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강물에 두 번 다시 발을 담글 수 없다

by 요조

피츠제럴드 단편선을 읽었다.


묘한 기분이 들었다. 한 권에 실린 여러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든 생각은 국적도 다르고 살았던 시기도 다른데 어디서 본 것 같은 사람들인 것 같았고 또, 나를 보는 것 같았다. 이야기 속 인물들에게 느끼는 친밀감은 아마 인간의 공통적인 특징 때문일 것이다. 공통점은 이렇다. 모두 지나간 시간을 그리워하거나 잊고 싶어 하거나 어쨌든 얽매어 있다. 그 때문에 현재와 미래와 암담하거나 공허하다. 그리고 난 그들이 어리석게 느껴졌지만 애석하게도 나와 닮았다. 그래서인지 괜한 찝찝함과 연민, 그리고 애정이 비 오는 날 습기처럼 책 곳곳에 스며들어 있었다.


이성적으론 이해가 가지 않는 특징이다. 지나온 시간들이 품고 있는 칼날이 얼마나 날카롭든 그걸 떠나서 이성적인 판단으로 보면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희망을 품고 미래지향적인 삶을 살아간다는 게 우리에게 현명하다. 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물론 나를 포함해서. 그리고 앞서 희망과 미래지향적이라고 한 말은 다소 작위적이고 성공한 CEO의 에세이나 자기 계발서에서 읽을 법한 말이라 나에겐 왠지 와닿지 않는다. 게다가 과거에 얽매인 사람에겐 앞을 내다볼 여력조차 없다. 단지 거꾸로 걷는 것처럼 앞을 위태롭게 걸어갈 뿐이다.


우린 시간에 대해 그리고 시간 속에 우리에 대해 수없이 많은 고찰을 해왔다. 그런데도 해답을 찾지 못하고 시간의 잔인함에 굴복하고 만다. 어쩌면 이것은 비극적이지만 순리일 지도 모른다.


잃어버린 젊음과 아름다움에 대한 환멸과 실망.

시간이 앗아가는 것은 우리가 예찬하는 것이고,

시간이 가져다주는 것은 우리를 괴롭히는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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