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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부대 개방'

얘들아 고마워~~~^^

by 바람꽃

2025.7월, 큰아들이 근무하고 있는 부대에서 토요일 오전에 '개방행사'를 개최한다고 했다. 남편과 나는 금요일 오후에 부랴부랴 조퇴를 하고 5시간 동안 운전을 교대하며 열심히 포항으로 향했다.

다행히 해병대 장교인 딸도 2주 전에 오빠와 같은 부대로 발령받아 우리 집 안방 여기저기에 쌓아 놓은 딸의 짐들을 차에 몽땅 싣고 미리 알려준 해군 아파트로 갔다.

딸과 아들은 같은 아파트 단지 내에 살고 있어서 이 집 저 집 방문하기가 한결 수월했다.

남편은 ‘요리 솜씨를 발휘해서 밑반찬이라도 조금 챙겨가겠다’고 했지만 점점 날씨도 더워지고 요즘 젊은이들처럼 집보다는 밖에서 먹을 일이 더 많을 것 같아 가슴에서 마구 용솟음치는 '부성애'를 말리느라 힘들었다.

고깃집에서 늦은 저녁을 먹고 영일대 해안가를 거닐었다. 금요일이어서인지 식당에도 해변에도 사람들이 제법 북적거렸다. 반짝반짝 빛나는 화려한 불빛과 하얗게 밀려드는 잔잔한 바닷물결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오랜만에 추억의 게임인 '달고나와 황금 잉어 뽑기, 못 박기'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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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고나 게임은 성공하면 한 번 더 기회를 준다고 했다. 큰아들과 딸은 조금 쉬워 보이는 우산을 선택했다. 그런데 사장님이 바늘과 물 그릇을 주시면서 ‘물을 너무 많이 묻히면 안된다’고 했다. 그 말에 열심히 긁어만 대다가 둘 다 실패하고 말았다. 하지만 한쪽 귀퉁이가 쪼개진 우산도 서로 나누어 먹으니 달콤하기만 했다.

못 박기는 성인 키 만한 높이에 통나무를 두고 남자는 세 번, 여자는 여섯 번 안에 머리가 보이지 않도록 다 박으면 성공! 다들 ‘그까이꺼’ 하며 얼핏 쉽게 생각했지만 우리 앞, 뒤로 실패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우리는 남편이 먼저 도전을 하면서 딸에게 요령을 가르쳐줬다. 남편은 당연히 성공을 했고 딸도 첫 번째는 삑사리 났으나 다행히 막판까지 온 신경을 집중하며 결국 내가 갖고 싶었던 ‘말할 때마다 녹음이 되고 춤추면서 말을 따라 하는 인형’을 받았다.

사장님이 오늘 특별히 새로 주문하신 인형이라며 방금 전에 건전지까지 끼고 막 진열하던 참이었는데 우리에게 주려고 그 수고를 하셨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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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황금 잉어 뽑기도 하고 싶다고 했다. 네모난 숫자판 위에 그림이 그려진 바 2개를 가로와 세로로 올려놓은 뒤, 통에서 뽑은 숫자와 일치하면 같은 모양의 엿을 받을 수 있는데 다행히 꽝은 아니고 비행기를 뽑았다. 자세히 보면 비행기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도 같은 손바닥 만한 엿을 받고 다 큰 어른이 빨아먹고 다니기도 애매해서 부모에게 안겨 가는 어린 꼬맹이에게 줬더니 무척 좋아했다.

환한 달빛 아래 가끔씩 하늘을 수놓는 작은 불꽃들과 버스킹을 하는 분의 감미로운 노래를 들으며 우리 가족은 서로의 팔장을 낀 채 포항 항구의 아름다운 밤에 조금씩 스며들어갔다.

둘째 아들은 경기도 육군부대에서 복무 중인데 꼭 한 명씩 빠진 애들이 생각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모의 마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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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잠자리는 같이 살기로 하신 상사가 아직 입주 전이라는 딸의 아파트에서 자기로 했다.

우리 집은 실내 온도가 31도나 돼서 무척 더웠는데 이곳은 강풍주의보가 내려서인지 낮 기온도 27도로 별로 덥지 않았고 오히려 춥게 느껴져서 이불을 덮고 잘 정도였다. 덕분에 편히 잘 잤다.

다음 날, 아들은 행사 준비로 꼭두새벽에 출근을 하고 딸과 나는 남편의 재촉에 이끌려 행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부대 정문으로 부산하게 떠밀려 갔다.

부대에 들어가기 전, 문자 메시지로 알려준 대로 ‘국방 모바일 보안 어플’을 먼저 설치했다. 보안 유지를 위해 사진 촬영을 금하는 것 같았다.


1층 대기실로 들어가니 아들이 늠름한 모습으로 윗사람들과 나란히 서 있었다.

행사는 상급자들을 먼저 소개하고 영상을 간단하게 상영한 후 생활관을 견학했다. 아들은 ‘중대장’으로서 군인 가족들에게 생활관 안내를 했다.

TV에서 보던 대로 개별 침대와 관물대가 말끔하게 정리된 채로 배치되어 있었는데 관물대뿐만 아니라 캐비닛도 너무 오래되어 녹이 슬거나 색이 바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나라를 위해 고생하는 군인들을 위한 복지와 지원을 좀 더 신경써줬음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다음은 이 행사의 '하이라이트'로서 장갑차와 전차의 늠름한 모습을 보기 위해 바닷가 쪽으로 나갔다.

어제보다는 바람이 덜 했지만 바다에서 시연을 하기에 무리가 있어서 해변에 군용차량들을 일렬로 세워놓고 직접 타보기도 하고 부대와 가족이 함께 사진도 찍는 이벤트를 가졌다.

꼭 바닷가에 처음 놀러 나온 아이처럼 해변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기도 하고 모래 위에 하얀 발자국도 남기며 포항의 해풍에 마음껏 기대었다. 행사를 무사히 마친 병사들은 가족과 함께 외박을 허가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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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아들과 함께 구룡포에 있는 ‘솥밥’집으로 향했다.

바로 앞이 해수욕장이어서 기다리는 동안 푸른 하늘과 맞닿은 바다 풍경들을 사진에 담고 바삭바삭한 해물 파전과 영양 가득한 솥밥으로 든든하게 점심을 먹었다.

다음은 몇 달 전에 왔다가 진입도로 공사 중이어서 발길을 돌려야 했던 ‘오어사’ 라는 절로 향했다.

소박하고 아담한 절이지만 사람들이 제법 많이 보였다. 커다란 저수지를 둘러싼 산 중턱에 위치하고 있어 산행을 하기 위해 오는 사람들인 것 같았다.

그리고 딸이 포항의 '핫플레이스'라고 알려준 예쁜 카페에서 망고로 가득찬 달콤한 팥빙수를 먹고 근처에 있는 낚시공원으로 가서 산책도 했다. 반짝이는 윤슬이 사라질 때 쯤 마지막 목적지는 아들이 예약해 준 해병대 호텔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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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에 올 때마다 저물어가는 석양을 바라보며 붉게 물들어 가는 노을 사진을 담고 싶다는 소망이 있었는데 오늘 작은 소원을 이루었다. 해안가 절벽 위에 지어진 운치있는 호텔 안에 들어서니 하루의 힘을 다한 검붉은 태양이 내일을 기약하듯 조금씩 스러지고 있었다. 바다를 중심으로 포항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화려한 야경과 어스름한 공장의 그림자 또한 한 폭의 그림처럼 멋있었다.

큰아들 덕분에 오히려 우리가 여행온 것처럼 온종일 여기저기 구경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아주 알차고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즐거운 시간들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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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은 아침 일찍 호텔 근처에 있는 등대와 해변이 이어진 마을을 산책했다. 이른 시간이라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나도 문득 낚시를 하고 싶었다. 예전에는 남편과 낚시도 많이 다녔었는데 물고기가 불쌍하게 보인 이후부터 낚시도 끊었다.

산책을 마치고 포항에서 맛집이라 알려진 식당에서 물회를 먹고 우리는 다시 목포로 고고~

행사는 당일 한나절이었지만 2박 3일의 우리의 여정은 마치 3박 4일을 보낸 것만큼 가득차고 뿌듯했다.


"얘들아~~ 너희들 덕분에 즐거운 여행이었어.

고맙고 많이 많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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