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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꽃 Jun 10. 2024

통기타와 클래식 기타의 동거

월요일 저녁 7시 쯤, 식사를 간단히 마치고 남편과 기타를 치러 간다.

벌써 6년째다.

빨간 공휴일을 제외하고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매주 월요일마다 기타 연습을 

하기 위해 무거운 기타 가방을 메고 집을 나선다.     


사실 난 기타 치는 것을 별로 안 좋아한다. 

손가락도 아프고 손톱도 바짝 깍아야 하고 무엇보다 실력이 그저 그렇다. 

또한 가끔 어려운 악보를 받을 때면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다.     


어렸을 적 기억을 더듬어 보면 음악을 많이 좋아했다. 물론 지금도 좋아한다.

음악 선생님은 모두 좋아했고 음악 성적도 괜찮았고 클래식. 팝. 가요 할 것 없이 감상하는 것도 좋아하고 학창시절에는 줄곧 합창부를 하기도 했다.

초등학교 때는 밴드부 활동도 하고 피아노를 1년 정도 배웠다.

직장도 타지역으로 왕복 2시간씩 운전하다가 가까운 곳으로 전근왔을 때는 출퇴근 시간이 고스란히 남았다는 생각에 또 플롯을 배우기도 했다.

요즘엔 가끔 혼자서 오카리나를 불어보기도 한다.

세월이 흘러 나이를 먹었어도 악기는 손에서 놓지 않기 위해 가늘게 연결되어 

있는 실타래의 끝?이라도 최대한 붙잡고 있는 실정이다.     


남들이 들으면 악기를 잘 다룬 줄 알겠지만 솔직히 말하면 모두 초보 수준이다.

그래서 어디 가서도 악기 앞에서는 절대 아는 척 하지 않는다.

나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언제고 어느 때고 연주 할 수 

있도록 전시되어 있는 피아노에 앉아 좋아하는 곡을 한번 쳐 보는 것인데, 이제는 기억력도 떨어지고 무엇보다 긴장감과 소심함 때문에 맘대로 떨리는 손가락과 

벌렁거리는 심장을 주체하지 못 할 것 같다.

(혹시라도 지인이 이 글을 읽고 갑자기 "피아노 좀 쳐 봐요!" 할까봐 걱정 아닌 

걱정이 앞선다.)     


계절이 바뀔 때면 내 마음 속에 살랑살랑 바람이 일어, 

방 한구석에 몇 개월 동안 거의 방치하다시피 한 피아노 앞에 앉아 익숙한 곡도 쳐 보고 또 이어서 플롯도 불어 보고 다음 날에는 피아노 대신 오카리나를 꺼내어 연습 해 보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시도가 층간 소음이라던가 바쁘다는 핑계로 겨우 며칠 반짝이라는거! 여러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기도 쉽지 않거니와 어차피 기타는 끝까지 가야 한다는 생각에 다른 악기는 몇 번 연습 해 보다가 미리 포기하게 되는 것 같다. 

다만 가끔 변함없는 일상생활에서 벗어나고픈 내 마음속의 아우성이라고나 할까!

음악에 대한 관심은 항상 많지만 게으른 성격 탓에 한 가지를 꾸준히 못 하기도 한다. 일관성 없는 이런 나의 생활 패턴이 악기 연주에 있어서는 항상 초보일 수 밖에 없는 사정이다.

그래서 무엇인가 도전 해 보고 싶은 새로운 운동이나 취미가 생겨도 나 스스로도 '잠깐 하다가 말겠지' 싶은 나약한 생각에 시도조차 해 보지 못한 경우도 있다.

당연히 이런 경우엔 남편도 결코 잊지 않고 한 마디씩 더한다.

"또 바람 불었다 불었어~"  

   

남편은 대학교 때부터 클래식 기타를 시작해서 지금까지 동호회 장소도 몇 번 

옮기고 회원도 거의 바뀌었지만 여전히 계속 치고 있다. 

끈기 하나는 참 대단한 것 같다. 

아주 부득이한 경우 아니면 회식하는 날도 끝나고 참석 할 정도다.

아주 오래 전부터, 기타를 치기 위해 집을 나설 때 마다 나와 같이 다니자고 졸랐었는데 이제는 애들도 다 크고 저녁에 딱히 할 일도 없는 터라 큰 맘 먹고 할 수 

없이 따라 나섰다. 그리고 지금은 나도 직장 동료들을 몇몇 데려와서 이미 내 

발에 족쇄를 채웠기 때문에 그만둘 엄두도 내지 못하고 계속 다니는 중이다.

또한 기타를 열심히 연습하고 가는 것이 아니라 바쁘다는 핑계로 모인 날에만 

조금씩 연습하는 분위기라 부끄럽게도 기타 역시 여전히 왕초보!다.

하지만 웬만하면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다행히 한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은 회원들도 별 스케줄 없이 참석율이 좋기 때문에 한명이라도 빠지면 사기가 떨어지고 민폐가 될 수 있어 참석은 잘 한다.     

아주 가끔 가기 싫을때도 있지만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남편한테 거의 

끌려가기도 한다.


우리 동호회는 클래식 기타와 통기타 반을 같이 운영한다.

한마디로 통기타와 클래식 기타의 동거이다.

통기타를 가르쳐 주시는 선생님은 예전에 피아노 조율도 하고 악기점을 하셨던 분으로 기타 실력도 뛰어나신데 직접 지으신 주택 이층에 악기 연습을 할 수 있도록 방음까지 되어 있는 아담한 공간을 내어 주신 덕분에 마음에 맞는 사람끼리 

모여서 연습하는 분위기다.

나는 통기타를 배우고 남편은 옆 방에서 클래식 기타를 가르친다. 

선생님들 실력도 매우 좋으시고 분위기도 좋아서 열심히 치고자 하는 마음과 잘 나올 수 있는 회원만 있으면 딱!인데...     


사실 직장 다니면서 매 주마다 무엇인가를 계속 꾸준히 하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한번 집에 들어가면 나오기도 쉽지 않을테고 직장인이라면 잦은 약속이 

생길 수도 있을거고 연습이 되어 있지 않으면 서투른 실력으로 더듬거리는 상황마저 부담될 것이다.

그래도 최근 몇 년 전까지는 10평 정도 되는 방 안이 제법 북적거렸었다.

클래식 팀 7명, 통기타 팀 6명이 서로 경쟁이나 하듯 한 달에 한 번씩 자체 발표회도 하고 가끔 친목 도모를 위한 회식도 하고.

그런데 지금은 직장을 옮기거나 다른 사업을 하는 등 개인적인 사정으로 회원이 많이 줄어서 현재 통기타는 선생님 포함해서 3명. 클래식 팀도 3명 정도 남았다.

팀 인원이 많으면 연습하다가 틀려도 대충 묻혀갈 수 있는데 너무나 소수이다보니 이제는 제대로 연습하지 않으면 바로 뽀록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어떤 취미생활이든 꾸준히 연습하지 않으면 항상 제자리임을 느낀다. 

특히 악기는 매일매일 연습해도 실력이 늘까 말까 할텐데 딱히 잘해도 그만, 못해도 그만인 나의 마음가짐이 실력향상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요즘은 다시 새 마음으로 계이름부터 차분히 튕기고 있다. 실력이 별로 

향상되지 않으므로 선생님께는 항상 미안하기도 하다. 

이제부터는 그나마 정신차리고 집중해서 잘 해 보려고 한다.

‘주중에 집에서 최소한의 연습 좀 하고 성실한 자세로 임하자’고 마음을 다지고 

있다. 실력은 콩나물 시루에 물 주듯 알게 모르게 처음보다는 더 나아지겠지!


기타 동호회를 계속 운영할지 말지는 몇 달째 여전히 고민 중이다.

신입 회원 중에 남편이 매번 연습장까지 운전해서 데려다 주는 여성 분이 있는데 처음엔 잘 나오다가 한동안 뜸했던 적이 있었다. 몇 달 후 다시 나오면서 하는 말, “어차피 집에 있어도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시간만 헛되게 보내지더라구요. 그래서 다시 마음 먹고 나오게 됐어요.”

그 마음 알 것 같다.

나도 매번 귀찮은 마음으로 나서지만 막상 다녀오고 나면 또 잘했다 싶으면서 

스스로 기특하고 기분 좋아지는!     


그래도 또 어느 날 바람 불어 마음이 싱숭생숭해지면 또 다른 악기를 꺼내어 

들 것 같다. 

‘한 우물만 파야 성공한다’ 는 진리며 정답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자꾸 한눈을 팔게 되는 것은 왜 인지..

정작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의 장르는 다른 것?일 것 같은 미묘한 감정이 계속 머무르는 것을 보면 걸어보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일까? 아님 50을 넘어선 나이에도 정말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고자 하는 방황일까?      


언제나 변함없이 찾아오는 월요일 저녁!

남편과 나는 동호회의 존폐에 대해 고민하며 기타를 메고 오늘도 집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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