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세계는 죽은 세계다

전통은 재를 숭배하는 것이 아니라, 불을 지키는 것이다.

by Oscar Jung

오래된 것에는 특유의 냄새가 있다. 낡은 종이 냄새, 손때 묻은 가구의 묵직한 향기. 사람들은 그것을 '고풍스럽다'거나 '전통 있다'고 추켜세운다. 하지만 나는 가끔 그 냄새에서 비릿한 죽음의 향기를 맡는다.

박물관 유리 상자 안에 갇힌 고려청자는 아름답다. 하지만 그것은 더 이상 술을 담을 수도, 꽃을 꽂을 수도 없다. 그것은 '그릇'으로서의 생명을 다하고 '유물'이라는 이름의 박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곳엔 역사와 상징은 있을지언정, 현재의 온기는 없다.


나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전통'이나 '관습'도 이와 같다고 생각한다.

많은 이들이 "남들도 다 그렇게 해왔으니까", "원래 그런 거니까"라는 말로 낡은 틀을 강요한다. 마치 그 형식을 지키는 것이 대단한 가치를 수호하는 일인 양 으스댄다. 하지만 지금 내 삶을 조금도 따뜻하게 데워주지 못하는 가치라면, 그것은 엄밀히 말해 전통이 아니다. 그저 시간을 견뎌낸 껍데기일 뿐이다.


구스타프 말러는 "전통은 재(Ash)를 숭배하는 것이 아니라, 불(Fire)을 지키는 것"이라고 했다.


재는 한때 뜨거웠던 불의 시체다. 우리는 시체를 숭배할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내 손을 녹여줄 불씨를 살려야 한다. 과거의 영광을 훈장처럼 가슴에 달고 있어 봤자, 현재의 추위를 막아주지는 못한다.

인생도, 사랑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남들이 정해놓은 오래된 코스, 결혼이라는 제도, 나이 때에 맞는 사회적 관습... 이 모든 것이 만약 나와 내 곁의 사람을 숨 쉬게 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우리에게 '죽은 세계'다.


진정 아름다운 전통은 박물관의 차가운 유리가 아니라, 치열한 내 삶의 식탁 위에 놓여야 한다. 오늘의 언어로 다시 불리고, 오늘의 손으로 다시 쓰여질 때 비로소 그것은 숨을 쉰다.

낡은 세계는 이미 죽은 세계이기에. 나는 지금, 내 몫의 불씨를 지키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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