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외식(外食)이다.
(집에서 직접 해 먹지 아니하고
밖에서 음식을 사 먹음)
항상 반찬거리, 국거리 걱정하는 주부에게
외식처럼 아름다운 단어가 또 있을까.
어떤 메뉴든
내 손을 거치지 않고
밥때에 숟가락과 젓가락만
쥐여주면 만사 오케이다.
아, 포크도 땡큐.
주걱이랑 국자만 안 쥐면 된다.
ㅋㅋㅋㅋ
외식이라고 해서
거창하게 칼질하는 곳을 가는 게 아니다.
무조건 밖에서 먹기만 하면 외식이다.
그래서 오늘의 외식 메뉴는 국밥.
신랑과 나는 국밥 러버다.
전에 아이들 데리고
웨이팅 한다는 국밥집을 찾아갔다가
쉬는 날인 줄도 모르고 헛걸음한 적이 있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그 집에 다시 도전한다.
비가 좀 온다.
국밥집 도착.
비를 피해 후다닥 들어갔는데—
어?
웨이팅 한다더니
식탁에 딱 두 분만 앉아 계신다.
신랑을 뒤로하고
먼저 자리에 앉아 있는데
또 어?
이 집 국밥이 유명한데
저분들은 백반을 드시고 계신다.
(속으로‘아, 점심 특선으로 백반도 파나 보다’
혼자 결론 냄ㅋㅋ)
신랑이 자리에 오려는 순간
사장님이 말씀하신다.
“선불입니다.”
결제부터 하고
자리에 앉아 메뉴를 보려는데
쎄하다.
메뉴판이 없다.
그 대신
내 눈앞에 펼쳐진 건
뷔페처럼 정갈한 반찬들.
순간 다급해져서
“저희 국밥 먹을 거예요!”
라고 외쳤더니,
사장님과 직원분이
동시에 당황하신다.
“저희는 국밥 안 파는데요.
여긴 백반집입니다.”
“예…?
여기 국밥집 아닌가요?”
사장님이 담담하게 답하신다.
“국밥집은 옆집입니다.”
허억——
그 짧은 순간
나와 신랑은 눈빛을 주고받았다.
‘나가?’
‘이미 계산했는데?’
‘그럼 먹어?’
‘국밥 먹어야 되는데…’
눈빛 회의 중
사장님이 한마디 하신다.
“저희 밥도 한번 드셔보세요~”
(담담하게 말씀하시는걸 보니,우리같은 사람들이 한두명이 아니였던 모양이다.)
그래.
이미 결제했고
우리에겐 취소를 외칠 베짱이 없다.
그 순간 나는 마음을 정했다.
여기서 맛만 보고
국밥은 2차로 가자.
ㅋㅋㅋㅋㅋ
맛만 본다며
밥 조금, 반찬 조금.
누가 봐도 다이어트식.
근데 신랑은
누가 봐도 한 끼 식사다.
내가 눈치를 그렇게 줬건만… ㅉㅉ
나는 국밥을 포기할 수 없었다.
그래서 당당히 선언했다.
“난 이거 먹고 국밥 또 먹을 거야.”
신랑이 내 눈을 똑바로 보며 말한다.
“또 먹는다고?
국밥을 또 먹는다고?
다음에…”
‘다음에’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내가 격양돼서 말했다.
“다음에 왜 와!
온 김에 먹어야지!
비도 오는데
바로 옆집이잖아!!”
신랑의 어깨가 축 처졌다.
“…나 밥 많이 가져왔는데…”
ㅋㅋㅋ
어찌어찌 밥을 먹고 나왔다.
어이없게 들어온 집이었지만
반찬도 정갈하고 맛있었다.
옆집이니 걸어가면 될 텐데
신랑은 쪽팔리다며
차를 끌고 한 바퀴 빙~ 돌아
뒤쪽에 주차했다.
그리고 드디어 도착.
맞다.
이 집이다.
웨이팅 사실이고
맛은 말해 뭐 해.
점심 2차지만
둘 다 뚝배기 한 그릇
뚝딱.
히야—
점심 2차, 이게 되네.
오는 길에 알았다.
우리가 왜 이런 사달이 났는지.
우리가 알고 있던 국밥집 이름은
명인 ‘국’밥.
근데 옆집은
명인 ‘집’밥이었다.
간판에도 분명
‘집’밥이라 쓰여 있었건만,
예전에 네 식구가 갔을 때도
그 누구 하나
그걸 ‘집밥’으로 읽은 사람이 없었다.
넷 다
명인 국밥으로 봤다.
완벽한 글대귀(글자 대충 읽기 귀신)에
씌인 것이다.ㅋㅋ
그걸 모르고
이번에도 우리 부부 둘 다
또 명인국밥으로 보고
당당히 들어가
백반을 먹은 거다.
백반집에서
둘이 계속 키득키득 웃으며 먹으니
“부부 사이 참 좋네~
밥 먹으면서 웃음이 끊이질 않네.”
라며 사람들은 생각했겠지.
아닙니다.
저희는
우리의 모지람에 어이가 없어서
웃은 겁니다. ㅋㅋㅋ
그래도
점심 2차 덕분에
저녁은 패스.
그렇지…
우린 사람이니까.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