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중, 직장에서 가장 큰 행사인 유아들 졸업식을 마치고 봄 방학과 함께 송별회를 했다.
여기는 지역교육청 소속 단설유치원이어서 교사는 보통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 1일과 9월 1일에, 행정실에서 근무하는 교육행정직은 1월 1일과 7월 1일의 정기 인사가 있다.
하지만 요즘엔 예전 보다 휴직의 기회가 많아져서 교육행정직의 경우에는 매월 중간 발령도 자주 발생한다.
이번에는 방과후교사를 포함해서 총 12명 중 5명이 정기 인사가 났고 행정직에서도 1명이 중간 발령을 받았다. 여느 때와 다른 점은, 출산율 저하로 인한 유아들의 감소로 인해 우리 유치원도 한 학급이 줄어들어 방과후교사를 포함한 교사 2명도 감원되었다.
대부분의 유치원이 그렇듯 직원들은 거의 여성분들인데다가 나도 유치원 근무는 여기가 처음이고 현재 2년째 근무 중이지만 이번처럼 눈물이 바다가 되어 직원들을 배웅하기는 또 생전 처음이었다.
그만큼 정이 들었고 서로 위하며 잘 지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작년 3월에 새로 오신 원장선생님이 ‘인연’을 무척 소중히 여기시며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기회를 주고 서로 존중하며 잘 지내는 것을 목표'로 하셨었는데 그래서인지 지난 1년 동안의 분위기는 너무나 좋았고 서로 응원하고 격려하며 더욱 잘 지냈던 것 같다.
나이 들어서 얼굴이 빨개지는 것이 싫어 술을 마신 기억이 까마득한데 이번에는 술잔도 여러 번 기울였다. 오랜만에 매취순을 마셨는데 맛은 달았으나 목을 타고 연거푸 들어가 허한 마음에 쌓이는 느낌은 많이 씁쓸했다.
안타깝게도 어쩔 수 없이 그만두셔야 하는 분, 먼 타지역으로 가거나 몸이 안좋아 재충전을 위해 잠시 떠나는 분, 만기가 되어 가시는 분 등 사연도 제각각이었다.
우리는 항상 문서로 발령을 받기 때문에 '공무원은 A4용지 한 장에 담긴 인생'이라는 말을 매번 실감한다.
직장을 옮기면서 생기는 여러 복잡한 감정들 '긴장, 불안, 설레임, 두려움 등'이 분명 함께할 테지만 우리는 그러면서 또 성장하고 각자의 인생 길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숟가락을 마이크 삼아 소감을 한마디씩 하는데 말하는 사람도 울고 듣고 있는 사람들도 함께 훌쩍였다. 다들 정든 곳과 좋은 사람들을 떠나야 하는 마음을 충분히 공감하기 때문에 더욱 헤어짐이 아쉽고 슬펐던 것 같다.
지금의 내 나이 때는 TV 드라마만 봐도 눈물이 나는데 옆에서 대놓고 울어대니 나 역시 안 울 수가 없었다.
어쩌면 오래오래 오늘을 추억할 것 같기도 하다.
몇몇이 건배사를 했다. 기억나는 건배사를 적어본다.
- 공무원 : ‘공’ - 공무원은 / ‘무’- 무조건 / ‘원’ - 원샷
- 박보검 : ‘박’ - 박수를 / ‘보’ - 보냅니다 / ‘겁’ - 겁나게 수고하신 여러분께
- 오징어 : ‘오’ - 오래도록 / ‘징’ - 징그럽게 / ‘어’ - 어울리며 잘 삽시다
나와 같이 근무했던 행정실 직원도 이번에 휴직을 신청했는데 함께 있는 동안 너무 열심히 잘 도와줘서 떠나 보내는 아쉬움도 더 많이 남았다.
아무쪼록 가는 사람 잘 가고, 잘 적응하고, 다들 잘 되기를 빌었다. 또한 남은 우리들도 서로 이끌어주며 새 식구와 함께 좋은 날을 만들어 나가길 기약했다.
'모두들 파이팅~~!!'을 외치며 그동안의 수고와 노력과 석별의 정을 나누고 아쉬움과 격려를 담아 마지막으로 진한 포옹을 했다.
내일이 정월 대보름이라더니 우리의 마음을 밝혀주는 듯 동그란 달도 휘영청 밝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