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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향기 Aug 18. 2023

업무시즌이 다가온다

강을 건너는 법




전체 회식을 하는 날이었다. 부서장님과 등지고 맨 구석에 앉았다. 밥이라도 맘 편히 먹어야 하지 않겠는가? 한 테이블을 넘기는 인원이 모인 자리는 왠지 마음이 편치 않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회식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첫 건배사로 나를 지명하는 게 아닌가? 하반기 업무를 시작하며 한 마디 해달라고. 가슴이 철렁했다. 갑자기 기습공격을 받고서 회피하고 싶었지만 방법이 없었다. 뭐라고 해야지? 준비되지 않은 마음으로 일단 잔을 들고 일어났다. 간신히 마음을 가다듬고...


"하반기에는 사업이 많아서 모두 고생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업무가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저도 최대한 노력하겠습니다!! ㅇ ㅇ ㅇ ㅇ 를 위하여~ 건배!"


일단 분위기는 그럭저럭 했다. 안전한 멘트를 날렸으니까. 근데 최대한 노력을 하겠다는 내 말은 진심은 아닌 것 같은데... 아직 마음을 다잡진 못했는데... 나는 도대체 언제쯤 좌중에게 웃음이나 울림을 주는 건배사를 할 수 있을까? 머쓱한 기분으로 자리에 앉아 숟가락을 든 순간......... 

꿈이었다. 다행히.. 며칠 전 꿈속의 이야기다.


꿈은 현실의 고민을 비춘다더니 개학을 앞둔 싱숭생숭한 마음이 그대로 꿈에 나타났다. 휴가철이라 고삐가 풀렸었다. 계절 중에 여름을 가장 싫어했는데 이번 여름은 유난히 싱그럽게 느껴졌다. 부서 특성 상 하반기에 업무가 많기 때문에 불안과 걱정이 앞서기만 할 뿐 마음을 다잡지 못하고 있다. 


꿈속의 나는 최대한 노력을 하겠다고 했으니 현실의 나도 마음을 바꿔보리라. 지금은 거대한 산처럼 보이는 업무지만 한 계단씩 오르고, 잘게 쪼개다 보면 빙산일지라도 녹을 것이다. 막상 발을 들이면 실체보다 걱정이 더 컸단 걸 깨달았던 순간이 많지 않았던가.


운동, 걷기, 책 읽기, 글쓰기 루틴도 멈추지 말아야 한다. 일만 하다가 결국 일을, 일하는 나를 원망하며 수렁에 빠졌던 경험을 되풀이하지 말자. 우선순위를 두고 처리를 하고 부득이 못한 일과 루틴은 마음에 두지 말고 털어내자. 수치에 얽매이지 말고 하려는 마음을 보듬어주며 나만의 속도로 나아가기로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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