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긴 추석 연휴가 시작되었다.
그 전에,
인터넷을 떠돌던 글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요즘 유행하는 리들샷을
엉덩이에 바르면
엉덩이가 아기 살처럼
부들부들해진다는 이야기였다.
오호라.
사실 리들샷은 예전에 한 번 써본 적이 있다.
리들샷이란 이름을 알게됐을때
호기심이 생겨 얼굴에 발라봤는데,
이상하게 구레나룻 쪽에만 알레르기 반응이 왔다.
얼굴 전체는 괜찮았지만
구레나룻 주변이 일주일 내내 가렵고
오돌토돌 올라와서
‘아, 이건 나랑 안 맞는구나’ 하고
깨끗이 포기했었다.
그런데 몇 달 전,
화장품을 사면서 사은품으로
리들샷이 하나 딸려왔다.
이미 한 번 데여본 터라
안 쓰고 놔두다가
“혹시 이건 다른가?”라는
이뻐지고 싶은 욕심에
또 한 번 발랐다.
결과는 참담했다.
이번에도 구레나룻 쪽에
제대로 폭탄을 맞았다.
가려움은 사흘 넘게 갔고
긁고 또 긁다 딱지가 생겼다.
그렇게 리들샷은
집 구석에 처박혀 있었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그래,
얼굴에 안 맞으면
엉덩이라도 뽀송하게 살려보자.
경건하게 샤워를 마치고
얼마 되지도 않는 사은품을
짜고 짜서
엉덩이에 정성스럽게 발랐다.
이때까지만 해도 몰랐다.
이것이
어마무시한 똥꼬쇼의 서막이라는 걸.
얼굴은 괜찮았고
문제는 늘 구레나룻이었으니
얼굴과 엉덩이의 살성이
같을 거라 착각한
나의 모자람이었다.
왜 구렛나룻살은 내살덩이가
아니라고 배제했을까?
시댁에 도착한 그날 오후부터
엉덩이는 자꾸만
내 손을 부르고 있었다.
전도 부쳐야 하고
명절 음식도 해야 하는 날.
한국의 며느리로서
최소한의 도리는 해야 하는데
내 집중력은 온통 엉덩이에 가 있었다.
내의지와는 상관없이 속없는 엉덩이가
나의 손을 유혹했다.
최대한 손이 가지 않게
일부러 바쁘게 움직이다가
집에 와서 결국
에라 모르겠다 싶어
긁어버렸다.
하아—
그 시원함이란.
하지만 그 이후
내 엉덩이는
완전히 폭발했다.
알레르기가 엉덩이 전체로 퍼졌고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아스팔트를 새로 깐
반듯한 고속도로를 기대했는데
현실은
비포장 자갈밭이었다.
큰 돌, 작은 돌, 모래알까지
총출동한
울퉁불퉁한 엉망진창된 엉덩이
연휴라 병원도 갈 수 없었다.
비닐 뽁뽁이처럼
부풀어 오른
가엾은 내 엉덩이.
빨갛게 달아올라
계속 손을 요구하는
성질 나쁜 엉덩이.
그때 눈에 들어온 것이
알로에 수딩젤이었다.
응급처치라는 마음으로
듬뿍 바르고 또 발랐다.
제발 진정하라고,
달래고 또 달랬다.
그리고 우리 집 만병통치약,
알로에 크림까지 덧발랐다.
오—
한결 낫다.
살 것 같았다.
연휴 내내
수딩젤과 알로에 크림으로 버텼다.
알로에 크림 한 통이면
1년은 쓰는 편인데
몇 달 전에 산 크림을
3분의 1만 남기고
거의 다
내 엉덩이에 쏟아부었다.
소파에 앉아
엉덩이를 벅벅 긁는 나를 보며
신랑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고
아이들은
“그걸 왜 엉덩이에 발랐냐”며
타박했다.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단 말인가.
사과할 곳은
내 엉덩이밖에 없다.
지금 생각해보면
욕심이었다.
검증되지 않은 글 하나 믿고
내 몸을 실험한 게 문제였다.
문득 그 글의 댓글이 떠오른다.
“오— 저희 집에도
안 쓰는 리들샷 있는데
저도 해봐야겠어요!”
님아.
제발 아서라.
그 글을 찾아
그 카페에 가입해서
댓글을 달고 싶다.
알레르기 있는 분들,
절대 하지 마세요.
마음먹는 순간
끔찍한 똥꼬쇼가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