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손길

일상의 그리움 감성 테마 에세이

by 정하

그녀의 손길


라인댄스로 만나

결이 비슷하여 모임을 만든 우리들,

스스로를 ‘라인 F4’라 불렀다.

Flower의 F, 네 명의 4.


한 달에 한 번 모여

라인댄스로 땀을 흘린 뒤

함께 식사를 한다.


오늘은 떡갈비집으로 갔다.

2월 신메뉴라는 담양식 구운 갈비와 고등어구이를

각각 2인분 주문했다.


상 위에는 메인 요리와

일반 밑반찬, 가자미찜, 새우장, 꽃게장까지

소담하게 차려졌다.


배려심 있는 00 님이

꽃게장에 무심한 우리를 보더니

말없이 비닐장갑을 끼었다.


두 손으로 꽃게를 꾹 눌러

속살을 발라

우리 밥그릇 위에 올려 주었다.


그 순간,

아주 오래된 기억 하나가

세월의 물살을 헤치고 건너왔다.


둘째 아이를 임신했을 때였다.

입덧으로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하던 나를 위해


시어머님은 물 좋은 곳에서 잡은 꽃게를

한가득 사서

하루 종일 꽃게를 씻고 손질해

노란 알과 하얀 속살을 일일이 발라내고

잘게 썬 실파와 홍고추, 그리고 다진 마늘 등

양념을 더해 버물려서 큰 통에 담아 오셨다.


정성이 아니면

도저히 만들 수 없는 음식이었다.


뜨거운 밥 위에 꽃게 속살을 올려

김에 싸 입에 넣었을 때

메스껍던 속이 달래지며

입안 가득 감칠맛이 퍼졌다.


정성의 맛은 마음 깊이까지 어루만져

따뜻한 기억으로 깊이 각인되었다.


00 님의 다정한 손길이

그 오래된 맛의 기억을

불러내었다.


누군가의 정성이

시간을 건너와

오늘의 식탁 위에 내려앉을 때,


나는 그날의 꽃게 속살장을

다시 먹은 것처럼

아련한 추억에 잠겨

밥만이 아닌

세월을 통과한

진한 뭉클함을 깊이 음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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