN을 비롯한 국제사회도 의미 있게 평가
핵심 목표는 연방 해체를 방지하고 민족 통합을 유지하며, 1947년 팡롱협정 정신에 따라 평등과 정의에 기초한 자기 결정권을 완전히 보장하면서 민주주의와 연방주의에 기반한 연합을 구축하는 것
미얀마 당국은 NCA가 EAO와의 무력충돌을 막는 방책이 되기를 희망했으며 EAO는 2008년 헌법을 개정하고 자치권을 더욱 확대할 의도로 NCA에 서명
1947년 체결된 팡롱협정의 정신을 계승한다는 의미로 '21세기 팡롱' (21st. Century Panglong)으로 지칭
NCA에 서명한 10개 EAO 중 7개 EAO는 군정이 주관하는 2022년 NCA 체결 7주년 기념식에 참여하였으나 카렌주의 KNU, 친주의 CNF는 NCA에 서명했음에도 군부와 치열한 교전을 벌이고 있다. NCA에 서명하지 않은 카친주의 KIO/KIA, 카렌주의 KNPP, 샨주의 MNDAA와 TNLA, 그리고 라카인주의 AA도 군정과 교전을 벌이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미얀마 군부는 10월 23일 카친주에서 개최된 카친독립기구(KIO) 창립 62주년 기념 공연장에 무차별적인 전투기 공습을 가했다. 이로 인해 카친족 유명 가수 등을 포함해 60여 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외 비난이 쏟아진 전투기 공습에 대해 KNU, KNPP 등은 규탄 성명을 발표했지만 군부와 평화회담을 가진 UWSA를 비롯한 10개 EAO는 비난 성명을 발표하지 않았다. EAO의 정치적 입장 차이가 극명하게 대비되는 장면이었다.
군정은 2022년 4월 22일 민 아웅 흘라잉 총사령관이 모든 EAO와 공개회담을 갖겠다고 제안한 이후 9월 30일까지 2차에 걸쳐 EAO와 공개회담을 가졌다. 소위 평화회담에 참여한 EAO는 NCA에 참여한 10개 단체 중 ALP를 비롯한 7개 단체와 NCA 미참여 EAO인 UWSA를 비롯한 3개 단체 등 총 10개 EAO가 참여했다. 이들 EAO는 쿠데타 이후에도 군정과 일정 수준의 유대 관계를 통해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도모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AO는 SAC와 평화회담을 통해 연방 내 민족 국가 지정, 자치 구역 등 행정적 위치 확대 확보, SAC와 군사적 긴장 완화 혹은 SAC와 협력으로 추가 관할지역 확대, 2008 헌법 개헌을 통한 연방 구성에 대해 존재감 각인, 각 지역 발전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군정은 이에 대해 개헌이 필요한 EAO의 요구에 대해 의회가 소집되고 개헌이 추진되면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AO 지도자들에게 총선을 통해 의회에 진출하여 의회에서 그들의 목표를 추구하라는 것이다.
1947년 팡롱 협정 (Panglong Agreement)
1947년 2월 12일 샨주 남부 도시 팡롱에서 버마 정부의 아웅산 장군과 소수 민족 샨, 카친, 친 족 지도자들 간에 체결된 소수 민족의 평등한 권리에 대한 협정
민주주의, 평등, 민족자결권을 바탕으로 한 버마연합(the Union of Burma) 구성 합의
카친 독립국가 형태의 완전한 연방자치권 부여
독립국가를 수립하여 영연방에 남겠다는 입장을 고수한 카렌 족은 협정 체결에 불참
영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얀마를 여러 개 민족국가로 분리 독립시키고자 했으나 아웅산 장군 중심으로 ‘하나의 버마’를 주장하여 이루어진 협정
팡롱협정 체결일 2월 12일은 국경일인 Union Day로 지정
현재 군정과 대립하는 EAO 중 반군부 세력인 NLD와 연합하여 교전 중인 EAO도 크게 다르지 않다. 쿠데타 이후 NLD가 조직한 PDF와 연대하여 군부와 교전 중인 KIO/KIA의 경우도 NLD에 팡롱협정 미이행 책임을 지적하고 있다. 2022년 2월 12일 Union Day 기념식에서 KIA 총사령관은 NUG에 1947년 팡롱 협정의 약속을 이행하지 못한 책임과 향후 이행해야 할 책임은 NUG에 있다고 언급했다. 팡롱협정에서 카친민족의 완전한 주권국가 설립과 향후 연방 탈퇴 조건까지 약속된 바 있었지만 팡롱협정의 주도자였던 아웅산 장군 암살과 1962년 군사 쿠데타로 인해 카친의 희망은 물거품이 된 바 있다. KIO/KIA의 팡롱협정 이행 요구에 대해 NLD는 EAO가 요구하는 연방 민주 연합을 결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처럼 NLD와 연대한 EAO의 핵심 목표도 미얀마 민주주의 회복보다는 민족의 독립적인 자결권 확보에 중점을 두고 있다. 군정과 대립하고 있는 EAO도 미얀마 민주주의의 회복을 위해 투쟁하는 것이라기보다는 그 대가로 자기 민족의 정치적 이익을 구하기 위함이라는 점이다. EOA는 각각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군정이나 NLD와 연대하고 있으며, 군정과 NLD가 국내 정치적 기반 확보를 위해 EAO와 협조관계 구축이 가장 중요한 상황에서 EAO는 자신들의 정치적 요구를 상대방에 분명히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EAO는 여건과 상황 변화에 따라 정치적 태도를 언제든지 변경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최근 군정과 대립하여 교전 중인 일부 EAO의 미묘한 태도변화가 감지되고 있으며 이러한 움직임이 향후 미얀마 정세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NCA에 참여하였으나 쿠데타 이후 군정과 대립해 온 TNLA는 2022년 6월 29일 Frontier-Myanmar와 인터뷰에서 자신들은 타앙족 해방을 목표로 하지만 혁명의 파트너이기도 하다며 독재 정권을 전복시키기 위해 전념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2022년 10월 14일 Myanmar now와 인터뷰에서는 NUG와 군사 작전 등에서 직접적인 협조관계가 없다고 밝히며 NUG의 EAO에 대한 태도와 접근법에 문제가 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NUG와 소수의 무장세력만으로는 독재정권을 무너뜨릴 수 있는 혁명을 완수할 수 없을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KIA와 NUG의 PDF가 자신의 관할 영역에서 전투를 치르면서 피해를 입힌 것을 이유로 들었지만, 태도 변화가 분명히 엿보이는 대목이다.
AA의 대변인 카잉 투카 Khaing Thukha는 9월 2일 Myanmar now와 인터뷰를 통해 억압받는 아라칸을 위해 싸우는 모든 조직을 친구로 생각하고 최대한 협력하겠지만, 쿠데타 이후 반군정 투쟁에는 동참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Frontier-Myanmar의 10월호 기사를 보면, AA 대변인은 쿠데타 이후의 대립 양상을 버마족 내부의 권력 투쟁으로 규정하고 있다. 협상할 수 있다면 협상하고 싸워야 한다면 싸울 것이라는 말로 AA는 독자적인 노선을 취할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Frontier-Myanmar는 TNLA와 AA의 발언이 Federal Political Negotiation and Consultative Committee (FPNCC)의 9월 회의 이후 나온 발언이라는 점에서 FPNCC회원들의 교감이 있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FPNCC는 NCA에 서명하지 않은 EAO가 군부에 대항하기 위해 만든 Northern Alliance와 중국과 교감이 깊은 최대 EAO인 UWSA가 연합한 EAO 동맹으로, UWSA, NDAA, SSPP, KIA, TNLA, MNDAA, AA 등 7개 EOA가 참여하고 있다. FPNCC 대표이자 미얀마 내 가장 강력한 EAO인 UWSA는 5월 31일 인터뷰를 통해 쿠데타 이후 갈등 상황은 다수 민족인 버마 민족의 내부 문제이며 그 과정에 개입하여 더 큰 피해로 이어지는 것을 보고 싶지 않기 때문에 중립을 지킬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기사는 AA와 TNLA의 입장 발표가 UWSA와 유사한 입장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FPNCC가 미얀마 내 가장 영향력이 있는 북부 지역 EAO의 연합체인 만큼 그 회원국들이 모종의 태도 변화가 있었다면 향후 군정과 NLD 갈등 양상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매우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쿠데타 이후 중립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UWSA는 군정과 NLD의 갈등 국면 와중에 공식적이며 완벽한 자치권을 확보하기 위해 군부를 이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9월 소위 평화회담에서 SAC 의장은 UWSA에 Wa 국가를 설립하고 NDAA의 몽라 지역을 자치 구역으로 인정하기로 원칙적으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를 위해 개헌이 필요하므로 총선을 통해 의회를 새로 구성하여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군정이 난관에 봉착할수록 EAO의 요구를 수용하고 반대급부로 권력을 유지해 나가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 나갈 것임은 분명하다.
Frontier-Myanmar는 UWSA의 입장에서는 반군부 강경입장인 FPNCC 회원들이 UWSA에 무기 공급과 금융시스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여건을 활용하여 영향력을 확보하고, 불안한 상황에 놓인 군부에 대한 영향력도 극대화하여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관철해 나가고자 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하고 있다 UWSA가 중국 정부의 입장을 반영하여 FPNCC 회원들에도 NLD와 거리를 유지하라는 방향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무기 공급과 금융 시스템 이용을 위해 FPNCC 회원들은 UWSA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기사는 미국 평화연구소 (the United States Institute of Peace)의 미얀마 담담 국장 제이슨 타워 Jason Tower가 AA와 TNLA에 의한 NUG에 대한 최근 부정적인 평가가 FPNCC 9월 팡상에서 개최된 회의와 연관이 있다는데 동의했으며, UWSA가 FPNCC 회원들에 대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본다는 발언을 소개하고 있다. 중국과의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려면 NUG와 동맹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현재 UWSA를 중심으로 하는 FPNCC의 입장이라는 것이다.
연일 계속되는 교전 상황 속에서 미얀마 상황은 더욱 피폐해져가고 있지만 아직 미얀마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는 변곡점은 보이지 않고 있다. 국제사회의 제재가 강화된다 하더라도 경제적인 제재 이외 다른 방안은 찾기가 어려우며 외부에서 미얀마 국내 상황에 변화를 야기할 수 있는 모멘텀을 제공하기도 쉽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일정 지역을 거점으로 활동 중인 EAO의 동향과 행보는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다. 쿠데타 이후에도 군부와 유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EAO 외에 쿠데타 초기에 반군부 혁명노선 동참 입장을 밝혀왔던 EAO가 최근 반군부 세력인 NLD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피력하는 것은 미얀마 국내 상황에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군부와 NLD 갈등 상황 하에서 EAO와 유대관계 확보는 향후 미얀마 상황에 대한 주도권 선점이나 명분 확보에서 중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쿠데타 이후 반군정의 기치에 동참을 표명했던 EAO가 반군부 세력의 상징인 NLD에 대해 상황에 따라 태도 변화를 보인다는 것은 미얀마 상황이 장기화되며 향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정치적 행보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시점에서 반군부 노선이었던 EAO가 각자의 피해 축소와 실리 추구 그리고 중국의 영향력을 감안하여 중립적으로 돌아서고 있다는 것은 민주주의 회복과 군정축출을 목표로 하는 NLD와의 관계를 재정립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EAO가 NLD의 방법론과 EAO에 대한 접근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는 것은 NLD에게 심각한 타격일 수밖에 없다.
군정은 EAO와의 연대 강화를 위해 EAO의 요구를 수용하면서 총선과 개헌을 준비해 나가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군정의 EAO와 평화회담이 성과가 없었다는 언론의 평가에도 군정과 가까운 EAO과 협상을 시작하면서 총선과 개헌의 명분을 축적해 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