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고 싶었던 것은 일러스트레이터?

프리랜서와 직장인 사이에서(2)

by 쀼라

프리랜서로 어떤 일을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디자인은 하기 싫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디자인이란 무엇인가, 전 직장에서 내가 했던 디자인의 대부분은 남의 머릿속에 느낌적인 느낌을 말이나 텍스트로 전달받아 어떻게든 이미지로 만들어내는 작업이었다.


원하는 디자인의 참고 이미지가 있다고 해도 디자인을 요청한 사람과 스무고개 하는 느낌이었다. 계속 수정을 반복하며 최종의 최종, 최최최종 파일을 만드는 것은 예삿일이고 스케치를 보여주고 나서 열심히 만들어 갔더니 이건 아니라고 싹 갈아엎는 일도 많았다. 또 몇 시간 동안 고민한 로고 디자인 중 이런 느낌으로 하면 되겠지 하고 처음 7초 만에 만들었던 시안이 선택되는 일도 있었다(왜 몇 시간 고민했지)


어쨌든 상업적으로 사용해야 하니까 요청한 사람에게 맞춰서 디자인하는 게 맞긴 하다 하지만 회사 안에서 무언가를 만들어 낼 때는 항상 시간이 촉박했다. 시즌마다 만들어야 하는 상세 페이지, 이벤트 배너, 택배와 함께 나가는 각종 리플렛, 제품 패키지 디자인들.. 그리고 조금이라도 여유로워지는 듯하면 리뉴얼해보라며 주어지는 브랜딩 디자인거리들이 있었다. 스무고개를 하며 시간에 맞춰 어쩔 수 없이 만들어지는 디자인들은 내 것이 아니었다. 내가 만들었지만 내 것이 아닌, 그리고 내 것이라고 하고 싶지 않은 것들이 자꾸만 쌓여갔던 것이다.


전 회사에서 이런 디자인들을 하다 보니 프리랜서로 클라이언트의 주문을 받아 디자인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없었다. 또 내 것이 아닌 것들만 잔뜩 만들다 지쳐 쓰러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강했다. 그래서 나는 내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쉬는 김에 프리랜서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먹어서 그런지 엄청 막막했지만 내가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리고, 만들어서 판매해 보자 라는 생각에 사부작거리기 시작했다.


sns계정을 조금씩 굴려보고 이모티콘 만드는 것도 기웃거리며 이것저것 그리다 보니 어느새 그림으로 참여할 수 있는 공모전들에도 여럿 도전했다. 그리고 장렬히 탈락. 그래도 나에겐 공모전에 참여하느라 만들었던 귀여운 캐릭터가 남아있었다. 공모전에만 쓰기에는 아깝고 귀여운 캐릭터였다. 좋아, 그럼 이 캐릭터를 살려서 뭔가 해보자,라고 생각하며 그림을 그렸고 그린 것들을 활용해서 여러 가지 굿즈를 만들기 시작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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