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1.02
최근 스리랑카는 연일 시위의 열기로 뜨겁다 타국에서 이루어지는 정치적인 행위에 대해 외국인 입장으로 또 봉사단체에서 파견된 사람의 입장으로 옳고 그름을 떠나 시위에 대해 생각하는 것조차 파견된 입장으로 민감해질 수 있는 문제지만 더운 날씨에 이들이 왜 땀흘리며 거리로 나왔는지에 대해서 한 번쯤 관심을 가지고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2016년 상반기 스리랑카 국정 주요 이슈는 부가가치세 상승과 사립대학 개설과 관련된 문제에 집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가가치세 상승 문제는 사립병원 진료비까지도 부가가치세(VAT)를 부과함으로써 논란을 가중시키고 이것을 또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세력들이 부합되면서 큰 이슈가 되어 야당 지방순회 집회의 주요 주제가 되었지만 이놈이나 저놈이나 똑같다는 정치에 대한 피아식별 없는 혐오와 더불어 IMF에 차관을 승인받는 등 실물경제가 위협받는 외환위기에 국민들이 실감함으로써 세수 증감에 대한 관심은 한풀 꺾이게 되었다
그러나 사립대학 개설 문제는 개념이 조금 다르다 전임 대통령 때부터 꾸준히 제기되어왔던 교육 관련 정부 부처의 일원화와 교육담당 정부 기관의 명료화는 기존 정부 구성원들의 엄청난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3선 시도를 앞둔 전 대통령조차 본인 특유의 스타일대로 밀어붙이지 못하고 선거 이후로 법안 발의를 주저해야만 했다 (아마 본인이 3선을 반드시 해내리라 믿었으리라)
스리랑카는 크게 일반 교육을 담당하는 교육부(Ministry of Education), 기술교육을 담당하는 직업훈련부(Ministry of Skill Development and Vocational Training) 여기에 대학교육을 담당하는 고속도로와 고등고육부(Ministry of Higher Education & Highways)가 존재하며 고속도로와 고등교육부는 이전 정권에는 고등고육과 조사 (Research) 부로 이 나라에 고등 교육기관에 대한 인식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고등교육과 고속도로의 조합은 일반인이 보기에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정부부처 구성이다) 당연히 구성원의 급여와 처우는 고등-기술-교육 순서로 보장되며 하나의 기관에서 시작되어 규모가 커져 두 개의 기관으로 분리된 경우 특히 서로 다른 정부부처 산하로 소속된 경우 자산과 구역, 심지어 운동장 사용권을 두고도 엄청난 긴장을 보이는 곳이 많다
스리랑카 학생들은 과도하게 정치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 역시 우리처럼 피 흘려서 얻은 독립과 해방이 아닌 데다가 영국으로부터의 오랜 식민 생활을 통해 동양인(서남아인) 특유의 계급사회와 서양의 합리적인 사고방식 중에 본인들에게 유리한+ 식민지 시절부터 내려온 관습을 취사선택해서 본인들만의 굳건한 리그를 구성하고 있다 이러한 학생들의 정치조직은 봉사단원들이 파견된 기능대학 (TC 나 COT)에가면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고 상위 대학에 가게 되면 반드시 이런 부류의 운동권 학생 집단이 존재한다
학생들은 보통 다른 학년끼리 대립구도를 세우거나 어딜 가나 늘 그렇듯 명문일수록 신입생 군기잡기가 존재한다 보통 분쟁의 시작은 다른 민족의 구성원을 자극하면서 대립을 유발하는데 성인 대학생들의 충돌 일 경우 사망자가 발생하는 폭력사태가 발생하곤 하며 (2016 8월 자프나) 한번 해당 학급이 정치적인 성향을 띠게 되면 현지인 교사들도 통제권을 포기하고 그냥 그 학년을 포기해버리는 경우가 다수다 (2016 9월 암파라)
이것은 4.19 직후 승리의 기쁨에 도취되어 모든 것을 정쟁화 시키려고 했던 우리네 옛날과 유사한 뉘앙스를 풍기며 내전 승리라는 기쁨에 고취된, 여기에 더불어 혼란스러운 정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학생단체 역시 정치 구조화되지 않으면 올바로 학업에 집중하기 어려운 이 나라의 현실을 여과없이 보여주는 단면이 된다
스리랑카는 매년 연초 정부부처의 예산을 심의하고 결정하게 되는데 스리랑카의 대학생들은 교육예산이 삭감된 것에 대해서 또는 예산에 대해 자신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것에 대하여 항의하는 집회를 열게 되고 의례 이곳 경찰은 물대포로 답례한다 학생들이 국가 교육예산 배정에 관여할 정도로 이곳 학생들은 정치화되어 있다 복잡하고 정리되지 않은 교육시스템과 정쟁화되어버린 대학생 집단, 책임 없는 인권과 자유가 오랫동안 축적되어 보여주는 결과는 예상대로 참담하다
스리랑카 뉴스에서 정리한 자료에 따르면 스리랑카 대학의 세계 경쟁력 순위는 위와 같다 우리는 세계 100위를 보고 경쟁하지만 개도국은 개도국 나름의 리그를 가지고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는 중이다 스리랑카 사람들도 국가적 자존심이라는 것이 있다 베트남 사람을 뱀 먹는 사람으로 비하하거나 세계 누구나 그렇듯 중국인들을 칭창춍으로 무시할줄 안다 이것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우리가 아무리 못살아도 아프리카만큼은 아니다 '라는 국가적 자존심이 이들을 굳건히 버티게 해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13/14 세계 대학 순위 결과 발표를 받아 든 현지 분위기는 암울하다 못해 참담했다 이들이 그토록 무시하던 아프리카 우간다 (심지어 이디 아민 시절 설립한 )의 대학이 1174위 나미비아의 폴리텍이 1319위 수단에 있는 대학이 1394위 케냐의 나이로비가 1435위 심지어 에티오피아 및 탄자니아와의 경쟁에서도 밀리게 된다
이들이 그토록 주장하던 인권과 자유가 결국은 대학생 스스로를 옭아맸고 전체적인 교육 수준 저하로 돌아왔다 이러한 대학교육의 문제점을 스리랑카 정부는 사립대학을 개설함으로써 고등교육의 수준 향상을 시도하고 있고 이러한 정부의 방침을 학생들은 "학위를 돈으로 사는 비 도덕적 행위"로 규탄하며 학생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스리랑카 대학은 상위 1% 정도만 진학하는 엘리트 고등고육 기관이다 따라서 대학에 가기 위해 초등교육부터 엘리트 교육을 실시하고 돈 많은 부자는 부자대로 가난한 서민은 서민대로 교육이 유일하게 신분을 유지하거나 올리는 사다리임을 인식하고 사교육에 매진한다 개도국중에서 부모가 자식의 미래를 위해 희생하는 나라를 찾으라면 스리랑카를 예로 들고 싶다 옛날 우리가 그랬듯 부모들이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 희생하고 또 희생한다 자녀들은 자녀대로 어릴 때부터 성실하게 그리고 독하면서 치열하게 한우물을 파지 않으면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것이 스리랑카의 엘리트 교육인 것이다
정부는 사립대를 설립하여 몇 가지 이득을 추구하고자 한다
1. 정권교체로 인한 정권형 비리가 척결되어 대통령 및 그지지 기반에 대한 새로운 수익 모델이 필요하게 되었다. 정권을 지지해주는 기득권들에게 사립대학은 명예와 부를 한 번에 가지게 해 줄 수 있는 달콤한 유혹이 될 수 있다
2. 사립대학 설립을 통하여 정부 교육보다 양질의 수업여건을 확보하여 국가 엘리트로서 대학생의 사회적 위치를 다시금 정립하자는데 취지가 있다 교육에 대한 투자가 제일 중요하지만 또 제일 늦게 효과가 돌아온다 정부는 이걸 사립대학을 통해 이루어내고자 하는 것이다
3. 대학생이라는 존재 정원을 늘려버림으로써 기존 대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엘리트의 권위와 위엄을 한 단계 낮추는데 의의가 있다 대학생이 늘어나게 되면 상대적으로 기존에 가지고 있던 대학생의 힘이 적어질 것으로 판단하고 이는 곧 정치적인 역량이 약화되는 것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5공화국 졸업 정원제를 연상케 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학생들은 오직 단 한 가지 " 돈으로 학위를 살 수 없다는" 논리로 논리보다는 도덕에 호소하는 어젠다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한국 같으면 순진한 소리 한다면서 비웃음을 사기 좋은 구호이지만 평소 이들이 어떤 목소리, 얼마만큼의 힘의 목소리를 냈는지 안다면 쉽게 무시할 수 없으며 실제로 시위의 규모는 날로 커져만 가고 있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실력이 아니라 돈으로 자신들의 사다리가 걷어 차일지 모른다는 공포가 내재되어 있는 것이다
지금 시점에 생각해볼 주제들
중국도 문화 대혁명 이후 78,79 학번들이 지금 사회 주도층 인사가 되었다 따라서 우리도 지금 시위를 주고 하고 있는 해당 학번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여 추후 국익에 도움이 되는 방향을 생각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지금 이들이 아무리 시위를 해도 이들이 결국에는 사회 지도, 주도층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나중에 댐을 지어주는 커다란 지불보다 지금 길에서 시위하는 학생들에게 생수 몇 병을 주는 우호가 젊은 날의 좋은 기억으로 물을 얼마 안 쓰고도 스리랑카와 함께 멀리 보는 방향이라고 생각해봤다
다른 하나 재미있는 관점은 스리랑카 엘리트들의 집회에 대한 기준이다 2014년 8월 대통령 라자팍사는 3선 집권하기 위한 3선 개헌을 강행하여 성공하였는데 이때 거리로 나온 대학생들은 없었다 지금도 콜롬보에서 운동하다가 길에서 대학생들 만나면 넌지시 이 주제로 이야기를 한다 "여러분들이 지금 집회하는 주제는 돈으로 학위를 살 수 없다는 도덕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러나 3선 개헌으로 헌법이 바뀔 때 여러분들은 아무도 거리에 나오지 않았다 그렇다면 여러분들이 우선순위 하는 가치는 도덕이 우선인 것인가 아니면 자유가 우선인 것인가? " 여태껏 아무도 명쾌한 답을 내려주는 대학생은 없었다
어느 날 콜롬보 불교사원을 나오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