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쿠데타 지지를 통해 아세안 진출 교두보 마련

2021년 4월

by 김정희 MBRI

미얀마 군의 날 Armed force day인 3월 27일 개최된 퍼레이드에 알렉산더 포민 Alexander Vasilyevich Fomin 러시아 국방부 차관이 해외 최고위급 인사로 참석하며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러시아 국방차관은 군사 쿠데타 이후 미얀마를 공식 방문한 가장 고위급 외국 인사로, 이번 방문을 통해 2월 1일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미얀마 군사 정부에 대한 러시아 정부의 지지를 본격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평가된다.

미얀마 군의 날은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중 자국을 점령한 일본군에 대항해 무장 저항을 시작한 날을 기념하기 위한 날이다. 미얀마 군부 쿠데타에 대한 국민들의 반대 시위가 더욱 치열해지는 상황 속에 개최된 퍼레이드에 해외 축하사절로 러시아를 비롯 중국, 인도, 태국, 베트남,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라오스 등 8개국 국방관계자들이 참석했는데 그중 가장 최고위급 인사를 파견한 곳이 러시아였다.


민 아웅 흘라잉과 포민 국방차관 회담

포민 국방차관은 3월 26일 민 아웅 흘라잉 총사령관과의 회담을 통해 미얀마-러시아 간 군사협력 관계 강화, 아세안 및 아시아 태평양 지역 진출 교두보로서 미얀마의 중요성등을 역설했다. 즉, 러시아의 대 미얀마 군수물자 지원이 증가하는 가운데 양국 간 군사안보 협력 관계가 더욱 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러시아는 미얀마를 아세안과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이자 전략적 파트너로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포민 국방차관은 러시아 국방 기술 협력 부서장 출신으로 미얀마 군부와 오랜 유대 관계를 맺어왔기 때문에 미얀마 군부-러시아 간 상호협력 관계 구축 강화에 가장 적합한 인사 중 한 명으로 거론된다. 이 회담에서 민 아웅 흘라잉 총사령관은 포민 국방차관에게 훈장과 의장검을 전달하며 미얀마 군부에 대한 공개 지지를 보여준 러시아에 대해 답례함과 동시에 양국 간 교류를 전 세계에 과시했다. 러시아과학원의 드미트리 모샤코프 Dmitry Mosyakov교수는 이번 러시아 국방차관 방문을 통해 러시아가 미얀마 군사정권에 협력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러시아 세르게이 국방장관 방문을 통해 양국 간 국방분야 협력 강화

미얀마와 러시아는 1948년 국교 수립 이후 항상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왔으며 특히 군사 분야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2월 1일 군사 쿠데타 발발 직전인 1월 22일 세르게이 쇼이구 Sergei Shoigu 국방장관이 미얀마를 공식 방문했다. 당시 수뇌부 회담을 통해 러시아-미얀마 간 군사 및 군사 기술 협력, 아시아 태평양 지역 상황 등에 대해 논의가 있었으며, 미얀마는 러시아산 Pantsir-S1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 Orlan-10E 감시용 드론, 레이다 장비 등을 구매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군사분야 전문가들은 세르게이 국방장관의 미얀마 방문을 통해 양국 간 국방 분야 협력 확대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민 아웅 흘라잉 총사령관은 이 회담에서 러시아는 어려운 순간에 항상 미얀마를 지지해 준 진실한 친구라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민감한 시기에 미얀마를 방문한 러시아 국방장관이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 시도에 대한 사전 정보를 입수했을 것이라는 가능성도 제기했다.

미얀마 군부는 그동안 미얀마 군 현대화를 위한 장기계획과 러시아를 미얀마 군 현대화의 주요 파트너국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특히 민 아웅 흘라잉 총사령관은 2020년 6월 방문을 포함하여 6차례 이상 러시아를 방문하며 러시아산 무기 수입과 군사 분야 협력 의지를 강조해 왔다.

니케이 아시아는 2월 9일 자 기사를 통해 민 아웅 흘라잉 총사령관이 미얀마의 거대한 이웃이자 최대 무기 공급국인 중국에 대한 지나친 의존을 피하기 위해 지난 10년 동안 러시아와 방위 관계를 더욱 강화해 왔다는 외교 관계자들의 언급을 인용 보도하고 있다.


러시아산 무기구입 현황

미얀마 군부는 2000년대 초반부터 러시아산 MiG-29 전투기 30대, Yak-130 훈련기 12대, Mi-24와 Mi-35P 헬리콥터 10대, Pechora-2M 대공 미사일 시스템 8대 등을 구입해 왔고, 2019년에는 Su-30 전투기 6대 구입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러시아산 무기 및 장비 유비 보수를 위한 합동서비스 센터가 미얀마에 설립될 정도로 미얀마는 러시아산 무기를 많이 도입하고 있다.

2020년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는 2010년부터 2020년까지 미얀마의 러시아 무기 수입액은 총 8.07억 달러로 추산하며, 이 금액으로 볼 때 아세안 국가 중 미얀마가 베트남에 이어 러시아 무기를 많이 구입하는 국가라고 말했다. 같은 기간 중국으로부터 무기 수입액은 14억 달러로 추산하고 있다. 2000년부터 2020년까지 미얀마 무기 수입 국가별 현황을 보면 중국이 16.99억 달러로 전체 무기수입액의 43%를 차지하고

있고 이어서 러시아가 40%를 차지하고 있다. 싱가포르 싱크탱크 ISEAS는 보고서 ‘2021/33’을 통해 미얀마가 1990년대는 중국에서 무기를 집중 구매했으나 품질 및 중국에 대한 의존도 이슈가 제기되며 러시아로부터 무기 수입을 늘리기 시작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미얀마 군인들의 러시아 파견 교육 및 훈련도 상당 규모로 진행 중이다. 2016년 양국 간 군사 협력 협정에 따라 수천 명의 미얀마 장교들이 러시아에서 군사 훈련을 받고 있으며 2019년에는 그 수가 6천여 명에 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얀마 쿠데타에 대한 러시아 입장

국경지역 반군 지원 문제 등으로 미얀마 군부와 중국이 일정 부분 긴장 관계를 유지하는 것과 달리 미얀마 군부와 러시아 관계는 매우 견고하고 상호 우호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1980년대와 1990년대 미얀마가 군부 쿠데타 등으로 인해 국제사회 제재 표적이 되었을 때도 러시아는 미얀마 군부와 유대 관계를 계속 유지했으며 2월 1일 발발한 쿠데타에 대해서도 ‘전적으로 내부적 문제(purely domestic affair)’라는 입장을 밝혔다.

미얀마 쿠데타 문제를 다루는 UN 안전 보장 이사회에서도 미얀마에 대한 제재나 규탄 성명 채택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로 일관해 오고 있다. 특히 러시아 외무부는 4월 6일 서구사회가 미얀마 쿠데타에 대응하여 미얀마 군부에 대해 제재를 가할 경우 ‘미얀마 내부의 대립을 격화시켜 전면전을 촉발시킬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호주 싱크탱크 Lowy Institute는 러시아가 미얀마와 접경국가가 아니므로 쿠데타의 여파나 난민사태에 직면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러시아 국방싱크 탱크인 Centre for Analysis of Strategies and Technologies는 러시아가 새로운 무기판매 시장을 찾고 있기 때문에 향후 미얀마에 민주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군수물자 공급을 통한 유대는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러시아는 미얀마 군부 승리에 도박을 걸었지만, 미얀마 상황이 내전등 악화되더라도 러시아는 잃을 것이 거의 없는 만큼 위험성이 적은 도박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러시아, 미얀마를 아세안, 아시아 태평양 지역 진출 교두보로 포석

러시아의 대 미얀마 전략은 양국 간 군사 협력 강화라는 측면보다 러시아의 아시아-태평약 지역에 대한 접근 전략에서 그 핵심을 찾아볼 수 있다. 푸틴 대통령은 장기적으로 러시아 경제권역 확대를 위해 미얀마를 아세안으로 향하는 관문으로 평가하고 지속적으로 협력 관계를 강화해 왔다는 것이 정설이다. 푸틴 대통령은 EU에 대응하기 위해 러시아가 주도하는 옛 소련권 국가들의 연합체인 유라시아경제연합

Eurasian Economic Union(EAEU)을 아세안을 연계시키고자 하고 있으며 미얀마를 그 교두보로 삼고자 한다는 것이다. 아시아를 중시한다는 동방정책의 일환으로 2010년부터 아세안에서 국방외교 활동을 적극 확대하고 있다. 군부 쿠데타 이후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이 규탄의 목소리를 높여가고 있고 중국과 아세안 국가들이 모호한 태도를 보이는 가운데 러시아가 미얀마 군부를 노골적으로 지지하고 나선 것은 향후 인도-태평양 지역의 한복판인 미얀마에 전략적 근거지를 만들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판단하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미얀마 로컬 언론 이라와디는 러시아가 미얀마를 돈벌이 수단으로 여기고 있다 고 비난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적인 제재가 강화되고 외국계 투자자들의 잇따른 철수로 외화가 부족해지면 미얀마 군사정권은 러시아를 비롯한 군사정권에 우호적이거나 쿠데타를 문제 삼지 않는 국가들로부터 새로운 사업 파트너를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민 아웅 흘라잉 총사령관이 포민 국방차관을 포함한 러시아 대표단에게 ‘우리는 러시아 사업가들을 기다리고 있다’고 발언한 것이 그 좋은 예이다. 미얀마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여 아세안,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경제권역을 확대해 나가려는 러시아의 노골적인 행보와 추락하는 미얀마 경제상황을 헤쳐 나가야 하는 미얀마 군부 정권의 이해관계가 맞닿아 있다. 양국 간 협력 강화가 향후 미국은 물론 인도와 중국의 전략에 큰 영향을 미칠 것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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