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한 세계를 깨뜨리지 않으면 안 된다. 새는 신에게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다."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에 나오는 이 유명한 문장이, 문득 2026년의 지금을 관통하는 예언서처럼 읽힌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와 급변하는 미국의 태도를 보며 뇌리에 스친 생각입니다.
한 개인이 유년 시절의 안락함과 규범이라는 알을 깨고 나오기 위해선 필연적인 고통과 두려움이 따릅니다. 그 투쟁 끝에 만나는 신, '아브락사스'. 그는 빛과 선만으로 이루어진 반쪽짜리 신이 아니다. 선과 악, 빛과 어둠, 창조와 파괴를 모두 품고 있는 존재다. 즉, '옳고 그름'의 도덕적 잣대를 넘어선, 있는 그대로의 거대한 현실입니다.
지금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이 지정학적 위기가 바로 그 '아브락사스'를 만나러 가는 과정이 아닐까요?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 2차 대전 이후 미국이 주도해 온 세계 평화와 자유무역 질서라는 거대한 알. 그 껍질은 지난 수십 년간 우리를 안전하게 지켜주었지만, 이제 수명을 다해 금이 가고 있습니다. 미국은 더 이상 세계의 경찰을 자처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동맹도 형제도 국익 앞에서는 의미가 퇴색해버린 '각자도생'의 고립주의가 피어오른다.
지금 우리가 겪는 전쟁, 무역 분쟁, 환율 전쟁 같은 혼란은 단순한 파괴가 아니다. 낡은 알을 깨고 나오기 위한 거대한 산통이다. 안락했던 동맹의 껍질을 부수는 고통(디커플링, 고립주의, 우선주의) 없이는 새로운 질서로 넘어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제 우리는 '민주주의는 선, 독재는 악' 혹은 '개방은 선, 폐쇄는 악'이라는 이분법적 도덕관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세상에 진입했습니다. 다가오는 신세계는 철저한 실리와 생존, 그리고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세상입니다. 누군가에게는 비정한 악마처럼, 누군가에게는 기회의 신처럼 보일 야누스의 얼굴. 그것이 바로 '아브락사스'다.
기존의 질서가 붕괴하는 이 혼돈의 시대, 우리는 어떤 세계관을 가져야 하는가. 만약 이 시대의 종착지가 선악을 초월한 '아브락사스'라면, 우리는 두려움에 떨며 깨진 껍질을 붙들고 있을 것이 아니라, 과감하게 그 거대한 파도에 올라타야 합니다.
선도 악도 아닌 미지의 영역. 그 모호하고 냉혹한 신세계에서 살아남는 법은 무엇일까. 역설적이게도 세상이 혼란스러울수록 답은 내 안으로 향한다. 외부의 잣대가 사라진 세상에서 중심을 잡을 수 있는 건, 오직 자기 자신을 제대로 읽고 아는 '단독자' 뿐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지금 난생처음 미지의 영역으로 들어서고 있습니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신세계'라는 이름의 아브락사스에게로.
“거대한 질서가 흔들리는 시대일수록, 내가 할 수 있는 건 의외로 작다.
오늘의 내 루틴을 지키고, 내 선택지를 늘리고, 내 사람들을 단단히 붙잡는 일.
결국 새가 날아오르는 힘은, 세계가 아니라 날개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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