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언일맥(一言一脈) 여덟번째

응형무궁(應形無窮)

by 이민행

1. 변화하는 상황에서 스스로를 바꾸어 유연하게 대응한다.


군사를 지휘하여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한 저술서를 우리는 병법서라고 부릅니다. 동양권, 특히 중국에서는 일곱가지의 대표적인 병법서인 무경칠서(武經七書)가 존재합니다. 손자병법, 오자병법, 육도, 삼략, 울료자, 사마법, 그리고 이위공문대가 그것입니다. 조선시대에는 무과의 시험과목으로 사용되기도 했으며, 이순신 장군께서도 이 무경칠서의 병법 원리를 늘 사용하셨다고 하죠.

오늘 소개해 드릴 명언은 무경칠서 중에서도 첫 손으로 꼽히는 병법서, 춘추시대 손무(孫武)가 저술한 손자병법에서 나오는 구절입니다. 사실 이 구절은 손자병법 전체를 관통하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다른 내용은 모르더라도 이 구절만 이해할 수 있다면, 전쟁에 대해 손무가 말하고자 한 요지를 깨닫게 되죠.


“전승불복 응형무궁(戰勝不復 應形無窮)."

"전쟁에서 승리는 반복되지 않으니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라."

— 손자병법(허실(虛實) 편)


손무는 춘추시대 오(吳)나라의 명장으로, 고대 동양 군사전략의 최고봉이자 당대 최고의 책략가였습니다. 실제 전쟁에서 자신이 연구하고 발전시킨 전략을 실행하며 탁월한 전과를 올렸죠. 손자병법은 단순한 이론서가 아닌 실전에 기반한 통찰과 원칙이 집약된 저작입니다. 그는 수많은 전쟁 사례를 통해 '전쟁에서 절대적인 공식은 없다'는 진리를 강조합니다.


영원한 승리도, 영원한 패배도 없습니다. 어제의 영광이 계속되지 않고, 오늘의 치욕이 되풀이 되지 않습니다. 다만, 이러한 반복을 나에게 유리하게, 언제나 승리할 수 있도록 만드는 방법이 바로 상황에 맞는 적절한 대응과 유연한 자세, '응형무궁'인 것입니다.


2. 서양철학에서 말하는 적응과 경험


미국의 철학자이자 교육학자인 존 듀이(1859~1952)는 진리는 절대적이고 고정된 것이라고 보지 않았습니다. 19세기 후반 미국에서 시작된 프래그머티즘(Pragmatism, 실용주의) 사상을 대표하는 그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인간은 경험을 통해 진리를 재구성하며, 사고를 발전시켜 나간다고 보았죠.


"진리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변화 속에서 경험을 통해 새롭게 구성된다.'

— 존 듀이, 『경험과 교육』


그는 교육에서도 정해진 답을 외우는 훈련보다, 상황에 적응, 경험, 사고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하였습니다. 진리라는 것이 고정불변의 지식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형성되는 능동적인 사고의 결과라고 여기는 입장이었죠. 일상과 교육, 정치, 사회 속에서 변화를 수용하고 그 안에서 해답을 찾아내고자 하는 삶의 태도를 가르쳤던 것입니다.


3. 과학에서 말하는 변화, 그리고 진화


"가장 강한 종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다.

가장 똑똑한 종도 아니다.

살아남는 종은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종이다."

— 찰스 다윈


영국의 생물학자이자 진화론의 아버지인 찰스 다윈(1809~1882)은 그의 대표 저서인 종의 기원을 세상에 내놓았고, 당시로써는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킵니다. 기존에 창조론을 뒤집으며, 생명체는 오랜 세월에 걸쳐 자연선택(natural selection)에 의해 진화해왔다는 파격적인 주장을 한 것이죠. 종교 중심의 세계관을 뒤흔들고, 과학, 철학, 정치에 까지 깊은 영향을 끼칩니다.


이 명언은 자연선택의 핵심 개념을 요약한 말입니다. 생존의 조건은 유연성과 적응력이라고 강조하죠. 기후와 환경, 먹이와 천적 등 생명체를 둘러싼 환경조건이 바뀌고, 이러한 변화를 빠르게 인식하여 스스로를 변화시킨 종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4. 문학에서 말하는 상황, 저항, 그리고 순응


독일 출신의 소설가인 프리츠 오르트만의 단편소설 『곰스크로 가는 기차』는 우리 삶에서 목표와 현실, 저항과 순응 사이의 갈등을 깊이있게 묘사한 작품입니다. 주인공은 '곰스크'라는 도시로 가고자 합니다. 중간 기착지의 어느 작은 마을에 아내와 잠시 내린 사이, 기차는 떠나버리고 말죠. 점차 마을에 적응하여 정착하려는 아내와 달리 주인공은 끝까지 자신이 바라는 목적지로 가고자 노력합니다. 그러나 여러가지 예기치 못한 사건들이 겹치고, 세월이 흐르면서 결국 그도 마을에 정착하여 살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곰스크로 가는 기차는 오지 않았다.”

— 프리츠 오르트만, 『곰스크로 가는 기차』


'과연 삶의 진정한 목적지란 무엇인가?'에 대하여 작가는 말합니다. 곰스크가 아닌 중간 기착지에 남을 수 밖에 없게 된 주인공의 삶은 실패인건지, 주어진 조건에 순응하며 남편과 아이를 키우는 주인공의 아내가 그저 목표를 방해하는 방해꾼인 것인지. 결과적으로 돌발적인 상황에 대해 차차 순응해가며 진정한 인생의 진리를 깨달아 가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우리의 모습이 겹쳐 보이죠.


5. 예술에서 말하는 불굴의 정신


“나는 변하지 않는 것을 싫어한다.

그래서 나는 계속 바뀐다.”

— 파블로 피카소 (Pablo Picasso)


20세기 미술을 대표하는 거장 파블로 피카소(1881~1973)는 끊임없이 자신의 미술 사조를 바꾼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그림을 처음 시작하던 시절에는 아카데믹한 사실주의를 그렸고, 청색과 장미빛시대를 거쳐, 그를 대표하는 입체주의와 초현실 주의를 칭조하게 됩니다. 예술의 형식과 본질에 대해 끊임없이 변화를 주고, 재구성하며 자신만의 새로운 세계를 구축하죠.


이 위대한 화가에게 예술은 완성된 결과가 아니라 끊임없는 과정이었습니다. 과거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자신의 스타일을 스스로 버리면서 새로운 시도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인생이라는 변화속에서 살아가는 것


계획대로 흘러가는 삶이란 없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만의 '곰스크'를 향해 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중간 기착지 어딘가에서 머무르게 될 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때론 그게 운명처럼 굳어지게 될지도 모르죠. 가장 강하다고 해서, 가장 영리하다고 해서 이 운명의 거대한 흐름을 거스를 수 는 없습니다. 중요한 건 그 흐름 안에서 자신을 끊임없이 바꾸고 변화시키려는 시도와 노력일 것입니다.


2,500년전 최고의 병법가였던 손무가 설파했던 진리는 후인인 우리들에게 아직까지도 유효하게 적용되고 있습니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불확실하고 위험한 상황일수록 가장 먼저 용기를 내고, 도전하여 부딪히는 자 만이 반복되는 전쟁에서 언제나 승리할 수 있습니다.


『퍼스트 팽귄이 가장 많은 먹이를

쟁취하는 것입니다』


하나의 명언이 하나로 흐르다.

– 일언일맥(一言一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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