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나리는 날
언제나 모든 사람들이 무사히 집에 닿길 바라는 ‘미끄럼 방지 양말 가게’ 협찬, 57분 마음 교통정보입니다.
벌써 퇴근 시간이 시작되었습니다. 오늘은 하늘이 소리를 낮춘 채, 조용히 눈을 내리고 있습니다. 창밖 풍경은 아름답지만, 길 위의 흐름은 그만큼 조심스럽게 이어지고 있는데요. 전반적으로 속도가 내려가 있고, 평소보다 제동거리가 길어지는 구간이 많습니다.
특히 다리 위나 고가도로, 그리고 그늘진 이면도로에서는 노면이 얇게 얼어붙기 쉬워 보입니다. 오늘은 “빨리”보다 “안전하게”가 이기는 날입니다. 급가속, 급제동, 급차선변경은 마음속에서도 한 번만 더 눌러 참고 가시면 좋겠습니다.
신기하지요. 차는 속도를 줄이는데, 마음은 오히려 더 서두르려 합니다. 늦을까 봐, 밀릴까 봐, 괜히 초조해져서요. 하지만 오늘은 초조함이 가장 먼저 미끄러집니다. 그 미끄러짐이 결국 우리를 더 피곤하게 만들기도 하고요.
창문에 내려앉은 눈송이 하나가 녹는 데는 이유가 없습니다. 그냥 따뜻해서 녹는 거죠. 마음도 그렇습니다. 조급함을 녹이는 건,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작은 온기 하나일 때가 많습니다.
이런 날, 문득 생각나는 사람에게 짧게라도 안부를 전해보는 건 어떨까요?
“오늘 눈 오더라. 길 미끄러우니까 조심해.”
길게 말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 한 문장이 누군가의 마음에 작은 핫팩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혹시 지금 차 안에서 혼자 계신 분들. 라디오 볼륨을 한 칸만 낮춰보세요. 눈이 내리는 소리가 조금 더 들릴 겁니다. 와이퍼가 쓸고 지나가는 리듬, 히터 바람의 숨, 멀리서 번지는 경적 소리까지. 오늘의 도시가 내는 소리는 전부 ‘천천히 가자’ 쪽에 가깝습니다.
조금 있으면 가로등 불빛이 눈발에 걸려 반짝일 텐데요. 그 순간만큼은, 세상이 잠깐 동화책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다만 오늘의 동화책은 결말이 하나입니다.
“집까지 무사히 도착.”
이런 저녁에는 빌 에반스 트리오(Bill Evans Trio)의 ‘Skating In Central Park’를 들어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제목은 스케이팅이지만, 우리는 오늘만큼은 마음만 살짝 미끄러지고, 운전은 단단히 붙잡고 가는 걸로요.
오늘 하루도 모두들 멋졌습니다. 집에 닿는 마지막 몇 킬로미터, 특히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언제나 모든 사람들이 무사히 돌아가길 바라는 ‘미끄럼 방지 양말 가게’ 협찬, HBS 57분 마음 교통정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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