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 이후 미얀마 석유가스산업 동향

2021년 4월

by 김정희 MBRI

미얀마 쿠데타가 발생한 지 두 달 반, 미얀마에 진출한 수많은 외국계 기업들이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 사태 추이를 지켜보던 기업들은 국내외 인권 단체들의 미얀마 투자 철회 혹은 재검토 촉구, 미국과 EU 등 서방국가들의 미얀마에 대한 셍션 확대 움직임뿐만 아니라 임시 군사 정권의 무력사용 확대로 무고한 시민들의 사상자가 급속도로 늘어 가는 상황에서 더 이상 방관자의 입장을 취할 수만은 없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국내외 인권단체들은 미얀마 국민들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최소화하면서 군부의 자금줄을 끊을 목적으로, 외국계 기업들에 미얀마 군부와 관계를 단절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미국 셍션 대상으로 지정된 MEHL과 MEC는 미얀마 군부가 소유한 문어발식 기업집단이다. 광업, 은행, 석유가스, 관광 등 미얀마 산업 전반에 걸쳐 외국계 기업들과 광범위한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이 두 기업 집단을 통해 군부로 유입되는 자금을 차단하기 위해 국내외 인권단체들이 외국계 기업의 결단을 요구하는 것이다.


미얀마 석유가스 산업 현황

약 154개 외국계 기업이 진출해 있는 미얀마 석유가스 산업은 총 투자금액이 224억 달러 이상으로 미얀마 전체 FDI의 약 30%를 차지하는 미얀마 정부 효자 산업이다. 토탈을 비롯한 외국계 투자 기업들은 미얀마 국영 미얀마석유가스공사(이하 MOGE, 전력 에너지부 산하)와 파트너십을 통해 이 분야에 진출해 있다. 현재 군부 통제권에 들어간 MOGE의 연간 천연가스 매출액이 10억 달러에 달하기 때문에 국내외 인권단체와 CRPH(NLD 소속 연방의회 의원 17명으로 구성된 임시정부)는 다른 어느 산업보다 이 분야의 외국계 기업들에 군부와 관계 단절을 더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쿠데타 발생 전 호주 우드사이드 Woodside는 3개 해상 가스전 탐사를 성공적으로 시작했고 태국 PTTEP는 쪼티카Zawtika 가스전 프로젝트의 다음 단계 플랫폼 입찰 참여를 저울질하고 있었으며 한국 포스코는 쉐 Shwe 가스전 프로젝트 확장을 추진하고 있었다. 2020년 코로나 19 확산으로 인해 계획이 보류된 가스전 개발 라이선스 입찰이 올해 재개될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도 제기됐었다.

이전의 군사통치 기간 미얀마에 진출했던 기업들도 국제 인권단체와 일부 주주들로부터 사업 철수 압력을 받아온 전례가 있다. 일부 인권 단체들은 기업들이 군사 정권하에 있는 국가에 진출한 사실 자체만으로도 군사정권이 자행하는 잔학행위들을 묵인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예타준 가스전 운영사였던 영국 프리미어 오일 Premier Oil이 지분을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 Petronas에 매각하고 미얀마에서 철수한 것이 그 사례 중 하나이다. 그 가운데서도 군부와 공고한 관계를 맺어 왔던 프랑스 토탈Total 은 야다나 Yadana 해상 가스 파이프라인 건설 프로젝트 주변지역에 대한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을 강화하며 오히려 미얀마 사업을 확장해 나간 경우도 있다.

3월 16일 CRPH는 인권단체와 함께 토탈, 포스코, 페트로나스, PTTEP등에 MOGE에 대한 모든 지불 중단을 촉구하는 온라인 서신을 공개했다. CRPH은 공식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쿠데타 사태로 국제 석유회사들은 미얀마 군사정권과 관계를 중단하는 것 외에 선택의 여지가 없게 되었다고 말했다. 또한 이 기업들이 군사정권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군사 정부에 제재를 가할 시한을 3월 9일까지 주었음에도 여전히 가스 판매 대금 지불로 군사 정권을 지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미얀마의 월 석유가스 판매 수입은 7,500만 달러~9,000만 달러인데 수입의 대부분은 MOGE를 통해 정부에 지불된다. CRPH는 2020년 12월과 2021년 1월 석유가스 판매 수입금이 군사정권 관리 계좌로 이체됐다고 밝히며 이들 회사들을 강력히 규탄했다. 참고로 CRPH는 3월 4일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가 업무를 재개할 때까지 모든 업종의 세금 납부를 9월 말 회계기간 종료시점까지 중단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미얀마 채굴산업투명성기구(MEITI) 자료에 따르면, 토탈은 2019년 세금 및 생산 분배 명목으로 미얀마 정부에 2.57억 달러를 지불했고, 페트로나스가 운영하는 예타군 Yetagun가스전 프로젝트는 2018년 2.08억 달러를, 포스코의 쉐 가스전프로젝트는 1.94억 달러를, PTTEP가 운영하는 쪼티카 해상 가스전은 4,100만 달러를 지불한 것으로 나타났다. 참고로 당시 정부는 가스 수출 파이프라인 사용 요금 명목으로 3억 달러 별도 수입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참고로 UN의 미얀마 인권 조사관인 톰 앤드류스 Tom Andrews는 3월 초, 군사 정권 수입의 최대 원천인 MOGE에 대한 셍션이 부과돼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제출한 바 있다.


토탈, 직원 보호와 양곤 전략 공급을 위해 사업 지속 계획

토탈에 대한 가스전 운영을 중단 혹은 재검토 압력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토탈 경영진은 4월 초, 가스전 운영이 안전하게 유지되는 한 미얀마 가스전 생산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며 이는 현지 직원 보호 목적도 있다고 밝혔다.

1992년 미얀마 석유가스 산업에 진출했으며 현재 야다나 가스전을 운영하고 있는 토탈의 CEO 패트릭 푸얀네 Patrick pouyanne는 프랑스 주간지 Le Journal du Dimanche를 통해 미얀마 사업 철수 결정을 하지 않은 이유를 종업원 안전 확보 및 양곤 전력 공급 이슈라고 해명했다. 즉, 첫째, 미얀마에서 발생한 폭력 사태에 항의하여 생산을 중단할 경우 군부가 가스전을 장악하여 현지 직원들이 군부의 강제 노동에 노출될 수 있고, 둘째, 양곤으로 가는 주요 에너지원 차단을 결정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미얀마 경제수도 양곤의 전력 공급원이 되는 야다나 가스전 생산을 중단할 경우 병원 등 필수 시설 및 사업 운영 등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한데 토탈과 같은 일개 기업이 전력 공급원을 차단할 수 있었겠냐고 반문하며, 야다나 가스전에서 천연가스를 수입하는 태국 정부도 야다나 가스전의 중요성에 대해 토탈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토탈은 세금을 에스크로 계좌에 입금하는 방안도 고려해 봤으나 이는 현지 관리자들을 위법행위로 인한 체포나 구금 상황으로 밀어 넣을 수 있는 위험이 있기 때문에 실행을 하지 않았으며, 쿠데타 이후 매월 약 4백 달러에 달하는 세금 미납은 은행 시스템의 미작동 때문이라고 말했다. 토탈은 신규 프로젝트 검토 중단과 함께 세금에 상당하는 금액을 미얀마 인권 단체에 기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토탈의 재무제표에 따르면 토탈은 세금과 ‘생산분배’ 명목으로 2019년 약 2.3억 달러, 2020년 약 1.76억 달러를 미얀마 당국에 지불한 것으로 나타났다.


페트로나스, 미얀마 가스전 불가항력 선언

말레이시아 국영 석유회사 페트로나스는 4월 1일, 2003년부터 운영해 오던 예타군 해상 가스전에 대해 불가항력을 선언하며 추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 예타군 가스전의 블록 M12, M13, M14의 생산을 일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회사는 가스정 고갈에 따라 가스전 생산율이 해상 가스 처리시설의 기술적 한계치 이하로 떨어짐에 따라 2021년 1월 이후 생산량이 급감하며 상황이 악화됐으며 낮은 수율로 생산을 계속하는 것은 시설과 직원의 안전상 위험을 초래할 수 있음에 따른 결정이라고 말했다.

말레이시아는 그동안 인도네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와 더불어 군부의 시민 살상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으며 미얀마 사태에 대해 아세안 지도자들의 긴급 고위급 회담을 지지한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주 미얀마 말레이시아 대사 자하이리 바흐림 Zahairi Baharim이 4월 7일 군부 정권 전력에너지부 장관 지명자 아웅 탄 우 Aung Than Oo와 회담한 사실이 알려지며, 말레이시아 정부가 그동안의 입장을 바꾸어 미얀마 군사 정권을 인정한 것 아니냐는 비난이 급등했다. 말레이시아 외무부는 그 미팅이 4월 8일 예정된 페트로나스의 불가항력 선언에 대한 정부 간 공식 정보 전달 목적이며 이 미팅이 군사정부 인정이나 다른 의미를 내포하고 있지는 않다고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기타 기업들의 대응

Global Witness를 포함한 149개 NGO는 야다나 가스전의 지분 28.3%를 보유한 미국 쉐브론에 대해 세금 납부 중단을 요청했으나 쉐브론은 세금은 관련법에 따라 납부됐으며 이 내역은 MEITI가 이미 공개한 바 있다고 밝혔다. 호주 증시 상장사인 우드사이드는 2월 28일 자사 해상 가스전 드릴팀을 철수할 계획이며 모든 사업 관련 결정을 미얀마 정치적 안정성이 개선될 때까지 ‘검토’ 단계로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얀마 최대 석유제품 수입 터미널 운영 업체 인 퓨마에너지 대변인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현재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직원들의 안전과 보안이며, 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한 적은 없지 만, 석유제품 운송을 일시적으로 중단한다고 밝혔다.


각 기관들의 향후 전망

피치설루션 Fitch Solution 석유가스분석부문은 Rigzone(석유가스산업 분야 전문 사이트)에 보낸 보고서에서 미얀마 석유가스 부문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증가하는 가운데 쿠데타가 발생한 것은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전 군사정권도 석유가스 산업에 대해 비건설적이 접근을 한 바 있다고 전제하며, 현 상황에 대해 관련 기업들이 동향 분석을 하는 동안 진행 중인 대부분의 프로젝트들이 중단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기존에 제안된 정유시설과 LNG 발전소 프로젝트 등 대형 인프라 프로젝트들이 취소되지는 않았지만, 자금부족, 사회불안, 대규모 시위에 따른 코로나 재확산으로 인한 추가봉쇄 등이 겹치며 단기적으로 지연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토탈, 우드사이드, 포스코 등이 대형 외국계 기업들이 주도하는 미얀마 가스 탐사 프로젝트는 미얀마의 미래 에너지 공급 안보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드 매켄지 Wood Mackenzi(에너지, 금속, 화학 전문 컨설팅 회사)는 2030년까지 20억 달러 규모의 신규 가스전 개발 프로젝트가 아직 최종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또한 PTTEP의 블록M9(쪼티카)과 우드사이드의 블록 A6와 같은 핵심 개발 사업이 2030년까지 미얀마 전체 공급량의 약 40%를 차지할 전망인데, A6가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을 경우 기존 광구의 생산량 감소를 상쇄하지 못하기 때문에 미얀마 가스 공급량에 큰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5개 국제 석유가스 기업들이 향후 5년간 약 25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을 밝혀왔으나 미얀마의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리스크가 커지며 투자자 심리가 악회 되면 미얀마 석유가스 산업 지형이 빠르게 변화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베리스크 메이플크로프트 Verisk Maplecroft는 미국을 비롯한 우방국들의 새로운 셍션으로 인해, 국제 수준의 모범 사례를 고수하는 세계적인 기업들이 그 명성과 ESG리스크를 고려할 때 미얀마 사업을 지속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얀마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들이 현 미얀마 상황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는 미얀마 국내외적으로 큰 관심사항이다. 2019년 유엔 진상조사단의 일원이었던 크리스 시도티 Chris Sidoti는 군부가 모든 정부 조직을 장악했기 때문에 모든 외국 기업들이 미얀마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권단체 Burma Campaign UK는 서구 기업들이 그들의 사업상 파트너에 대해 심사숙고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미얀마 노동자를 버려서도 안된다고 촉구했다. 오랜 기간 미얀마 사업을 영위해 온 토탈의 대응전략이 이 분야 외국계 기업들의 대응 지침으로 활용될 수 있을 전망이다.



참고: 미얀마 가스전 프로젝트 현황


· 야다나(Yadana) 가스전: M5&M6블록. 1998년 7월 조업을 개시한 미얀마 최초이자 최대 해상 가스전. 미얀마 총 가스 생산량의 41%를 차지하며, 생산량 740 mmscfd 중 480 mmscfd가 36인치 가스관을 통해 태국으로 수출되고 있음. MOGE가 국내 가스 공급 목적으로 2010년에 24인치 가스관을 설치하여 양곤까지 가스를 수송. 지분 구조는 Total(31.2%), Unocal(28.3%), PTTEP(25.5%), MOGE(15%)


· 쪼티카(Zawtika) 가스전: M9&M11 블록. 2014년 생산 개시. PTTEPI(80%)와 MOGE (20%)가 지분을 가지고 있으며, 생산량 250 mmscfd 중 165 mmscfd가 태국으로 수출됨


· 예타군(Yetagun) 가스전: M12~M14블록. 2000년 4월 조업 개시. Petronas(40.8%), Nippon(19.4%), PTTEPI(19.4%), MOGE(20.4%)가 지분을 가지고 있으며 생산 전량이 타닌타리 파이프라인을 통해 태국으로 수출. 2023년에 매장량이 완전 고갈될 전망


· 쉐(Shwe) 가스전: AD1&AD3 블록. 2013년 가스 생산 시작. 생산량 630 mmscfd 중 490 mmscfd가 미얀마-중국 가스 파이프라인을 통해 중국 윈난 성으로 수출되고 있음. 국내 발전소 및 산업용 가스 공급을 위해 미얀마-중국 가스파이프라인이 통과하는 4개 지점에서 오프스테이션을 운영 중.

포스코(51%), MOGE(15%), KOGAS (8.5%), GAIL(8.5%), ONGC(17%)가 지분 보유. 포스코는 2027년까지 쉐 가스전의 최대 생산량 유지 목적으로 향후 수년간 4.75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


· A6광구: 2012년에 발견됐으며 MPRL E&P(20%), Woodside(40%), Total(40%)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개발 계획 중. 매장량은 2~3조 scf로 추정되며 일일 생산량은 400 mmscfd로 예상


· M3광구: 2013년 PTTEP(80%)가 발견한 광구로 Mitsui Oil Exploration(20%)과 공동으로 개발 중. 생산된 가스는 전량 국내 공급 예정. 생산량은 100~150 mmscfd로 추정


· 기타: 중국 CNPC가 AD1블록을, 이탈리아 Eni가 MD2블록을, Eni와 베트남 PetroVietnam이 공동으로 MD4블록을 탐사 중. 또한 2018년 11월 Petronas Cargain과 파트너사가 쉐시토1에서 탐사 시추를 시작했고 Eni는 마궤지역 육상 가스 블록인 RSF5에서 탐사 작업을 시작할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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