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한 늦가을 밤의 새벽 귀가>
언제나 모든 사람들이 무사히 집에 닿길 바라는 ‘낙엽 수거 대행 센터’ 협찬, 57분 마음 교통정보입니다.
늦가을 밤이 깊었습니다. 시계는 새벽으로 넘어갔고요. 이 시간 도로 상황 전해드립니다. 좋은 소식부터 말씀드리면, 길은 전반적으로 한산합니다. 나쁜 소식이 있다면… 신호등이 너무 성실합니다. 차가 없어도 꼬박꼬박 빨간불을 켜요. 우리 인생도 가끔 그렇죠. 아무도 안 보는데 혼자 규칙 지키느라 피곤한 거.
오늘은 속도를 낼 수 있는 구간이 많습니다만, 속도는 가급적 마음만 내주시고요. 실제 차는 천천히 가는 쪽이 더 멋있습니다. 특히 이면도로, 주택가 골목, 그리고 강변 쪽 바람 부는 구간에서는 낙엽이 도로 위로 몰려다니고 있습니다. 낙엽들끼리는 오늘도 단체로 회식 중인 것 같고요. 바스락거리는 소리 들리면 “아, 또 모였네” 하고 한 번 웃고 지나가시면 됩니다.
낙엽은 별것 아닌 것 같아도, 브레이크 밟을 때 은근히 미끄러운 표정을 지을 수 있습니다. 커브 구간에서는 속도를 한 번 더 낮춰주시고요. 오늘의 목적은 ‘스타일’이 아니라 ‘도착’입니다. 늦가을 새벽엔, 도착이 제일 큰 스타일이에요.
그리고 지금 라디오 듣는 분들. 오늘 혹시 길은 뻥 뚫렸는데 생각이 꽉 막힌 분들 계시죠? 이 시간엔 이상하게, 기억들이 깜빡이도 안 켜고 합류합니다. “나 들어가도 돼?” 같은 말도 없이요. 백미러로 보면 괜찮아진 줄 알았던 장면들이 꾸역꾸역 따라오고, 도착 3km 남겨놓고 마음이 갑자기 톨게이트처럼 통행료를 받습니다.
“오늘 기분… 내고 가세요.”
근데요, 늦가을이 원래 그런 시즌입니다. 낙엽이 떨어지는 이유가 거창하진 않잖아요. 그냥… 계절이 그런 거죠. 우리 마음도 가끔은 이유 없이 좀 쓸쓸해집니다. 이유 찾느라 밤새지 마시고, 오늘은 그냥 “아, 지금이 늦가을이구나” 하고 인정해버리면, 생각보다 쉽게 풀립니다. 낙엽도 억지로 다시 붙이면 더 보기 이상하니까요.
이런 새벽에는 누군가에게 긴 말을 걸기보다, 짧게 한 줄이 딱 좋습니다.
“나 지금 들어가.” “너도 조심히 자.”
그리고 아주 강력한 단어 하나. “잘 자.” 이 한마디는 생각보다 성능이 좋습니다. 마음의 와이퍼 같은 거예요. 앞 유리 한 번 쓱 닦아주는 거 있잖아요.
잠시 뒤 가로등 불빛이 낙엽 위로 내려앉으면, 길이 아니라 계절이 반짝이는 순간이 옵니다. 그때 “아, 오늘도 통과했다” 싶은 기분이 들 거고요. 새벽은 말이 없습니다. 대신 풍경을 남깁니다. 가끔은 그게 더 친절하죠.
이런 밤에는 쳇 베이커(Chet Baker)의 ‘Autumn Leaves’를 추천드립니다. 제목이 낙엽이니까요. 네, 오늘은 선곡이 아주 정직합니다. 낙엽은 굴러가고, 노래는 흐르고, 우리는 집으로 갑니다.
마지막 몇 킬로미터, 졸음운전 특히 조심하시고요. 창문은 오래 열지 마세요. 늦가을 바람은 은근히 마음속까지 들어와서, 필요 없는 생각까지 같이 태워옵니다.
언제나 모든 사람들이 무사히 집에 닿길 바라는 ‘낙엽 수거 대행 센터’ 협찬, HBS 57분 마음 교통정보였습니다.
#감성에세이 #에세이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