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의 최대 관심사이자 고민이고 이슈는 바로 '탈모'이다.
작년에 탈모에 관한 글을 쓰고 상태가 좋아져서 한동안 안심했었는데 긴장을 놓아서인지, 아니면 계속 염색과 파마를 해서인지 어느 날부터 갑자기 또 머리카락이 한 줌씩 빠지기 시작했다.
정말 하기 싫은 일 중 하나이지만 어느 의사가 추천한 방법대로 '하루에 몇 개씩 빠지는지!' 대충 세어봐도 100가닥 이상을 넘겼다. 머리 감을 때는 물론이고 특히 드라이할 때 방 바닥 주변이 온통 검게 보일 정도로 수북했다. 또한 평상시에 겉옷 뒷쪽에 잔뜩 붙어 있기도 했고 지나가는 자리마다 아무런 소리나 기척도 없이 스르르 흘러내려 조용히 나에게 작별을 고하고 있었다. 쓰레기통이나 빗자루 사이에 잔뜩 붙어있는 나의 분신들을 바라볼 때마다 한 가닥이 아깝고 아쉽고 못내 가슴이 저려왔다.
군데군데 머리가 희끗거려서 어쩔 수 없이 염색해야만 했던 내 두피 속이 까만 지도처럼 거울에 비춰 보일 때는 '이러다 정말 대머리가 되는가' 싶어 심장이 벌렁거리기도 했다.
나의 증상은 전과 마찬가지로 머리 뒤쪽에 열감이 자주 느껴지고 두피의 상태가 안좋다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후끈거렸다. 마치 대상을 알지도 못하는 적에게 폭탄을 맞은 것처럼 한번 무너지기 시작한 모발들은 추풍낙엽 쌓이듯 우수수 떨어져 나갔다.
병명도 모르고 아무 대책없이 속수무책으로 떨어지는 나의 머리카락들에게 말할 수 없이 미안하고 어디에다가 하소연할 수도 없어 눈물이 날 정도였다.
주변 사람들이 권유한 것처럼 나름 스트레스 받지 않기 위해 최대한 즐기려하고 잘 먹고, 잘 잔다고 여겨지는데도 내 두피를 지키는 머리카락 병정들은 홀연히 내 곁을 떠나갔다.
나는 스스로 '내 상태가 너무 심각하다'고 생각되서 여기저기 병원을 찾아다녔으나 어떤 분은 '탈모 증상이 아니다'고 하고, 또 어느 분은 '두피 관리는 의미없으니 자기가 지어준 약만 먹으면 무조건 낫는다'고 자신했다. 나 역시 두피에 좋다는 샴푸나 에센스, 오일, 하다못해 계란 노른자 마사지와 먹는 약까지 여러 방법을 시도해 봤지만 도무지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혹시나 갱년기 증상 중 하나인 호르몬 영향인가 싶어 산부인과도 가보고, 뒷머리 쪽이라 신경계가 의심되어 종합병원에도 들러봤지만 나의 두피 열감은 '의학서적에도 나오지 않는 현상'이라며 의사마다 제대로 진단해 주지 못했다. 지금은 머리 만지기도 무서워서 파마는 꿈도 꾸지 못하고 염색 조차도 겨우 앞쪽만 보이는데로 셀프로 하고 있으나 곱슬인데다가 눈도 잘 안보여서 관리가 쉽지 않았다.
이제 곧 해외여행을 떠날 예정이라 '머리카락이 무거워서 더 빠질수도 있다'는 지인들의 말에 조금만 다듬을까 하다가 미장원 가기도 애매해서 남편에게 가위를 들이밀며 '끝 부분만 살짝, 3cm 정도 잘라 달라'고 부탁했다.
군대에서 깍아본 경험이 있어서 애들이 어렸을 때는 잘도 흉내내더니 이제는 못하겠다고 뒤로 뺐다. 나는 귀찮아서 그런가 싶어 그냥 손가락 한마디 정도만 잘 다듬어보라고 격려 아닌 격려를 하고 다시 자세를 잡고 앉았다. 남편은 궁시렁거리면서도 대충 자르는 듯 하더니 결국 나의 귀한 머리카락들을 싹뚝싹뚝 파마기가 하나도 없을만큼 댕강 잘라냈다.
'길이도 제대로 가늠 못하냐'며 핀잔을 줬지만 물은 이미 엎질러지고 말았다.
머리가 좀 더 가벼워진 것 같아 기분은 나쁘지 않았으나 삐죽빼죽 대충 자른 머리를 묶고 나니 정말 쥐가 뜯어먹은 것 처럼 보기 흉했다. 할 수 없이 다음 날 부랴부랴 미장원에 들러서 다시 다듬었다. 사장님은 "남편 분이 참 스윗하시네요. 그래도 이 정도면 잘 자르신 거에요"라고 칭찬 아닌 칭찬을 했다.
탈모 약을 먹어도 효과가 전혀 없는 것 같아 어차피 밑져야 본전이고 마지막으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여기저기 수소문한 끝에 겨우 알아낸 시골의 내과를 찾아갔다. 역시 '명의'라고 소문이 났는지 사람들이 출입문 밖까지 대기할 정도로 바글바글했다. 거의 1시간을 기다린 끝에 겨우 진찰을 할 수 있었는데 '건조가 무척 심하다며 전체적으로 몸의 균형이 깨진 것 같다'고 하셨다. 조금 심각한 상황이긴 했지만 그래도 나의 상태를 보고 명쾌한 진단을 내려준 것에 대해 많이 감사했다.
그리고 조금 비싸지만 할 수 없이 또 두피 케어를 시작했다. 카메라로 두피 상태를 확인해보니 '모공이 늘어져있거나 비어 있는 부분도 있고 머리카락이 많이 가늘어졌다'고 했다.
해외여행을 가기 전에 어떻게든 효과를 보기위해 별로 좋아하지 않는 채소도 많이 먹고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관리했다. 머나먼 이국 땅에서 조차 내 분신들을 속절없이 떠나 보내지 않기를 바라면서 '최대한 스트레스 받지 않게 잘 지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다행히 효과가 있었는지 약을 복용한 지 한달이 지나고 머리카락도 거의 빠지지 않아서 지금은 가끔씩 두피 케어 받고 영양제만 먹고 있다.
아는 언니도 비슷한 증상으로 같은 병원에서 진찰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언니는 탈모가 아닌 '노화 현상'이라고 했다. 나 역시 노화라고 진단하면 이대로 받아들이고 포기해야 하는지, 아니면 전문병원으로 원정을 가야하는지 벌써부터 고민에 빠질 참이었는데 고맙게도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어떻게든 지켜주려고 노력한 보람이 있어 정말 '토끼가 바닷속 용궁 다녀온 기분'이었다.
혹시나 영양제를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있을까 해서 말씀 드리자면, 개인마다 차이는 있을 수도 있겠지만 '달맞이꽃 종자유'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감마리놀렌산'이 풍부하여 여성 건강에 좋다고 한다.
어렵게 겨우겨우 거친 풍파를 또 한 고비 넘기고 다시 평화를 되찾은 기분이다. 이제 또 새로운 방법을 알게 되었으니 작전을 잘 짜고 진두 지휘를 잘해서 남은 병사들과 두고두고 잘 버텨내야겠다.
마음이 안정되어서인지 이젠 머리가 빠져도 '그냥 그런갑다~'하고 대수롭지 않게 바라보고 있다.
나의 탈모 전쟁은 여전히 현재 진행중!
부디 조만간 나의 머리가 원래처럼 많아지길 바라며 몇가닥 안남은 병사들에게 나의 간절한 마음을 전해본다.
"이유없이 스러지고 떠나가버린 나의 병사들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남은 병사들이라도 더욱 힘내서 나를 잘 보호해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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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는 Edge 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