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 '짹'! 소리가 나면서 나를 들뜨게 했던 정타 소리는 스무 번 때려야 한 번쯤 나올까 말까 하고, 나무 막대기로 골프공을 때린 듯 둔탁한 소리만 나서 속을 끓이고 있다. 분명 안정권에 접어든 것 같았는데 실력이 오르지 않고 퇴행길로 접어든 이유는 뭘까? 아무래도 글쓰기 때문인 것 같다.
글쓰기를 시작하기 전에는 골프 영상만 떴었다. 머리에 온통 골프 생각뿐이었다. 그런데 매일 글을 쓰면서 골프로 가득 찼던 내 머릿속은 글쓰기로 훌쩍 넘어갔다. 더 잘 쓰고 싶고, 쓰기 싫은 마음도 달랠 겸 틈나는 대로 글쓰기 영상을 봤다. 알고리즘은 용케도 내 마음을 알아챘다. 글쓰기 영상이 골프 영상을 앞질렀다.
짝사랑 상대인 골프는 눈치도 빨라서 내 마음이 변한 걸 알고 토라진 듯 나를 외면한다. 당황스러울 따름이다. 이번 주말 두 번째 라운딩을 가는 터라 마음이 조급해졌다. 첫 라운딩은 처음이니까 마음을 비우고 잘 못 쳐도 웃다 왔지만, 두 달이 지난 지금은 마음이 다르다. 엉망으로 치면 부끄러울 것 같다. 나 자신에게도.
골프와 글쓰기 둘 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데 좀처럼 쉽지 않다. 정녕 함께 친해질 순 없을까?
골프와 글쓰기는 닮은 구석이 많다. 어깨에 힘이 들어가면 잘 안되고, 잘하고 싶은 의욕에 생각이 많아지면 더욱 안 된다.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갔다 싶으면 도로 아미타불이다. 커서만 깜박이고 골프채가 떼지지 않는다. 하루라도 자리를 비우면 언제 글을 썼었냐는 듯, 언제 공을 쳤었냐는 듯 생뚱맞은 기분이다. 고수들의 팁을 섭렵해 봐도 나의 무대에 활용되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나는 왜 이렇게 골프와 글쓰기를 계속 붙들고 있는 걸까? 사실 둘 다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골프는 스코어를 깨는데 목표가 있고, 글쓰기도 내 마음을 적절하게 표현하는데 목적이 있다. 남과 경쟁하기보다 내 만족을 위해 치고 또 치고 고치고 또 고치면서 나를 피곤하게 하지만 만족감 또한 크다. 굿샷이 나올 때, 감정을 적절하게 표현할 때, 누군가로부터 인정과 공감을 받을 때 뿌듯하다.
골프는 주로 혼자서 연습을 해야 하고, 글도 혼자서 써야 한다. 누군가와 함께 라운딩을 가고 공저를 쓰기도 할 테지만 혼자만의 연습량과 작업량이 깔려야 한다. 어느 정도 경지에 닿지 않으면 팀플레이가 쉽지 않다. 나에게 개별화 역량이 있어서인지 혼자만의 고독한 시간을 들여야 하는 골프와 글쓰기가 맞는 것 같다.
아무래도 골프와 글쓰기, 둘 다 쉽게 포기하진 못할 것 같다. 매력이 넘치는 게 사실이니까.
다가서면 멀어지는 그대들이지만 달래 가며 조금씩 다가서 보기로 마음을 바꿔 먹어야겠다.꾸역꾸역 하다 보면 평균타를 치는 날이 오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