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입성

도깨비 나라

by 바람꽃

- 3일차 -

새벽부터 6시간을 달려 캐나다 국경에 도착했다.

단풍 왕국으로 알려진 캐나다는 이래저래 지인에게 들은 정보들이 있어 친숙하기도 했고 드라마 ‘도깨비’의 인상이 너무 좋아서 진즉부터 꼭 한번 가보고 싶다는 바램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너무나 설레고 기대되었다.

중간중간 휴게소에 들러 잠시 쉬어 갔는데 한국처럼 주유소와 편의점이 같이 있었다. 예전에는 무엇을 먹고 싶거나 사고 싶으면 괜히 돈 아깝고 쓸데없는 낭비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나이를 먹어서인지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지금 아니면 언제 해보겠어, 써야 내 돈이지~’

남편도 조금은 나와 비슷하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들르는 휴게소마다 맛이 다른 가느다란 소시지 하나 사서 나눠 먹는 경험을 했다. 참 소박하지만 그것 조차도 즐거운 추억이었다.

가이드님 말씀이 최근에 캐나다가 미국과 사이가 좋지 않아서 국경에 도착하면 무엇으로 꼬투리를 잡을지 모르니 음식물도 웬만하면 다 먹고 흔적을 없애라고 했다. 그리고 직원이 무엇을 물어보면 서툰 영어로 대답하려다가 괜히 트집 잡히지 말고 '난 아무것도 몰라요'라는 표정으로 그냥 미소 지으라고 했다.

레인보우 브릿지 끝에 캐나다 입국 심사소가 바로 있었다. 잔뜩 긴장한 채 차례대로 줄을 섰는데 직원이 여권을 확인하면서 간단한 질문을 했다. 40년이 넘도록 영어 공부를 하고 있는데도 긴장해서인지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고 그냥 웃어넘기고 말았다. 어떤 부부는 일부러 잘난 척하려는 것처럼 되려 영어로 질문도 했다. 나 스스로 조금 창피했다. 아무튼 많이 쫄았던 거에 비해 별일 없이 무사히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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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캐나다에 입성!

레인보우 브릿지에서 부터 이미 나이아가라 폭포가 보인다.

이곳에 한 번씩 여행 오신 분들 말씀이 ‘미국보다 캐나다에서 보는 나이아가라 폭포가 훨씬 멋지다’고 하셨는데 그 의미를 알 것 같았다. 다리 가까이에 있는 미국 쪽 폭포는 폭도 좁고 규모가 작은 반면, 멀리 보이는 캐나다 쪽이 훨씬 크고 더 웅장하고 멋있었다.

다리를 건너자마자 이곳에서 가장 높은 '스카이론타워 전망대'에 올랐다. 360도 회전하는 유명한 레스토랑에서 미국과 캐나다의 나이아가라 폭포는 물론이고 근처의 캐나다 뷰도 한눈에 보면서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비싼 스테이크와 연어는 생각보다 맛이 별로였지만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는 그림같은 풍광과 웅장한 폭포 소리에 좀처럼 입을 다물 수가 없을 만큼 아름답고 황홀하고 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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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미국 폭포 오른쪽-캐나다 폭포

'클리프턴 힐'은 경사진 언덕에 재미있는 가게들이 밀집되어 있는 곳으로 커다란 대관람차를 주변으로 90년대에나 있었을 법한 귀곡산장, 게임장, 스타들의 왁스 뮤지엄, 놀이공원 같은 오래된 시설이 많았는데 애들이나 있으면 모를까 기념품 가게를 구경하는 것 말고는 별로 할 것이 없었다. 특히, 밤 분위기가 더 화려하긴 했지만 내가 처음 발을 내디딘 캐나다의 이미지는 인구도 많고 생동감이 있는 화려한 번화가의 느낌보다 유명한 폭포 때문에 겨우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시골 분위기여서 약간의 실망감이 느껴질 정도였다.

남은 시간에는 폭포 주변을 따라 데크를 걸었는데 계속 보고 있으면 멀미가 날 정도로 시린 강줄기의 역동적인 모습과 쏟아지는 햇살 아래 에매랄드 빛 물결을 마주하니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로 위엄있게 느껴졌다. 강물을 따라 걷기도 하고 공원도 둘러보고 여기저기 관광지를 구경했다.

오늘 일정 중에서 옵션으로 제트보트를 타는 시간이 있었으나 우리 부부는 일부러 물벼락을 맞는 관광보다 조금 쉬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대신 폭포 하류 근처에 있는 동네를 한 바퀴 돌았다. 컴퓨터 화면에서나 볼 수 있는 예쁜 정원과 서양식 아담한 목조 건물 주변을 걸었는데 오히려 우리 둘만의 낭만적인 시간이 되었고 자연의 소리 가득한 잠깐의 여유를 오롯이 느낄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는데 캐나다의 어느 한적한 거리에 남편과 단둘이 산책을 했던 그 순간이 오래오래 기억에 남았다. 특히 캐나다까지 가서 '네잎클로버'를 찾은 것은 두고두고 잊지 못할 좋은 추억거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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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헬기 투어 시간!

남편과 실랑이 끝에 결국 헬기를 타기로 했다. 바로 눈앞에서 본 헬기는 잠자리를 확대시켜 놓은 것처럼 정말 작고 귀여웠다. 다행히 지금은 비수기라 오래 기다리지 않고 금방금방 탈 수 있었다. 잠깐 위로 떴다가 한 바퀴 돌고 조심히 내려오는 과정이 생각보다 무섭거나 위험하지 않았고 그냥 놀이기구를 타는 것 같았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이아가라 폭포를 중심으로 상공을 맴돌았는데 정말 감탄스럽고 환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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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는 나이아가라 폭포 야경을 보기로 했다. 10시에는 폭포 앞에서 '불꽃 이벤트'를 한다고 해서 더욱 기대가 되었다. 몰려드는 인파 속에서 겨우겨우 자리를 잡고 기다리고 있으니 형형색색의 불꽃들이 한참 동안 하늘을 수놓았다. 화려한 불꽃 속으로 빠져들고 싶을 만큼 무척 장관이었다.

사람이 많아서 폭포를 제대로 보기 쉽지 않았지만 멀리서 비춰주는 오색빛깔의 조명 아래 끊임없이 울어대는 무서운 동물의 포효 같은 웅장한 소리와 하얀 안개가 솟아나는 것 같은 비경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이벤트가 끝나고 돌아가는 길에 기념품 가게에 들러 열쇠고리도 사고 폭포 주변 야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대관람차도 탔다.

가장 특이했던 점은, 관람차에서 뿜어져 나오는 화려한 조명 주위를 갈매기같이 생긴 수많은 새들이 계속 날아다니면서 맴도는 장면을 볼 수 있는데 무척 신기했다. 남편과 '왜 그럴까?' 계속 궁금해하던 중에 가장 그럴싸한 답을 찾아냈다.

- 조명을 보고 달려든 나방이나 곤충들을 새들이 잡아먹으려고 불빛 주변을 계속 맴돈다는...! 아님 말고^^ -

오늘도 당연히 만 보를 넘기고 피곤할수록 잠을 잘 잘 수 있을 거란 근거 없는 편견에 기대며 또 하루를 근사하게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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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일차 -


오늘은 미국의 나이아가라 폭포와 폭포 주변을 더 깊고 가깝게 바라볼 수 있는 일정이었다.

우선 모두에게 나눠 준 비옷을 걸치고 씨닉 터널을 지나면 웅장한 폭포를 바로 옆에서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가 나오는데 한없이 쏟아지는 거대한 폭포를 직접 마주하니 더할 나위 없이 가슴 벅차고 감탄스러웠다. 터널의 또 다른 방향은 폭포의 안쪽에서 바라보는 듯한 위치인데 위험해서인지 아쉽게도 개방하지 않았다.

드디어 유람선을 타고 폭포 가까이 가다 보니 깍아지르는 듯한 절벽에 어젯밤에 본 수많은 새떼들이 모여 있었는데 폭포의 거센 물살에 밀려 '기절해 버린 물고기들을 잡아먹기 위해서' 라고 했다.

유람선을 타기 전에 가이드님이 팁 하나를 알려주었다. 믿거나 말거나 폭포에 가서 '나이야 가라~' 를 외치면 외칠수록 더 젊어진다고 했다. 직선으로 내리꽂는 폭포의 비경을 바라보며 비옷이 흠뻑 젖도록 사진도 찍고 '나이야 가라~~'를 목이 아플 정도로 열심히 외치기도 했다. 귀를 찢는 듯한 굉음과 한편의 광고를 보는 것 처럼 시원하게 쏟아져 내리는 물줄기가 너무나 장엄해서 도무지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버스를 타고 가서 나이아가라 폭포가 태초로 시작되었다는 지점을 방문했는데 굽이치는 강줄기가 원을 그리며 소용돌이를 일으키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미국에서 유명한 '월풀 세탁기' 나이아가라 폭포의 '천연 소용돌이'에서 착안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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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는 나이아가라 온 더 레이크(작은 마을)를 방문하고 온타리오 호수를 감상했다. 한마디로 캐나다의 작은 시골을 방문한 느낌이다. 우리 동네인 것처럼 어색하지 않게 골목을 누비며 1개에 만원이 넘는 비싼 아이스크림도 사서 나눠 먹었다.

도로마다 가로수용으로 예쁜 꽃이 핀 커다란 나무들이 있었는데 이것이 바로 ‘마로니에’라고 했다. 이름은 많이 들어봤지만 꽃을 직접 본 기억이 없어서 문득 마로니에의 ‘칵테일 사랑’이라는 노래가 생각났는데 남편은 ‘지금도 마로니에는’라는 아주 오래된 노래를 떠올리며 그때부터 중독이 되었는지 지금까지도 틈만 나면 계속 듣고 있다. 역시 남편과 세대 차이가 풀풀 난다!

노래로만 듣던 마로니에를 캐나다에서 직접 보다니 다시는 절대 잊어버리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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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로니에 나무


작은 정원이 있는 아담한 집들과 다양한 상점들이 즐비한 거리를 지나며 이국적 정취에 흠뻑 빠져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여유 있게 산책을 했다. 30분 정도 길을 걸어가다 보면 미국과 캐나다에 걸쳐진 거대한 5개의 호수 중 가장 작은 호수인 '온타리오 호수'를 볼 수 있는데 말이 호수지 정말 바다처럼 파도가 출렁이고 수평선이 보이지 않을 만큼 크기가 어마어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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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코스는 ‘아이스 와인 와이너리’다. 와이너리는 와인을 만드는 장소를 의미하는데 아이스 와인의 유래는 18세기 독일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독일의 한 양조업자가 포도를 제때 수확하지 못해서 많은 포도가 나무에 매달린 채로 얼어붙었다고 한다. ‘이왕 버릴 바에야 포도주라도 만들어보자!’ 하고 만든 게 아이스 와인의 시작이다. 그런데 캐나다의 아이스 와인이 더욱 유명한 이유는 바로 영하 10도 아래로 떨어지는 기후 및 지리적인 환경 때문이라고 했다. 더군다나 포도가 녹지 않도록 겨울밤에 수확을 해서 더 비싸다는?!

그렇게 귀한 와인을 모두에게 한 모금씩 나누어 주면서 먼저 눈으로 맛을 보고, 코로 향기를 느끼고, 입에 머금으면서 천천히 음미해 보라고 했다. 향도 좋고 달콤한 맛도 무척 좋았는데 생각보다 사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조금 미안했다.

이렇게 향기로운 오늘 일정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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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나이아가라 폭포에서의 마지막 날이라 하나라도 놓친 거 없이 모두 눈에 담기 위해 쉬고 싶다는 남편을 끌고 밖으로 나갔다. 불꽃놀이도 다시 한번 보면서 또 그렇게 마음에 되새겼다.

저녁 식사는 자유식이라 시내를 구경하면서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가 결국 햄버거 가게로 갔다. 남편은 ‘햄버거에는 콜라여~’하면서 평상시에 잘 먹지 않는 음료를 골랐다. 여행을 하다보니 이런 거, 저런 거 별로 신경쓰지 않고 마음껏 정할 수 있는 상황들이 다시 젊은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다.


그런데 사실 나의 캐나다에 대한 첫 이미지는 생각보다 별로였다.

나이아가라 폭포 주변 도시는 버려진 마을처럼 쓰레기들이 나뒹굴었고 사람들이 많이 빠져나간 듯 휑한 바람이 불어 조금 쓸쓸하게 느껴졌다. 어쩌면 더 이상 발전이 없는 어느 과거 시대에 멈춰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그건 잠깐의 생각일 뿐이고 매일, 매 순간, 즐거운 추억을 쌓다보니 점점 좋아지고 있었다.

특히 날씨도 잘 도와줘서 가는 곳마다 살갗을 간지럽히는 부드러운 바람을 맞으며 마음껏 즐겼다.

가끔 나이아가라 폭포로 수학여행 오는 캐나다 청소년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 대부분 프랑스어를 썼다. ‘여긴 어디? 넌 누구?’ 내가 프랑스에 있는지, 캐나다에 있는지 헷갈릴 정도였다. 가이드 설명으로는 캐나다가 오랫동안 프랑스의 식민지였기 때문이라며 다음 일정에 가볼 퀘백은 프랑스계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영어보다 오히려 프랑스어가 공용 언어라고 했다.


시차적응은 여전히 잘 안되서 새벽에 눈을 뜨면 그대로 날을 새는 경우도 있지만 지금 주어진 시간들이 너무나 좋아서 피곤하면 피곤한 대로 최선을 다해 열심히 움직였다. 그나마 아프지 않고 잘 버티고 있는 내가 많이 고마웠다.


< 다음 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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