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군정 인정을 통한 영향력 제고와 이익 확보 전략

2021년 6월

by 김정희 MBRI

중국, 일련의 회담을 통해 미얀마 군정을 공식적 대화상대로 인정

6월 7일, 8일 이틀간 중국 충칭에서 ‘아세안-중국 외교장관 회담’과 ‘란창-메콩 협력(Lancang Mekong Cooperation, 이하 LMC) 외교장관 회담’이 연달아 개최되었다. 아세안-중국 외교장관 회담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미얀마 사태가 중국의 이익과 직결되어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며 미얀마 사태와 관련한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강조하고 아세안의 미얀마 문제 해결 노력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또한 유엔헌장에 따라 국제사회는 특정국가에 대한 일방적인 제재와 부적절한 개입을 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튿날 왕이 외교부장은 LMC 회담에 참석한 미얀마 군정 외무장관 지명자 운나 마웅 륀 Wunna Maung Lwin과 개별 회담을 했으며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는 ‘중국의 미얀마 우호정책은 미얀마 대내외 상황에 영향을 받지 않으며 미얀마 국민들을 우선으로 해왔다’고 웹사이트를 통해 논평했다. 또한 중국은 언제나 미얀마가 국가 여건에 맞는 발전 경로를 선택할 수 있도록 지원해 왔으며 백신과 의료용품을 계속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미얀마 국영방송 MRTV는 양국이 이번 회담을 통해 양국 간 프로젝트를 계속 추진해 나갈 것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관영언론 Global New Light of Myanmar도 6월 8일 자 기사를 통해 미얀마는 이번 회담에서 군정이 지난 2월 선언한 5단계 프로그램 이행이 미얀마 민주주의 체제 보장을 위한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고 보도하면서 아세안과 중국과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가 더욱 발전할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양국의 보도를 종합하면 미얀마 군정은 중국 정부의 지지를 얻었고 중국은 계획 중인 미얀마 내 중국 일대일로 관련 프로젝트의 가속화 약속을 받아낸 것으로 판단된다. 참고로 LMC는 중국이 주도하는 메콩강 유역 국가들의 지역 협력체로, 중국, 미얀마, 라오스, 태국, 캄보디아, 베트남이 참여하고 있으며 2017년 3월 사무국이 개설되었다.

한편, 중국 외교부가 운나 마웅 륀을 ‘미얀마 외무장관 (Myanmar’s foreign minister)’으로 지칭한 것에 대해, South China Morning Post 6월 10일 자 기사는 중국 정부가 미얀마 군정의 합법성을 인정한 것으로 일각에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과 아세안이 이번 공식 회담을 통해 미얀마 군정을 공식적인 대화 파트너로 인정했다는 신호탄으로 해석될 여지가 충분하다.


중국, 민 아웅 흘라잉 SAC 의장을 ‘미얀마 지도자’로 공식 지칭

첸 하이 Chen Hai 주미얀마 중국대사는 아세안-중국 외교장관 회담을 앞둔 6월 5일 네피도에서 민 아웅 흘라잉 국가행정평의회(SAC) 의장과 면담을 가졌는데, 이에 대해 중국대사관 공식 웹사이트는 민 아웅 흘라잉을 ‘미얀마의 지도자(leader of Myanmar)’로 표기했다. 해당 웹사이트는 ‘미얀마의 지도자인 민 아웅 흘라잉 총사령관이 중국대사를 만났으며, 미얀마는 중국을 중요한 이웃으로 생각하며 중국과 교류협력을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고 소개했다.

첸하이 대사는 이 회담에서 중국은 항상 미얀마와의 우의를 소중하고 중요하게 여기며 미얀마의 평화와 안정이 조속히 회복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중국은 미얀마 관련 아세안 합의사항 이행을 지지할 뿐만 아니라 그 이행에서 건설적인 역할을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관영언론 Global Times도 양국 회담을 소개하는 6월 6일 자 기사에서 민 아웅 흘라잉을 ‘미얀마 지도자’로 공식 언급했다. 이에 대해 국민통합정부(이하 NUG)를 비롯한 반군부 단체들은 군사령관이 국민을 대표하지도 않으며, 국가지도자도 아니라며 비판했다.

Diplomat은 6월 7일 자 기사를 통해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민 아웅 흘라잉 총사령관을 ‘미얀마의 지도자’로 지칭함으로써, 실질적인 미얀마 정부 지도자로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중국은 미얀마 군정이 당분간 정권을 유지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중국의 전략적 이익을 지켜나가기 위해 미얀마의 현실을 인정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민 아웅 흘라잉을 미얀마 지도자로 지칭한 것은 군사 정권과 소통을 정당화하기 위한 외교적 신호라고 보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입장에 놓인 NUG

6월 7일 회담을 앞두고 NUG 지명 진 마 아웅 Zin Mar Aung 외무장관은 왕이 외교부장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발표했다. 이 서한에서 미얀마 군정은 미얀마 국민을 대표하지 않으며, 군사정권을 합법화하려는 시도는 양국 간 관계를 저해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하고, 미얀마 위기 해결을 위해 중국은 NUG와 협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중국과 아세안이 미얀마 사태 해결을 위해 NUG를 파트너로 하지 않는데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하며 양국 및 다자간 플랫폼을 통해 NUG가 중국과 건설적인 대화에 나설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6월 7~8일 연속 개최되는 두 회담에서 배제된 것에 대해 NUG가 공식적인 항의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그러나 미얀마에 대한 영향력이 가장 큰 중국과 아세안이 군부와 소통을 통한 문제 해결 방식을 택하고 있고, 유엔안정보장이사회 상임 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미얀마 군부와의 교류를 중요시하며 유엔의 대미얀마 군부 제재 결의를 반대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국제사회에서 NUG의 대표성이 상대적으로 취약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대미얀마 자금지원 가능성

Financial Times는 6월 2일 자 기사를 통해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대미얀마 자금지원 가능성을 보도했다. AIIB가 미얀마에 대해 검토 중인 신규 프로젝트가 현재는 없으나, 정부 형태가 아닌 투자 체크리스트에 따라 투자결정을 한다는 요아힘 폰 암스버그 Joachim von Amsberg 부총재의 발언을 인용하며 미얀마가 민주주의로 복귀하지 않더라도 미얀마에 대한 자금지원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AIIB 투자 체크리스트는 정부가 영토에 대한 실질적인 통제권을 가지고 있는지 여부, 금융 책임에 대한 인식, 주변국들의 상황, 잠재적 금융 리스크에 대한 평가 등이 포함된다.

이 기사와 관련하여 Bloomberg는 6월 9일, AIIB의 로렐 오스필드 Laurel Ostfield 대변인의 이메일 답변을 통해 Financial Times가 부총재 발언을 잘 못 인용했다고 보도했다. AIIB 대변인은 미얀마에 대한 중국 외교 정책과 AIIB 투자 결정 사이에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고 Bloomberg에 밝혔다는 것이다. AIIB의 대미얀마 투자 가능성에 대해 주요 외신들이 관심을 두는 이유는, AIIB가 미국 주도의 월드뱅크와 일본 주도의 아시아개발은행(ADB)에 대항하기 위한 중국 주도의 인프라 투자 은행이기 때문이다. AIIB 대변인의 부인에도 중국과 미얀마 군정이 일대일로 관련 프로젝트를 시작할 경우 AIIB의 대미얀마 투자는 필연적일 것으로 분석된다. 참고로, AIIB는 2016년 1월 중국 정부 주도로 설립됐으며, 한국, 러시아, 인도, 독일, 영국 등 57개 회원국으로 출범한 인프라 투자 전문 은행으로 중국 일대일로 사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미-중 갈등 심화 속에서 아세안 위상 강화

미-중 갈등이 전방위적으로 확대되어 가는 가운데, 중국은 이번 아세안-중국 외교장관 회담을 통해 아세안과 유대관계를 더욱 강화해 나갈 전망이다. 중국 정문가들은 아세안을 미국이 주도하는 쿼드(Quad, 미국, 호주, 일본, 인도의 4자 안보협의체)와 중국이 충돌할 수 있는 핵심지역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으로서는 미국의 인도 태평양 전략에 대응해 나가기 위해 아세안과의 전략적 유대 강화가 절실한 실정이다.

Diplomat는 6월 7일 자 기사에서 중국의 필리핀 배타적 경제수역 침범 문제, 중국 항공기의 말레이시아 영공침범 문제 등으로 중국이 아세안 회원국들과 갈등이 있음에도, 중국은 관영 Global Times를 통해 미국이 이러한 갈등을 조장한다고 비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Global Times는 중국 사회과학원 연구원의 인터뷰를 인용하며, 미국 군함들이 민감한 수역을 항해함으로써 아세안 국가들에 중국 맞대응을 강요하고 있고, 쿼드가 아세안 회원국들을 끌어들이고 있다는 기사를 게재했다. 아세안은 그만큼 전략적으로 중국에 중요한 위치인 것이다.

중국은 현재 아세안의 가장 중요한 현안인 역내 코로나 19 대책 마련과 미얀마 사태 해결을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6월 7일 자 Nikkei Asia는 코로나 19 대책 마련과 미얀마 사태 해결을 위해 아세안은 중국에 더 의존할 수밖에 없으며, 이러한 상황들은 아세안에서 중국의 지도력을 확고히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미얀마 사태 해결을 바라는 아세안 회원국들은 5대 합의사항 이행을 위해 중국이 미얀마 군부에 대해 영향력을 발휘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미얀마 사태 해결 주도를 통해 역내 영향력 제고와 경제적 이득이라는 두 마리 토끼 확보 전략

아세안-중국 외교장관 회담에서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외교장관은 아세안의 합의사항 이행의 지지부진함을 토로했다고 알려졌다. Nikkei Asia 6월 7일 자를 보면 인도네시아 외무장관은 중국이 미얀마 사태 관련 5대 합의사항의 조속한 이행을 도와준다면 감사할 것(will appreciate)이라고 언급했다. 아세안은 5대 합의사항 이행에 중국의 조력이 절대적임을 인정한 것이다.

아세안의 신뢰를 얻으며 전략적 관계로 나아가기 위해 미얀마 사태 해결을 위한 중국의 선택은 명확해지고 있다. 아세안의 행보를 적극 지지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견지하며 아세안이 중국에 대해 기대하는 역할을 적극적으로 이행해 나감으로써, 서구사회와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아세안에서의 중국 입지와 리더십을 다져나간다는 전략일 것이다.

6월 5일 중국 대사와 민 아웅 흘라잉 의장의 면담을 시작으로 중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미얀마 군정을 실질적인 정부로 인정하기 시작했다. 6월 10일 자 Diplomat은 중국 정부를 어떤 특정한 정권 형태나 정치적 합의를 촉진하는 데 관심이 없기 때문에 상당한 유연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으며, 앞으로 몇 달 안에 상황이 크게 바뀌게 될 경우에도 입장 전환이 쉬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은 미얀마 군정을 인정함으로써, 소통 및 중재를 통한 정치적 영향력 확보와 사실상 중단 상태인 대규모 미얀마 프로젝트 재개를 통한 경제적 성과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 분명하다. 미얀마 군정도 중국과 아세안과의 정치적 교류를 통해 국제시회에서 실질적 정부로 인정받고, 경제적 어려움을 일정 부분 해소해 나갈 수 있는 돌파구를 찾고자 할 것이다. 그러한 가운데 중국 정부에 대한 미얀마 국민들의 반감은 커져가고 민주화 진영의 전술적 고민은 더욱 커져갈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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