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요법!
아침저녁으로 기온이 쌀쌀하더니 감기 바이러스가 이제나저제나 누군가에게 침투할 기회를 엿보며 득시글거리는 것 같았다.
남편도 갑자기 감기 증상이 나타났는데 나이를 먹어서인지 기침이 떠나질 않고 꽤 오랫동안 감기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그리고 남편이 조금 나아질 즈음, 역시나 그냥 지나치지 않고 홀연히 나에게로 다가왔다. 사방이 바이러스 천국인데 그래도 잘 버틴다 싶어 방심하고 있을 때 새벽공기가 조금 차갑게 느껴지더니 목이 땡땡 부어서 침도 삼키기 어렵고 말하기 힘들 정도로 고통이 느껴졌다.
이렇게 목이 아픈 날에는 어린 시절 엄마가 해 주셨던 '민간요법'이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목이 아프다고 하면 엄마는 부뚜막에서 팔팔 끓고 있는 솥단지 안에 쇠젓가락을 넣어 따뜻하게 데우고 나를 마당 한가운데로 불러 세우셨다. 그리고 동쪽을 바라보며 입을 크게 벌리라고 하셨다.
‘아~~’하고 벌리면 젓가락으로 목젖이 닿게 한 후 내 뒤에 서서 양쪽 귀를 위로 잡아당기며 ‘목젖 추키자, 목젖 추키자’ 하셨다. 아마 목젖이 깜짝 놀라서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라고 하는 요법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신통방통하게도 언제 아팠냐는 듯 그 방법이 항상 제대로 효과를 발휘했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어느 날, 목이 많이 아파서 엄마가 하셨던 것 처럼 젓가락을 뜨거운 물에 데워 거울을 바라보며 혼자 비슷하게 흉내를 내 본적이 있다. 우주의 모든 기와 정성을 모아 기도하는 마음으로 하시는 엄마의 요령에 비하면 내가 하는 것은 단순히 ‘따라쟁이’에 지나지 않았다. 당연히 효과도 없었고 결국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거나 약을 처방 받았다.
엄마의 방법에 정말 어떤 보이지 않는 힘이나 마력이 숨어 있었던 걸까? 지금도 생각해보면 참 아리송하다.
최근에 연배가 비슷한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문득 남직원도 '어렸을 때 감기에 걸리면 어머님이 비슷한 방법으로 민간요법을 해주셨다'는 말씀을 들었다. 그 당시 나는 이곳과 멀리 떨어진 동부권에서 살고 있었고 여기는 서부권인데 인터넷도 발달되지 않은 수십 년 전에 서로 다른 공간에서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상황들이 발생했다는게 무척 신기하게 느껴졌다. 아마 옛날 옛적부터 효과가 있는 민간요법들은 구두로 전해져 내려와 서로 공유하지 않았을까 생각되었다.
열기가 가득한 거친 나의 숨소리를 들으며 땀에 젖은 모습으로 꿈속을 헤매는 동안 잔뜩 걱정하시는 눈빛으로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던 엄마의 굵은 손마디가 생각났다.
감기가 만땅인 지금 살아계셨다면 전화라도 해서 ‘나 아프다’고 투정이라도 부릴텐데...
아련한 기억과 다시 돌이킬 수 없는 옛 추억에 잠기며 점점 잊혀져가는 엄마의 희미한 모습을 천천히 떠올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