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치 않게 프리랜서가 되었다.

프리랜서와 직장인 사이에서(1)

by 쀼라

들어갈 때와 나갈 때 마음이 가장 차이 나는 곳은 회사 아닐까? 적어도 나에게는 그랬던 것 같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재밌게 일하고 싶다는 마음을 품고 일했던 회사에서 점점 의욕을 잃어가고 타이밍이 맞아 나가게 됐을 때 그렇게 속 시원하고 좋을 수 없었다.


처음부터 회사가 싫었던 것은 아니다. 면접을 보고 예쁘고 귀여운 것을 만들면서 일할 수 있는 회사라는 것을 알고 설레었다. 그렇게 다니게 된 회사는 좋은 듯.. 하다가 나중에서야 본색을 드러냈다. 작은 회사를 갔던 게 문제였을까? 아니면 사수는 물론 다른 디자이너도 없는 회사에 유일한 디자이너로 들어갔던 게 문제였을까.


친절해 보이던 대표는 물론 나쁜 사람은 아니었지만 좋은 사람도 아니었다. 너무 작은 회사라 그런지 사람을 2~3인분은 더 하도록 갈아서 쓰고 싶어 했을 뿐. 대표는 내 뒤에 오는 디자이너가 2D 편집 디자인은 물론 3D 디자인 툴도 다루길 바라며 공고를 올렸다. 그리고 아무도 오지 않았다. 다른 분야 두 가지를 모두 잘 다루는 사람을 쓰려면 월급을 두 배로 줘야 올까 말까인데..라고 속으로만 생각하고 말았다.


이미 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회사는 바라는 게 많을 수밖에 없었다. 디자이너로 디자인이 필요한 각종 편집 디자인은 물론 쇼핑몰 관리, 제품 촬영보조, 상품 포장까지 하는 날도 있었다. 그리고 언제는 구청에서 신청한 프로그램이라며 동영상 편집 툴을 배우게 해 주더니 상품 사용하는 법을 영상으로 찍고 편집하는 일까지 하기도 했다. 체계도 사람도 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회사였다. 그런데 또 괜찮아 보이는 회사 흉내를 내고 싶었는지, 의미 없는 회의도 자주 하는 건 물론이고 계획을 짜서 일하자며 아침엔 출근해서 오늘 할 일을 계획하고 브리핑해야 하고, 퇴근하기 전에는 달성 못한 일들에 대해 이유를 브리핑하고 퇴근할 수 있었다.


이 회사를 다니면서 점점 칼퇴는 기억 저편에만 존재하는 단어였다. 또 범퍼 시간이라는 것을 두자고 하더니, 퇴근 브리핑을 하는 시간에 수정해야 할 일을 던져주며 퇴근을 시켜주지 않았다. 10분도 쉬는 꼴을 못 보는 대표와 몰아치는 일정에 일하는 즐거움은 잊은 지 오래였다.


참다 참다 대표와 퇴근시간에 대해 면담 요청을 하고 나서 퇴근시간이 어느 정도 지켜지는 듯했다. 하지만 계약만료 기간이 다가오자 대표는 정규직 이야기를 들먹이며 내가 굽히고 들어오길 바라는 투로 계약 종료를 이야기했다. ‘너의 잘못은 아니지만~ 계약직을 더 이상 쓸 수 없을 것 같다, 정규직은 새로 뽑을 것이다’라고 말하며 자꾸만 빙빙 돌려 얘기했다. 내 입에서 ‘제가 정규직 하고 싶어요’라는 말이 나오길 바랐나 보다. 하지만 계약직도 이렇게 갈아서 쓰는데 정규직은 얼마나 더 갈아서 쓰려나 생각만 머리에 가득했다.


“그럼 계약 종료로 해주시면 될 것 같아요.”


라고 말하자 대표는 당황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 계약 만료 얘기를 하면서 나에게 정규직을 제안한 것도 아니라서 그런 건지 아니면 자존심이 상하는 건지 대표는 나를 붙잡을 수 없었다. 내가 나가기 며칠 전부터 끙끙거리는 모습을 보며 좀 불쌍한가 싶었지만, 그만두면 뭘 할 거냐 질문했고 나는 건강관리하며 평소 좋아하던 일러스트 작업을 할 것 같고 대답했더니 나가기 전 회사에서 쓸만한 그림 좀 그려놓고 가라고 했다. 덕분에 회사에 조금이나마 남아있던 정도 다 털고 나올 수 있었다. (일하는 척 스케치만 던져주고 그만뒀다)


그렇게 일하던 회사를 그만두고 잠깐의 자유를 만끽했다. 매일매일 일정한 시간에 어디론가 출근하지 않고 묶여있지 않다는 게 너무 신이 났다. 나는 회사 안 다니는 사람! 회사라는 곳으로 돌아가지 않을 테야 다짐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이 들었지만, 그럼 이렇게 된 김에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자유롭게 일하자는 결론을 내렸다. 그렇게 나는 아무 준비도 없이 무작정 프리랜서를 하겠다고 한 것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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