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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천경마 Jul 04. 2021

도낏자루썩어지는 날씨

2017.07.27

도대체 도낏자루 왜 썩는가


스리랑카에서의 삼 년을 돌아보건대 시간 참 빨리 흘러갔다는 생각이 들었다 곰곰이 앉아 홍차를 마시다 '내가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를 고민해봤다 지나간 시간이라서, 다시 못 올 아쉬움에 시간이 빨리 흘렀던 것인지, 한 살 한 살 올라가는 나이만큼 시간이 빨리 흘렀던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으나 어쩌면 날씨가 시간에 대해서 그렇게 생각하게 만들수도 있었다는 생각을 해봤다 


한국에 살면 계절별로 옷장을 한 번씩 털어내거나 야금야금 옷 하나둘씩을 바꾸면서 결국은 전체적인 옷장 물갈이를 하게 되는데 맨날 여름인 스리랑카에서는 계절이 변하는 인식을 이 옷장으로 못했다 매일 입는 옷이 정해져 있고 그게 일 년이 되고 이년이 되고 삼 년이 되었다 날씨가 매일 더우니까 '오늘은 비가 오나 안 오나=우산을 챙겨야 되나' 이 정도 개념이었지 시간의 흐름을 정확히 인식할 무언가 많이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초등학교 오 학년 때로 기억한다 늦여름과 초가을의 경계선에서 지금을 어느 계절로 불러야 하는지 애매했던 그 순간 개울에서 물고기를 잡고 돌아오는 길에 젖은 몸에 스치는 바람이 굉장히 차가웠다 그래서 그날부터 올해 가을로 하기로 스스로 정했던 기억이 났다 


우간다에서 시간이 벌써 두 달을 바라보고 있다 우간다 날씨는 매우 좋다  날씨가 엄청 좋았다고 기억되는 퍼스나 브리즈번보다 훨씬 좋다 밤에는 19도 한낮에도 25도 수준이고 이게 놀랍게도 연평균 기온에 수렴한다 에어컨을 아예 안 트는 것은 아닌데 꼭 없어도 그만이라는 생각을 한다  아프리카에 있고 적도가 지나가는데도 지대가 높아서 그런지 쾌적하기 그지없다 그래서 옷장에 옷 또한 바뀔 일이 없다 매일 비슷한 옷을 입고 있으며 입어야 할 것 같다 그래서 문득 우간다에서의 시간이 빨리 지나갈 것만 같다는 생각을 해봤다


그런데 이 시간이라는 관념에 대해서 요즘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있다 러닝머신 위에서 5분도 뛰어보고 10분도 뛰어보고 15분도 뛰어본다 빠른 속도로 달리면 누구나 숨이 차고 힘들게 마련인데 달리기가 익숙치 않은 나는 그 시간이 그렇게 고통스러울 수가 없다 나는 스리랑카에서 그리고 우간다에서 굉장히 평화로웠던 것은 아니었을까 고민해보다가 4월 한 달, 단 하루도 못 쉰 네팔에서의 고된 일정은 또 나에게 어떤 시간의 의미였는지 깊게 생각해보는 밤


좋으면 시간이 참 빨리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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