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계획 조기 점검
2025년 한해가 시작된 지 벌써 두 달이 지나고 있다.
새날이 시작될 때 만해도 하늘을 찌를 것만 같던 새로운 각오와 다짐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날이 점점 무뎌져 가는 것만 같고 그 자리에 '게으름'이라는 놈이 스멀스멀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그때는 분명, 새날을 맞이하여 가장 먼저 건강을 챙기고 글을 꾸준히 쓰며 악기 연습이나 영어공부 및 독서를 열심히 하겠다고 글을 남겨 해이해지지 않도록 다짐을 했었다.
지난해 건강검진에서 콜레스테롤이 높다는 진단을 받아 매월 혈액형 검사도 하고 조심한다고 노력했으나 다시 수치가 높아져서 이제는 어쩔 수 없이 약을 복용하고 있다.
의사 선생님께 "안 아프면 약 안 먹어도 되요?"라고 물어봤다가 한 소리 들었다. "진단을 하고 약을 처방받았으면 드세요. 왜 안 드세요?"
그래서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곱다'라는 속담을 되새기며 이제부터는 '고민하며 못 먹는 괴로움보다 눈치보지 않고 잘 먹는 기쁨'을 선택하기로 했다.
'글쓰기'는 꾸준히 글을 쓰고 있으니 아직은 잘 하고 있는 것 같고 '영어'도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서 짬짬이 조금씩 하고 있다.
'독서'는 소설이 대부분이지만 두 달 동안 20권 정도의 책을 읽었다. 그 중 청소년 도서 같지만 영국 옥스퍼드대 필수 도서로 선정되었다는 연예인 차인표 소설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과 '인어사냥' 같은 작품 등이 참 인상적이었다.
문제는 '악기 연습'이다. 직장에서 바쁜 일상을 보내고 퇴근을 하면 조금이라도 더 쉬고 싶은 마음에 남편과 함께 소파 위에 붙박이가 되어 TV를 사수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남편과 보고 싶어 하는 방송이 다를 때는 잠시 양보하고 나만의 시간을 갖는데 그렇다고 악기연습을 하지는 않는다. 저녁엔 층간소음도 있을 것이고 눈도 아프다는 등 다른 핑계를 갖다대기 일쑤다. 악기는 잘 치고 싶으나 연습하기는 싫고 참으로 영원히 풀 수 없는 어려운 숙제다.
독서나 글쓰기는 누워서도 할 수 있고 수시로 메모할 수 있으니 잘 지켜지지만 악기 연습은 따로 시간을 내어 나만의 공간에서 연습을 해야 하는 작업이라 자꾸만 미루게 되고 결국 일주일 내내 마음 한 켠에 부담으로 남아있다가 동호회 가기 전날 겨우 한두 번 튕기는 정도다.
한가지 희한한 점은 바쁠 때는 이것 저것 발등에 불 떨어진 순서대로 잘 해내는 타입인데 여유가 생기고 한가해질수록 오히려 더 나태해지고 일을 더 미루게 된다. '불치병'인 것 같다.
다음 주면 3월이 시작된다.
어제도 눈발이 날릴 만큼 바람은 여전히 매서웠지만 며칠새 해도 많이 길어졌다.
내가 근무하는 곳은 단설유치원이라 방학이 따로 없어서 계속 근무였으나 겨울 동안 글도 쓰고 책도 읽고 여유롭게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다.
하지만 새 학기가 시작되면 유아들도 한 학년씩 올라가게 되고 교사도 바뀌고 다시 바쁜 일상이 시작된다. 행정실 역시 나를 도와줬던 직원이 바뀌어서 분위기도 많이 다를 거고 서로 적응해야 하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원래도 소심했지만 낯선 환경이 부담되는 건 어쩔 수 없다.
원장선생님 말씀 중,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도 '도전'이라고 하셨다. 그동안 잘 이겨내 왔던 것처럼 미리 겁먹지 않고 더 안 좋을 수도 있을 상황보다 더 낫다고 스스로 위로하고 격려하며 다가오는 날들을 잘 지내야겠다. 또한, 그동안의 나태함을 털어내고 또다시 나사를 조이고 빤질빤질하게 기름칠을 하여 악기연습은 물론이고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마음을 다잡아야겠다.
나를 위로하는 따뜻한 글과 응원의 문구를 되새기며 마법의 주문을 걸어본다.
"똑같은 하루"
화내도 하루
웃어도 하루
어차피 주어진 시간은
똑같은 하루
기왕이면
불편 대신에 감사를!
부정 대신에 긍정을!
절망 대신에 희망을!
"괜찮아, 다 잘 될꺼야, 너를 응원할께 아자 아자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