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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꽃 Apr 22. 2024

아버지의 하늘

까만 새벽을 깨우는 부지런한 장닭이 한참을 졸고 있는 사이

아버지는 금빛 햇살이 고개를 내밀기도 전에 출항을 나가신다


아버지의 하늘은 날씨와 상관없이 고기잡이에 따라 달라진다

오늘은 또 어떤 하늘을 갖게 되실까?     

 

아버지의 하늘은 때론,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파란색이다

만선의 꿈을 가득 안고 드넓은 바다를 향해 나아가는 쪽배에

아버지 바램처럼 고기가 가득하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하늘은 때론, 시커먼 구름이 가득한 미운 하늘이다

가족들 굶기지 않고 자식새끼 공부시키고자 하는 마음과 

상관없이 작은 쪽배가 넓어 보일 만큼 비어있기 때문이다


쪽배가 가벼우면 아버지의 하늘은 어두운 회색 빛이고  

쪽배가 무거우면 아버지의 하늘은 무지개 빛으로 반짝인다    

 

세월이 흘러 다 낡아서 고쳐 쓰기도 어려운 

다 헤진 그물망을 어깨에 메고 

오늘도 어제처럼 낡은 그물을 드리운다     


저물어 가는 붉은 석양 빛을 뒤로한 채  

낮은 돌담길 담장 밖으로 보이는 아버지의 주름 진 얼굴은 

‘앗싸~’ 오늘은 ‘맑음!’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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