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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향기 Sep 13. 2023

도움을 주기도 힘든 세상

SNS 신종사기 주의




인스타그램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아주 기분이 좋을 때 가끔 사진을 올리고, 좋아하는 작가의 글을 읽거나 심심할 때 들어가서 게시물을 쭉 훑어보는 정도이다. 지난 금요일, 고요하디 고요한 내 인스타그램에 알람이 떴다. 채팅창으로 한 외국인 남성이 내 고양이가 너무 이쁘다며 어떤 종이냐고 물었다. 반려묘를 칭찬하는 말에 기꺼이 "아메리칸쇼트헤어에요."라고 알려주었다.


인스타그램으로 소통하는 건 처음이라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다. 게시물을 보니 골프, 테니스, 헬스를 즐기고 건강한 음식을 추구하고 독서도 종종 하는 것 같아 보였다. 길냥이 사진도 보였다. 한마디로 자기관리가 잘 된 훈남이었다.


그는 고양이 눈빛이 매력적이라며 칭찬을 더하더니 한국을 좋아해서 오는 10월에 한국으로 여행을 올 계획이라며 여행지를 추천해달라고 했다. 답을 할까 말까 고민하다 예전에 어느 블로거가 해외여행지에서 길을 잃어 당황하던 차에 SNS로 구원 요청을 했는데 생면부지의 현지인에게서 도움의 손길을 받았다는 감동적인 이야기가 떠올랐다.


이 정도 도움도 못 주고받을 세상은 아니지 싶은 마음에 제주를 추천해 줬더니 너무 감사하다고 했다. 부산은 어떠냐는 물음에 액티브한 곳이라고 알려주었다. 홍콩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면 언제든 도움을 주겠다고 했다.

필요한 정보를 주고받는 정도면 괜찮겠다 싶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부터 문안 인사를 보내왔다. 뭐 이런 한가한 사람이 다 있나? 본인이 먹은 음식 사진을 보내왔다. 집에서 차려 먹는 음식이라기엔 너무 흠잡을 때 없었다. 마치 호텔 음식 같아 보였다. 음식이 너무 완벽하다고 했더니 홍콩 남자들은 음식을 자주 한다고 했다. 테니스 치는 사진도 보내왔는데 이상한 느낌이 들어 그의 게시물을 보니 한 달 전쯤 올린 사진과 똑같았다. 게시물 전체가 소통의 흔적 없이 말끔했다.


'이놈~ 가짜네.' 의심을 확신하던 순간에 그는 나에게 카톡으로 교류하고 싶다며 아이디를 물어왔다. 이 순간 지난주 직장에서 받은 성범죄 교육 내용이 떠올랐다. 카톡 프로필 사진, 특히 자녀 사진을 퍼가서 합성한 후 단체 채팅방에 뿌리겠다고 협박을 하며 금전을 요구하는 사기가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두려움이 솟구쳐 도움 주고 받을 일 없다며 차단 버튼을 눌렀다.


바로 '인스타그램 사기'란 키워드로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니 비슷한 기사가 보였다. SNS 채팅 앱으로 한국 문화에 관심을 표현하며 말을 걸고 친분을 쌓은 뒤 가상화폐 투자를 권하거나 금품을 요구하는 사건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한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이런 사이버 사기 피해액은 지난 2020년에는 3억 2천만 원, 2021년은 31억 3천만 원, 2022년은 39억 6천만 원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피해 사례가 늘며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지만 현행법은 범죄 유형별로 개별법에서 규제를 하고 있어 신종 사기 범죄는 처벌할 법규가 마땅치 않다고 한다. 

(출처: 중부일보, 2023.9.6.)


바쁘다는 핑계와 자극적인 기사를 보고 싶지 않아 뉴스를 등지고 살았더니 이런 사기 행각이 일어나고 있는지도 몰랐다. 순간 아찔했다. 아이들에게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모르는 사람이 길을 묻거나 도움을 청하면 거부해야 한다고는 알려줬지만 사이버 세상에서 일어나는 범죄에 대해서는 가르쳐 주지 못했다. 나도 몰랐으니까. 이번 경험으로 느끼고 알게 된 점을 톡톡히 알려줘야겠다.




도움을 주고자 하는 선한 마음도 범죄로 활용하는 세상이 되었다. 사어버 공간이라 그 대상을 판별하기 더욱 쉽지 않다. 범죄 대상의 취향을 SNS로 철저히 파악하고 접근한 사람을 당해 내기가 어디 쉽겠는가. 몸과 마음 근육이 약해져 판단력이 흐려진 순간 끌려다닐 확률이 크다. 온오프라인으로 사기 행각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도움을 요청하는 손길도 어두운 그림자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정신을 바짝 차릴 수 밖에. 뭔가 꺼림칙하다면 그 촉을 믿고 손절해야 한다. 신문 읽는 습관을 들여 세상이 돌아가는 흐름을 파악하고 책을 통해 통찰력을 더욱 키워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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