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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천경마 Jan 03. 2023

히말라야에서 또 사람이 죽었다

노포터 노가이드 / 죽음의 감수성



프레임을 가지고 인생을 살게 되면 인생 난이도가 굉장히 쉬워진다는 장점과 인생이 자칫 단조로워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특히나 그 프레임이 확고할수록 더해지는데요 그 프레임을 언제 쓰고 언제 벗냐가 재미난 인생의 포인트 유지하는 비결 같기도 합니다.


제 경우 네팔에서의 프레임. 해외생활에서의 프레임은 여러 가지가 있고 꽤 명확한 편입니다. 3 패스 3리 했다고 업적으로 삼는 사람 + 노포터 노가이드 했다고 자랑하는 사람 +며칠 만에 어디를 했다고 일정 자랑하는 사람 이 세부류는 칼같이 거르는 게 모든 결론이 좋았기 때문에 공유해 봅니다.


1. BC(베이스캠프)는 전문 등반가들 본게임 뛰기 전에 "집"같은 곳입니다. 네팔을 찾는 대부분의 여행객은 트레킹을 주목적으로 피크(정상)를 목표로 하시는 분들이 아니기 때문에 마치 3 패스 3리 혹은 베이스캠프가 위대한 인생 업적처럼 느껴질 수 있으나 7천8천 피크 올라가시는 분들에게 베이스캠프나 패스는 그냥 집 같은 존재입니다. 지리산 올라가시는 분들이 노고단 올라갔다고 인생업적이라고 안 하고 한라산 올라가시는 분들이 삼각봉 지나갔다고 인생업적이라고 안 하는 것과 같습니다. EBC나 ABC헬기로도 올라가고 무슨 패스 무슨리 누구나 다 넘을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계속 이것을 도전이라고 스스로 되뇌면서 도전과 업적, 성취과제를 스스로 만든 것은 아닌지 한 번쯤 곰곰이 돌이켜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패스 넘으면서 단체복 만들어서 입고 넘는 것까지는 이해하는데 플래카드까지 만들어서 기념사진 촬영하는 부분은 많은 외국인들이 궁금해하는 부분입니다. (쏘롱라 자전거로 넘는 사람 많이 늘고 있습니다)


2.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노포터 노가이드면 아무리 자료검색을 안 하셨다고 해도 매우 높은 확률로 같은 커뮤니티에 있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반드시 이렇게 막을 수 있는 사태가 다시금 재발되지 않도록 반면교사 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시금 그곳에서의 평화를 빕니다.


네팔에서 트레킹을 하면서 노포터 노가이드를 하는 이유가 연령별로 다르고 능력별로 다릅니다.주머니사정 + 지도를 독해하는 능력 + 산행경험+ 언어소통능력 +노포터 노가이드에 대한 "타이틀" 욕심. 그중에서 언급하고 싶은 부분은 남에게 자랑하고 싶어 하는 "타이틀"에 대한 부분입니다. 


한국 등반과 산행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심지어 욕먹는 부분은 "돈으로 산을 올라간다"는 상업등반주의입니다. 베이스캠프까지 모든 물자를 올리고 거기서 캠프를 구축해나가면서 수많은 인력과 돈으로 캠프와 캠프 사이를 메꾸고 정상 공격조 몇 명만 성공의 빛을 누리게 되는 이 상업등반은 실패하면 다음은 없다는 냉혹한 현실과 남들이 하지 않은 새로운 도전을 통한 "타이틀"따기에 초점이 맞추어지면서 최소 무산소등정 혹은 신루트개척 같은 무리수를 점점 찾게 됩니다. 이런 타이틀에 초점을 맞춘 산행이 베이스캠프 트레킹에까지 타이틀에 욕심을 내게 만들고 사건 사고를 불러오는 것이 아닌지 심각하게 걱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주머니 사정이 여유로운 분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포터 가이드 쓰면 짐 때문에 무거워서 바닥만 보고 걷다가 고개를 돌려 경치를 볼 수 있게 되고 경제가 어려운 네팔 곳곳에 본인이 쓰시는 돈으로 구석구석 모세혈관에 흐르는 피처럼 도움도 줄 수 있는 부분입니다. 과연 무엇이 세월이주는 여유인가를 한번쯤 생각해보시길 권장드립니다. 


3. 일정자랑. 계속 반복해서 언급하는 내용이지만 ABC 1박 2일을 실제로 봤고 ABC를 2박 3일에 하다가 운명을 달리하신 사례를 접한 적이 있으며, 포카라에서 버스 타고 출발해서 3박 4일 무난하게 마친 케이스도 무척 많습니다. 네팔에 오시는 99% 이상의 분들이 피크 등반이 아닌 트레킹 목적으로 오신 분들이고 그렇다면 정상의 성취보다는 히말라야 주변의 풍경이 주는 여유를 찾고자 오신 분들로 이해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ABC 2박 3일 가능? 3박 4일 가능? 이렇게 본인 일정 때문이 아닌 "타이틀" 목적으로 산행을 계획하시는 분들 보면 무척이나 안타깝습니다.


아직도 인터넷에 종종 올라옵니다. ABC 3박 4일 노포터 노가이드 후기 - 결국은 본인자랑 하겠다고 올린 글인데 하나도 대단해 보이지 않으며 이런 글이 쌓이고 쌓여 금일의 사고를 만들었다는 반성의 마음이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클라이밍과 트레킹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네팔에 오게 되면 결국 이것도 저것도 아니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에서는 천미터급 산을 트레킹 하듯 정상에 오르는데 반해 네팔에서는 오천 미터급 고개를 클라이밍 하듯 트레킹을 합니다. 트레킹 하듯 정상에 오르는 한국 산과 클라이밍 하듯 트레킹을 하게 되는 네팔은 무척 상이합니다. 이런 다름을 반드시 이해해야만 모두가 안전하고 목표하는 바를 무리없이 이루어낼수 있습니다.


여정에 평화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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