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터를 위한 일러스트페어는 없다

프리랜서와 직장인 사이에서(3)

by 쀼라

캐릭터의 모습을 그림으로 그리고, 여러 가지 굿즈로 만드는 일은 재밌었다. 내 손끝에서 탄생하는 스티커, 엽서, 키링 등 만들 때마다 너무 귀엽다고 생각하며 내가 만든 것들에 애정이 팍팍 솟아났다. 좋은 기회에 다른 작가님과 일러스트페어에 나갈 수 있게 되고 굿즈를 만드는 일에 더 박차를 가하며 생각했다.


‘캐릭터도 귀엽고 예쁘게 그렸으니까 사람들이 좋아하겠지?’


하지만 굿즈만 만들었다고 해서 다가 아니었다. 코로나 이후로 다꾸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캐릭터 굿즈를 만드는 사람들도 많아졌고, 일러스트페어는 더 이상 일러스트페어가 아닌 다꾸 페어처럼 변해버렸다. 작가들도 곰돌이, 토끼, 고양이 등 무난한 캐릭터나 손으로 그린듯한 찌글찌글하고 귀여운 캐릭터들로 제품을 만들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하나의 캐릭터를 보러 오는 것이 아니라 무난하고 귀여운 스티커를 구경하러 오는 것이었다.


일러스트페어는 거기에 부응하듯 참여부스의 크기는 더 잘게 쪼개놓고 참여하는 작가의 수를 늘렸다. 작가 수는 많은데 여길 봐도 똑같고 저길 봐도 똑같은 느낌이 드는 일러스트페어가 되고만 것이었다.


코로나 전에는 작가를 알리고 소개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그런데 실제로 참여해 보니 아니었다. 분명 이런 다꾸 시장 같은 분위기가 아니었던 것 같은데.. 홍보용 스티커를 계속 뿌려댔음에도 효과가 있었나? 내가 이 박람회를 참여해서 얻은 이득이 정말 있을까? 일러스트페어에 대한 회의감을 느낀 시간이었다. 계속해서 오른 일러스트페어 부스 참여비용, 페어기간이 가까워지면 주문하기 박 터지는 굿즈 제작 업체들, 아무리 다시 봐도 페어 주최 측은 작가에게 부스비 받아서 돈 벌고 작가들 보러 온 관람객들한테 돈 받아서 또 돈 벌고.. 돈 버는 건 주최 측이랑 제작업체들 뿐인데?라는 생각만 들었다.


물론 페어나 마켓에 참여해서 돈을 잘 버는 작가님들도 있다. 하지만 난 아니었고, 잘 만드는 것과 잘 파는 것은 달랐다. 귀엽고 매력적인 캐릭터는 기본 준비물이고 그걸 알릴 수단이나 방법이 필요했던 것인데, 나는 내가 이전에 다닌 회사에서 디자인을 포함한 꽤 많은 업무를 담당했다고 해서 내가 정말 다 잘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림은 꽤 귀엽게 그릴 줄 알아도 마케팅은 할 줄 몰랐다.


디자이너든 일러스트레이터든 프리랜서는 정말 하나부터 열까지 다~~ 잘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회사 밖을 겪어본 적이 없으니 몰라서 무식하게 프리랜서를 하겠다 나섰던 것이었다. 그렇게 처음 참여해 본 일러스트페어에서는 이건 아닌 것 같다는 경험만 남았다.


그 뒤로도 활동을 이어갔지만 나는 마케팅, 영업에 적성과는 거리가 멀었고 그런 쪽에 감이란 게 없는 사람이었다. sns를 붙잡고 아무리 올려봐도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끼리 좋아요와 팔로우가 오가는, 제자리만 빙글빙글 돌아가는 회전목마 같다고 느껴졌다. 그림을 그리고 굿즈를 만들면 뭐 하는가? 사람들은 모르는데. 대중에게 닿는다는 것은 너무 어려웠다.


점점 내가 정말 되고 싶은 게 프리랜서인가? 생각하며 프리랜서를 위한 교육, 양성과정, 워케이션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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