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열차다

by 요조

정차 후 출발, 열차가 경고음과 함께 문이 닫히고 소음을 내며 출발한다. 소음은 점차 줄어들고 투명 통유리에 바깥 풍경이 나타난다. 열차는 빠르게 달리고 있는데 멀리서 보이는 한강은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이며 잔잔하게 멈춰있다. 열차는 앞으로만 간다. 후진 기어가 없다. 핸드폰을 보면 각 정거장에 언제쯤 도착하는지 시간표가 나와있다. 열차는 시간의 채찍질을 맞으면서 하루종일 앞으로만 간다.

역시 난 깊게 파고드는 건 젬병이다. 그리고 이것은 열차를 타는 것과 같다. 정해진 목적지를 향해서 한 정거장씩 멈췄다 섰다,

멈췄다 섰다,

시작과 끝,

끝과 시작,

반복되는 발걸음 뒤에 목적지에 도착, 도착지는 새로운 도착지의 시작점. 모두 도착지를 향해 무한반복하며 살아가는 것뿐이다.

모든 존재의 마지막 도착지는 흔히 죽음이라. 암묵적으로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 하지만 입 밖으로 꺼내는 건 괜스레 불쾌감만 줄 뿐이다. 그렇지만 죽음 또한 열차처럼 새로운 시작이지 않을까? 해답은 위인전을 펼치면 된다. 계승(繼承)이라는 편리한 제도 덕분에 우린 죽음 뒤에도 살아갈 수 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이를 위해 고군분투하며 살아간다. 그러고 보니 우린 열차를 타고 계승(繼乘) 하기도 한다. 열차를 갈아타는 것처럼 어릴 땐 부모라는 열차에서 학교, 회사, 가정, 등등 많은 열차를 타고 목적지로 향하는 중이다. 지쳐갈 때쯤 드는 생각은 조금만 천천히, 하지만 먼저 앞질러 가는 사람들을 향한 존경과 옆에서 함께 달리는 주변인들의 채근에 울며 겨자를 먹는다.

도착과 시작을 동시에 밥 먹듯이 하며 점을 찍어가며 살아가는 하루들, 점이 모여 선이 되고 선이 모여 면이 되는데 이미 세상은 더 크고 거대한 면으로 팽창하는 중이다. 그래서 나의 면은 다시 점이 되어간다. 변화무쌍한 세상에서 온전히 하나로 머무르고 있는 건 없는 걸까? 온전히 멈춰있는 건 없는 걸까? 사람은 둘째치고 나의 손에 닿고 있는 이 노트북을 포함해 모든 사물조차 각자의 고유 진동수를 가지고 숨 쉬고 움직인다. 가끔은 영화처럼 누군가 나타나서 핑거스냅을 쳐주었으면 좋겠다. 그렇다고 타노스가 오라는 말은 아니다.

어쨌든 살아가기라는 걸 깊게 파고드는 건 젬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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