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하늘은 어디선가 따스한 봄기운이 먼저 오려고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은데 눈치 없는 동장군의 기세는 꺽일 줄도 모르고 연일 칼바람을 매섭게 몰아치고 있다.
커다란 유리창으로 고개 내민 햇살은 따사롭고 화사하게 보이는 반면 밖은 거짓말인 것 처럼 무지막지하게 할퀴어대는 세찬 바람에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였다.
뼈속 깊이 차가운 공기가 스며드는 하얀 겨울이 되어 하루의 바쁜 일상을 마무리하고 피곤한 몸을 충전하기 위해 파고드는 우리 방 침실에는 작년까지만 해도 별다른 난방기구가 없었다.
오래전부터 돌침대를 사용하고 있긴 하지만 '전자파가 나오면 건강에 해로울 수도 있다'는 편견에 사로잡혀 플러그를 꽂아 볼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수년 동안 습관처럼 단순히 침대 역할만 하고 있었다.
몸이 으슬거릴 정도로 차가운 날 막 깔아놓은 이불속에 들어갈 때 느껴지는 싸늘한 기운을 맨몸으로 부딪히며 조금 춥다 싶으면 이불을 겹겹이 쌓아 온기를 유지했었다.
그런데 올 겨울은 유난히 더 춥게 느껴졌고 따스함이 더없이 그리웠다.
거의 일주일 동안 쉬지 않고 내렸던 짙은 눈의 영향도 없지 않겠지만 26년 동안 함께 사셨던 시부모님도 모두 돌아가시고 애들도 모두 타지에 있어서 그런지 아파트 안의 기온이 다른 어느 때보다 더 시리게 느껴졌다. 그리고 우리 부부도 중년의 나이를 먹다 보니 한 가닥의 따스한 온기조차도 꽁꽁 싸매어 붙들고 싶을 정도로 싸늘한 한기가 불편하게 다가왔다.
어느 날, 방안에서 뱅글뱅글 맴돌던 차가운 공기가 내 코끝에 잠시 머무르는가 싶더니 결국 감기가 걸렸다. 체력이 떨어지고 몸이 차갑다고 느껴질 쯤 문득, 최근에 겨울 캠핑을 처음 하면서 사용했던 '전기장판'이 생각났다.
전에는 남편도 '전기장판을 사용하면 피가 마른다는 둥, 전류가 몸에 흘러서 별로 안 좋다'는 말들을 했었다. 그래서 조금 망설여지긴 했지만 "자갸~ 침대가 너무 차가운 것 같은데 전기장판 한번 써 볼까?"라는 물음에 별 대꾸가 없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바로 침대 바닥에 전기장판을 안 보이게 깔고 온도를 아주 약하게 올려봤다. 아무래도 싸늘한 거실에 내내 머물러 있다가 온기 가득한 침실로 들어오니 이불로 전해지는 포근함이 좋았는지 남편도 자연스럽게 전기장판의 매력에 빠져버린 것 같다. 방 공기까지 따뜻하게 데울 수는 없었지만 이 작은 공간만이라도 아늑함을 느낄 수 있으니 천국이 따로 없다.
결국 해답은 '전기장판'이었다.
'이런저런 편견은 개나 주라' 하고 결국 '전기장판을 사랑해야 할 나이가 되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차가운 이불속에 들어가서 내 체온을 빼앗기며 따뜻해지기를 기다리는 것보다 작고 얇은 전기장판의 힘이 훨씬 크고 빠르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또한, 작은 물건 하나로 따스한 행복을 느낄 수 있어서 더없이 좋았다.
냥이도 따스함이 좋은지 침대 아랫목을 벗어나지 않는다.
‘이렇게 좋은 문명을 이제야 누리다니!’ 그만큼 나이 먹었음을 또 한 번 실감하지만 지금이라도 알게 되어서 무척 다행이다.
얼마 남지 않은 쌀쌀한 겨울을 따뜻하고 포근하게 보낼 수 있겠다.
참 좋은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