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람꽃 Apr 19. 2024

봄의 전령사!

동백꽃

아파트에서 입구까지 내려가는 길가 담장 위에는 다가오는 계절의 설레임을 전해주는 갖가지 꽃과 나무들이 많다

아직 추위가 매서운데도 틈틈이 내비친 햇살 한줌에 기대어 가장 먼저 뽀얀 속살을 드러낸 하얀 매화와 아기 도마뱀 발바닥을 닮은 앙증맞은 산수유꽃새색시의 볼처럼 발그레한 

연분홍빛 살구꽃이 이미 봄이 가까이 다가왔음을 알리고 있었다뒤이어 수줍은 듯 다소곳이 고개 숙이고 있는 수선화와 삐약삐약 샛노란 병아리들을 생각나게 하는 개나리도 환하게 피어 있었다

인근 어느 곳에서는 커다란 풍차가 부드러운 바람을 맞으며 천천히 돌고 있을 것 같은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하는 여러 튤립들과 이제 막 봉오리가 맺혔는가 싶으면 잠깐 피었다 금새 사그라들어버리는 순백의 목련까지 봄의 전령사들이 차례차례 무리지어 한순간 피었다가 슬며시 사라져 가고 있을 때쯤순한 양을 생각나게 하는 여러 동백꽃들 역시 여기저기서 숨죽이며 기다리고 있다가 어느 틈에 나타나 방긋 웃음 짓고 있었다     


동백은 우리가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흔하디 흔한 꽃 중에 하나다예전엔 별로 관심이 없어서 몰랐는데 동백마다 꽃 모양과 색상이 정말로 다양했다

제주도에는 보통 동백꽃이 겨울에 피기 시작한다는데 한라산의 따사로운 바람이 이제야

여기까지 전해졌는지 어느 순간 우리 동네에서도 여러 종류의 동백꽃들이 발걸음을 옮기는 곳마다 보이기 시작했다

보통 평범한 탐스러운 동백부터 몇 번을 봐도 장미꽃인가 헷갈릴 만큼 검붉은 동백커다란 수국을 닮은 꽃이 제법 큰 동백그리고 작은 새들과 견주어도 비교가 안될 만큼 조그마한 애기 동백과 순백의 하얀 동백도 있었다또한동백꽃의 색상도 다양할 뿐만 아니라 하나의 동백나무에서 다둥이처럼 여러 색이 함께 어우러져 피어있는 특이한 동백도 있었다.

사계절 내내 어디에서나 푸르름을 유지하며 차디찬 하얀 겨울에서부터 여린 꽃과 향기를 선물 해 주는 동백꽃의 고마움과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꼈다.         


계절마다 누가 봐주지 않아도 홀로 조용히 꽃을 피웠다가 한 순간 제 몫을 해 내고 또 소리 없이 사라져버리는 자연의 신비함이 볼 때마다 가슴 벅차고 아름다웠다.

따스한 봄볕에 움츠러 있던 나무들도 생기를 되찾아 기지개를 켜고 하나 둘 저마다 바쁘게 자라나는 연한 초록빛 새싹들을 마주하니 마음에도 환한 온기가 전해지면서 온갖 상념들이 스스로 치유되는 것 같고 기분이 좋아졌다


오늘은 오랜만에 골목길을 누비며 곳곳에 어떤 꽃과 나무들이 빼꼼이 고개 내밀어 반기고 있는지 찾아 나서봐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남편은 요리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