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본 하나 얹었을 뿐인데

by 유쾌한 주부저씨

맞벌이하던 시절의 나에게
가장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곳은 네일이다.

시작한 지는 몇 년 안 됐지만
나는 늘 기본 네일이나
반만 하는 프렌치 네일만 고집해왔다.

아기자기하게 붙이는 네일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물론 가격이 늘 망설임을 줬기 때문이다.
그쪽은 쳐다도 안 봤다.

기본 네일만 해도
내 기준에서는
흰쌀밥에 고깃국값 같은 개념이라
“이것도 과분하지 암암.”
이렇게 스스로를 설득하며 한다.

그런데도
하고 나면 한 달 내내 기분이 좋다.

군더더기 없이 말끔히 정리된 손톱은
잘 관리된 사람의 몸매처럼 정돈돼 보인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마음이 안정되고 스트레스가 풀린다.

그런데 이번엔 왠지…
이 리본이 꼭 하고 싶었다.

프렌치 네일보다 오천 원이 더 비쌌다.
망설이다가 결국 했다.

“리본이 좀 커서 불편할 수도 있어요.”
네일선생님의 말은 메아리처럼

끝말만 늘어져

`있어요~'라는 말만 내 귓가에 남았다.

어느 손가락에 얹을까 고민하는

모습을 보던 네일선생님이 조심스레

“가운데가 어때요?” 라고 물어보았고


나는 전문가의 의견을 적극수렴해서

“가운데 손가락으로 해주세요.”

라고 동의를 하였다.

그리고 완성된 손을 보는 순간,
이놈과의 첫사랑이 시작됐다.


첫눈에 뿅.
주변에 이렇게 예쁜 리본 얹고
잘만 사는 분들이 얼마나 많은데.
불편함이 뭐가 있겠나 싶었다.

효과는 집에 가자마자 나타났다.

젓가락질이 안 된다.
내 젓가락 경력이 몇 년인데
이깟 리본 하나 때문에?

응. 안 된다.
경력이고 뭐고 없다.

신랑과 아이들이 웃는다. 흠.


식사 중 콧물이 흘러
무심코 휴지로 코를 닦는 순간—

아악. 아퍼.

평소처럼
가운데 손가락과 엄지로 휴지를 집고
콧물을 막으려
콧구멍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그 이쁜 리본이
내 콧구멍을 공격했다.

우왁씨.
뭐냐 이거.

이런 식이면 곤란한데…

옷 갈아입을 때도 방심하면 상처 난다.

다만,

어디 가려울 때
리본 쪽으로 긁으면
시원하게 긁히는 건 인정.

리본이
내 삶을 조심스러운 삶으로 바꾸고 있다.

그러다 또 생각 없이 콧물 훔치려다
제대로 한 대 더 맞았다.

아악!

화가 나는 것도 그 순간뿐이다.
손톱을 보면 이뻐서
웃음이 나와버린다.

그 모습을 본 신랑이
“변태 같다.”고 한다.

그래서 문득 든 생각.

“여보, 이거…
손버릇 나쁜 미남이랑 사는 기분 아닐까?”


분명 아픈데,
고개를 들면
천상계 남자 천사가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날 내려다보는 느낌.

후광은 덤.

…나 미쳤구나. ㅋㅋ


아직 멀었다.
이 리본 떼려면.

이 미남에게 몇 대를 맞아야
진절머리가 날까.


아마도.

수습안되는 상처만 주지않는다면

내 평생을 달고 다닐정도?

단단히 홀렸다!



이쁜 리본 네일님.

우리 서로 조심해서
한 달만 잘 버텨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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