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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성 Jun 23. 2024

새벽 브런치

잡생각들

평소 활동하지 않던 시간에 일어나니 세상에 새롭다.

짙은 새벽 공기가 상쾌하다.

아직 어둑어둑하지만 누군가에겐 이 시간이 일상인 듯 이미 하루를 시작했다.

활기찬 그들의 얼굴에서

오직 내가 보고 듣는 세상이 전부라 생각했던 좁디좁은 스스로를 되돌아본다.


반 강제적으로 출근해서 일을 하는데 잠도 덜 깨고 참 일하기가 싫다.

항상 생각한다.

다른 일을 하고 싶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 벌고 싶어.

내가 일하고 싶은 시간에 일하고 싶어.


어쩌면 내가 작가가 되고 싶은 건

내가 쓰고 싶을 때 쓸 수 있다는 환상 때문 아닐까?

밤 12시든, 새벽 2시 30분이든, 오후 4시든, 아침 10시 20분이든......

내가 떠오를 때 거침없이 글을 써내려가고 싶다.

내가 글감이 떠오르는 그 시간을 내 마음대로 출근시간으로 정하고,

더 이상 떠오르지 않을 때 자유롭게 퇴근하고 싶다.


정말 환상이지.

작가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글을 쓰는데,

압박감에 시달리는데.


물정 모르는 소리를 또 이렇게 떠든다.


일을 잠시 접어두고 브런치를 둘러본다.

네이트 판을 둘러보고 인스타그램도 둘러보고 맘 카페 글들도 훑어보고 결국은 돌고 돌아 브런치다.


나는 구독하는 작가가 많지 않으므로 새로 읽을 글들이 없다.

틈틈이 새글 알림이 올 때마다 읽기도 하고 주말에는 특히 정체다. 브런치 작가들도 주말에는 쉬는 걸까?

평일에 출퇴근하는 나는 지쳐서 맞이하는 주말이면

작가가 되고 싶다는 욕구와 읽고 싶다는 욕구가 더더욱 샘솟는다.

현실 도피성 욕구인 듯하다.


내 서랍으로 들어가 최근 본 글들과 브런치 북들을 훑어본다.

이것도 자주 들여다보다 보니 이미 다 봤던 컨텐츠들인지라 쭉쭉 과거로 과거로 거슬러가본다.

그러다가 언젠가 읽었던 백혈병 투병일지가 보인다.

그런데 마지막 글이 올라온지 1년 가까이 지났다. 괜찮은 걸까?

그녀의 마지막 글은 곧 돌아오겠다는 내용이었는데... 걱정이 된다.

현실이라면 연락해볼텐데, 잘 지내시냐고 카톡이라도 남길텐데.

1이 없어지기만 해도 걱정이 덜 될 텐데.


그녀에게 연락을 취할 도리가 없다고 깨닫자 마음이 이상하다.

브런치, 현실을 반영하지만 현실이 아닌 곳.

자꾸 이 곳을 현실처럼 착각한다. 현실에서 결핍된 인간관계를 이 곳에서 보상 받으려 한다.

현실 속 나는 감정 조절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툭하면 화내고 사람들과 부딪히는 사회 부적응자인데... 이 곳에서는 정제된 생각을 정리하여 글로 표현하니,

내가 괜찮은 사람이 된 것처럼 착각하는 거다.

현실 가족들에게는 짜증만 내고 이리저리 손절 당하고 누굴 챙기는 성격도 아니면서

이 곳에서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의 안위를 걱정하다니... 참 모순적이기도 하지.


그렇지만 걱정이 되고 궁금하다.

나는 투병일지나 부부 사이 심각한 문제가 있는 사람들, 우울이 심한 작가님들의 글은 주로 피한다.

힘든 상황에 처한 남의 글들을 읽으며 나 정도면 괜찮지, 상대적으로 만족하고 행복한 마음이 드는 게 죄스럽다.

그럼에도 정말 필력에 끌려 완쾌, 화해, 행복을 기원하면서 찾아보는 글들이 있다.

현실이 바빠 잊고 살다가도 문득 떠올라 찾아보게 만드는 작가들.

그런데 어느 순간 정신차리고 찾아봤을 때 이렇게 연락이 뜸하면 걱정이 될 수밖에.

연락을 취할 방법은 없지만 건강한 모습으로 지내고 계시면 좋겠다.


제발.



어느새 창밖이 밝다.

고요하던 새벽 공기를 차 소리, 사람들의 말 소리, 발 소리가 깨운다.

하루가 시작되는 모양이다.

일요일 아침, 오늘 하루도 잘 보내봐야지 다짐한다.



다시 없을 2024년 6월 23일이다.


부디 심기를 건드리는 사람이 없기를.

누구랑 싸우지 않고 평화롭기를.

누가 싸우자고 덤비더라도 내 마음이 동하지 않기를.


맛있는 음식이 잘 소화되기를.


오늘밤 자려고 누웠을 때 마음에 걸리는 일이 하나도 없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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