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세상이 열리다
작년 7월에 발령이 났다. 일을 더 배울 수 있고 집에서 가까운 곳으로 가고 싶다고 했는데 소원이 성취되었다. 감사를 준비해야 했고 예산이 어마어마했다. 처음 해 보는 업무를 헤쳐내느라 야근을 하고, 주말도 출근하고, 힘겹게 하루하루를 보냈다. 일 속에 파묻혀 가을과 겨울을 나고, 2월이 돼서야 비로소 고개를 들었다.
뒤룩뒤룩해진 몸과 무미건조해진 마음을 보살펴야 했다. 활력을 찾고 싶었다. 일단 운동을 해보기로 결심했다. 어떤 운동을 할까? 이왕이면 중년에 접어든 우리 부부가 함께 할 수 있는 운동을 하고 싶었다. 남편에게 물어보니, 자기는 무릎이 안 좋다며 테니스도 패스, 탁구도 패스, 러닝도 패스, 등산도 패스란다.
결국, 골프로 합의!
예전에 골프를 배웠었는데, 아이가 어릴 때라 그런지 마음이 편치 않아서 두 달 만에 포기했었다. 나와 달리, 남편은 연습을 하는 둥 마는 둥 하면서도 필드에 종종 나갔다. 새벽부터 집을 나가서는 저녁 무렵 세상 행복한 모습으로 돌아온 남편을 째려보곤 했다. 나에게 골프는 얄미운 운동, 여유로운 사람들이나 하는 운동이었다.
어쨌든, 다시 골프를 하기로 마음을 먹었으니, 아파트 골프 연습장에 레슨을 받을 수 있는지 문의를 해봤다. 가능하긴 하지만 프로님이 오전에만 근무하신다고 했다. 워킹맘인 나에게 달리 선택권이 없었다. 아침 6시에 레슨을 받기로 했다. 본의 아니게 새벽 기상도 시작하게 되고, 레슨 펑크를 안 내려고 술 약속과도 자연스레 멀어졌다.
레슨 첫날, 프로님께 예전에 골프를 포기한 사연을 말씀드리니, "이번에는 포기하지 말고 해 보세요!"라고 말씀하셨다. 근데, 이 말이 가슴에 쿵~ 와닿았다. 정말 포기하지 말고 한번 해봐야지!
골프 연습을 하면 제일 먼저 배우는 과정인 똑딱이로 시작했다. 똑딱똑딱 너무 잘 되었다. 프로님께서 공 맞히는 감이 좋다고 해주시니 더욱 신이 났다. 손에 굳은살이 박이고, 근육이 쑤셨지만, 골프를 마치고 출근하는 나의 얼굴엔 화색이 돌고, 축 처졌던 몸에 활력이 샘솟았다. 나는 즐거운 골린이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