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언일맥(一言一脈) 열일곱 번째

지식보다 중요한 것은 상상력이다.

by 이민행

1. 무한한 가능성의 시작, 상상력


다양한 분야를 연구하는 학문들 중에 미래학( Futures studies)이라는 학문이 있습니다. 과거, 현재의 상황을 근거로 앞으로 다가올 미래사회를 여러 각도로 연구, 추론해서 예측하고 모형을 제시하죠. 예술이냐, 과학이냐는 이견이나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역사의 한 갈래이자 사회과학에 분류되는 분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미래학자라고 한다면 엘빈 토플러를 들 수 있겠습니다. 그의 대표적인 저서인 <제3의 물결(1980년)>은 앞으로 시작될 새로운 미래의 모습을 '정보화 사회'라는 이름으로 명명했고, 이는 현대의 우리 사회를 정확하게 예측한 것으로 평가받았습니다. 최근의 미래학자로는 미국의 레이 커즈와일을 들 수 있습니다. 극도로 발달된 기술이 유전공학, 나노봇, 로봇공학과 인공지능의 발달을 이룰 것이며 인간의 수명연장, 즉 영생과 우주공학을 통한 이간의 영역 확장 등도 역설하여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미래를 예측한다는 건 지식과 상상의 조합입니다. 이전에 이룩하고 기록되어 온 역사,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사건과 사고들이라는 지식 위에 앞으로 일어날 일을 상상하여 '이렇게 될 것이다.', '저렇게 되지 않을까?'를 예언하죠. 중요한 것은 '상상력'입니다. 보이는 것에서 머물지 않고,. 보이지 않는 것을 읽어 내는 능력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Imagination is more important than knowledge.

지식보다 중요한 것은 상상력이다.

— 앨버트 아인슈타인 (1879~1955)


천재 하면 첫 손에 꼽히는 인물이 바로 아인슈타인이라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독일 태생의 이론물리학자인 그는 특수상대성이론과 일반상대성이론을 통해 20세기 과학의 패러다임을 바꾼 인물입니다. 그가 제시한 공식 E=mc²는 에너지와 질량의 등가성을 밝히며 현대 물리학의 기초가 되었고, 이후 원자력, 우주과학, GPS 기술까지 수많은 분야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습니다. 아인슈타인은 상상하며 사고하는 사고실험을 통해 이러한 업적들을 만들어 낸 것으로 유명합니다. 어릴 적 나침반 속 바늘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 ‘보이지 않는 힘’에 매혹되었고, 성인이 되어서도 “빛을 타고 날아간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라는 상상을 수없이 반복했습니다. 실제로 그의 상대성이론은 ‘빛을 쫓아간다’는 상상의 실험(gedankenexperiment)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지식은 상상력을 발휘하는 발판입니다. 이미 존재한 사실과 데이터의 축적 위에 상상력이라는 날개가 더해질 때 인간은 어디로든,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천재 과학자가 우리에게 알려주고 싶언던 진정한 의미 아닐까요?


2. 동양철학에서 말하는 자유로운 마음


철학만큼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탐구하는 학문도 없을 겁니다. 인간의 삶, 그 속에 담긴 지혜와 원리를 연구하고 진리를 밝히고자 매진하는 것이 철학의 요체라고 볼 수 있죠. 동양철학에서 이 보이지 않는 만물의 근원을 흔히 '도(道)'라고 규정하고 이러한 도에 대해서 다양한 해석들을 쏟아냈죠. 그중 도가사상의 철학자인 장자(莊子, BC 369~286)야 말로 사고의 경계를 극한까지 끌어올려 무한한 상상력으로 후세에 가르침을 주는 철학자도 없을 겁니다. 그의 저서 <장자>의 시작을 알리는 첫 장인 소요유(逍遙遊) 편에 등장하는 곤(鯤)과 붕(鵬)만 봐도 그렿죠. 그리고 오늘 소개해드릴 호접지몽(胡蝶之夢)의 이야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장자가 나비가 된 것인가, 나비가 장자가 된 것인가?

— 장자, 제물론(齊物論) 중에서


어느 날 장자는 자신이 나비가 되어 훨훨 날아다니는 꿈을 꾸었습니다. 너무도 생생하고 자유로웠기에, 그는 그 순간 자신이 나비인지 장자인지 구분하지 못했죠. 장자는 이를 통해 존재의 경계가 절대적이지 않으며, 모든 것은 서로 전환되고 연결될 수 있다는 사상을 드러냈습니다. 인간과 자연, 현실과 꿈, 주체와 객체는 서로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결국 하나의 흐름 속에서 ‘같음(齊物)’으로 귀결됩니다.

즉, “나는 나다”라는 고정된 자아를 넘어, 더 큰 세계와 하나 되는 자유로운 마음을 가르쳐 줍니다. 보이는 것, 이미 아는 지식에 얽매이지 않고, 무한히 펼쳐진 가능성을 사유하는 힘을 보여주는 것이죠.


3. 서양철학에서 말하는 상상력의 중요성


20세기 프랑스 실존주의 철학을 대표하는 장 폴 사르트르(Jean-Paul Sartre, 1905–1980)는 인간의 존재를 ‘자유’와 ‘선택’의 문제로 해석했습니다. 그런 그의 철학적 여정 초반에 빼놓을 수 없는 사유의 결과물이 바로『상상력(L’Imagination)』입니다. 이 작품이 발표되기 이전 상상력이라는 정신활동은 정상적인 이성의 활동이 아닌, 올바른 인식을 방해하는 불안전하고 열등한 하위 인식이라고 간주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상상력이 온전한 의식과 건전한 인간 의식활동의 하나로 취급받기 시작한 것이 바로 샤르트르의 이 작품을 통해서였죠.


이미지는 의식이다

— 장 폴 샤르트르, 상상력 (L'Imagination) 중에서


여기서 말하는 이미지는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사용하는 의미가 아닌 순수한 하나의 의식만을 지칭하는 말입니다. 즉 '지각하는 의식'과 동일한 위치라고 보이는 '상상의식'인 것이죠. 인간이 스스로 세상을 해석하고, 존재하지 않는 것을 가능성으로서 ‘앞서 그려내는 능동적 힘’입니다. 즉, 상상은 현실을 도피하는 몽상이 아니라, 현실을 초월해 새로운 질서를 제시하는 창조적 행위라는 것입니다.


4. 스포츠 속에서 말하는 상상훈련


스포츠 세계에서 ‘상상력’은 결코 추상적이거나 비현실적인 개념이 아닙니다. 오히려 실력과 경기력 향상에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중요한 훈련법으로 통용되고 있죠. 우리는 그것을 이미지 트레이닝(Image Training), 혹은 심상 훈련(Mental Imagery)이라고 부릅니다. 실제 경기나 훈련 상황을 머릿속에서 구체적으로 그려내어, 단순히 상상 속에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시각·청각·촉각·감각까지 총동원하여 ‘실제로 운동을 하고 있다’는 듯한 몰입을 경험하는 것이죠. 뇌는 실제 행동과 상상된 행동을 구분하지 못하고 유사한 신경 반응을 보이기 때문에, 반복적인 이미지 트레이닝은 실제 근육과 동작 패턴을 강화하는 효과를 냅니다.

미국 클리블랜드 병원의 신경과학자 광예(Guang Yue) 박사는 상상을 통해 근육을 키우는 훈련을 실험했습니다. 피실험자가 모니터상에 출력된 선을 바닥에서 위로 끌어올린다고 상상하게 했으며, 매회 10~15초, 총 50회 반복으로 15분가량하는 것으로 진행했죠. 사실 선은 피실험자의 의지와 상관없이 자동으로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하게 설정되어 있었지만 피실험자는 자신이 그것을 조종한다고 상상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4개월이 흐른 후, 피실험자들은 젊은 사람이든 노인이든 가릴 것 없이 평균 15% 정도 근육이 강화되었습니다.

이미지 트레이닝만으로도 실제 운동을 한 효과를 나타낼 정도로 상상력은 강력하다는 것을 알게 되는 사례이죠.


5. 문학에서 말하는 상상력의 억압과 자유


20세기를 대표하는 지식인이자, 정치와 사회를 통렬히 비판했던 위대한 작가인 영국의 소설가 조지 오웰(George Orwell, 1903~1950)은 그가 살던 시대, 전체주의의 참혹한 현실을 경험하며 이를 바탕으로 그의 대표작들인 『동물농장』과 『1984』를 세상에 선보입니다.

특히 『1984』는 디스토피아 문학의 고전으로, 독재와 감시 체제가 인간의 자유와 사고를 억압했을 때 어떤 사회가 도래하는지를 그려냅니다.


그들은 우리가 행동하고, 말하고, 생각하는 모든 것을 완전히 꿰뚫어 볼 수는 있다. 그러나 우리 자신에게조차도 신비스럽게 작용하는 우리의 속마음까지는 결코 알 수 없다.

— 조지 오웰, 1984 중에서


소설 속 ‘빅 브라더’는 모든 개인을 감시하며, ‘진리부’는 역사를 조작하고, 심지어 언어 자체를 축소해 인간의 사고 가능성을 제한하는 신어(Newspeak)를 강제합니다. 오웰이 그린 사회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단순한 정치적 억압을 넘어, 인간의 상상력과 자유로운 사고 자체를 말살하려 한다는 점입니다. 지식은 국가가 정하는 범위 안에서만 존재하며, 과거는 필요에 따라 언제든 고쳐지고, 미래는 상상조차 할 수 없게 되죠. 사고의 자유가 억압될 때, 상상력은 사라지고, 결국 인간은 기계적인 존재로 전락하죠. 자유로운 상상력이 없어질 때 얼마나 비극적인 결과가 닥치게 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공상을 하지 마십시오, 상상을 하십시오.


하루에 얼마나 자신의 미래에 대해 상상을 하시나요? 혹시 공상을 하고 있지는 않나요? 상상과 공상은 엄연히 다릅니다. 과거와 현실에 바탕을 두고 미래와 연결되는 무엇인가를 떠올리는 상상은 발전적이고 희망적입니다. 반면에 현실과 동떨어진 막연한 생각, 공상은 소비적이며 시간낭비입니다. 상상을 하느냐, 공상을 하느냐의 핵심은 과거로부터 이어져 온 지식과 지금 내가 하고 있는 현재 경험의 축적입니다. 아인슈타인은 근대과학이라는 토대, 장자는 노자, 공자, 묵자라는 동양철학 시조들의 토대, 장 폴 샤르트르는 이전 서양철학이라는 지식의 토대가 있었기에 새로운 미래를 위한 그들만의 상상을 할 수 있었습니다.

부단한 지식의 습득,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상상만이 나를, 우리를 보다 나은 인간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상상하십시오. 다만 끝없는 배움과 같이요.

그렇지 않으면 공허한 상상, 공상일 뿐입니다.』


하나의 명언이 하나로 흐르다.

– 일언일맥(一言一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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