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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꽃 Mar 31. 2024

왕소심이 '이오'!

모든 길냥이들이 행복하길 바라며!

이오는 우리집 고양이 이름이다. 

근처에 사는 지인이 ‘어미 고양이가 이소하다가 떨어뜨린 것 같은 새끼 고양이가 있다’고 해서 안타까운 마음에 어쩔수 없이 입양했는데 입양한 날이 8월 25일이어서 ‘이오’라고 이름 지었다. 

별명은 점순이! 코 옆에 너무나 작고 귀여운 콩점이 있어서 가끔은 점순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많은 여자들이 코 위에 점이 있으면 다들 미인이던데 이오는 코 옆에 점이 있어서 더 못생긴 것 같다. 

고양이 종류는 한국에서 흔하디 흔한 삼색이! 경험이 부족해서 첫 고양이를 마음속에 묻은지 3년이 지날즈음 다시는 동물을 키우지 않으려고 했는데 너무 흔한 고양이라 입양할 사람이 없다고 하니 먼저 떠난 고양이를 대신해 정성껏 키워보자고 마음먹었다. 눈도 뜨지 않은 꼬맹이를 자식 키우듯 새벽에 일어나서 틈틈이 우유도 먹이고 변을 볼 때마다 매번 물티슈로 깨끗이 정성스럽게 닦아주고 사랑으로 키운다고 키웠는데 어린 아이에게 너무 깔끔을 떨었는지 똥꼬가 물러지기도 하고 병원도 자주 드나들어서 아가 고양이 키우기가 훨씬 더 힘들고 손이 많이 간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역시 키우면서 정도 들고 지금은 벌써 5살이 되어가는데 이젠 한가족이나 다름없게 느껴진다.  


그런데 우리 이오는 다른 고양이들과 성격이 참 많이 다르다. 

 첫째, 이중 인격묘!다. 

모습은 고양이인데 성향은 고양이가 아닌 것 같다. 나도 편식이 조금 심한 편이지만 우리 이오는 생선뿐만 아니라 사료 외에 어떤 음식도 관심이 없다. 생선을 말린다고 아파트 베란다에 아무렇게나 널어놓아도 신경도 안쓸 뿐더러 고양이들의 최애 간식 추르도 별로 좋아하지 않고 최근에서야 물이 좀 많이 섞인 간식 중 한 종류만 겨우 좋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얼굴만 고양이이고 속은?

 둘째, 쯥쯥이 왕!이다. 

아기 때부터 엄마 젖도 못 먹어서 짠한 마음에 손가락을 빨게 했더니 아직까지도 새벽이면 거의 매일 내 옆에 와서 손가락을 찾는다. 이걸 '쯥쯥이'라고 한다는데 다른 사람 손가락은 절대 NO! 나의 오른쪽 새끼손가락만 밤새 빨아댄다. 이젠 어른 고양이가 되어서 빠는 힘도 셀뿐만 아니라 그르렁거리며 손가락 빠는 소리에 오히려 잠이 깰 정도이다. 한때는 버릇을 고쳐보려고 장갑도 끼어보고 공갈 젖꼭지도 줘봤지만 손가락을 안주면 이불을 긁어 대서 결국 두손 두발 다 들고 말았다. 정말 맛있게 쪽쪽거리면서 잘도 빤다. 영원히 풀 수 없는 

숙제다.

 셋째, 소심 왕! 이다. 

이오 성격도 주인을 닮은 건지 소심해도 너무 소심하다. 원래 나의 로망은 다른 강아지들처럼 고양이에게

예쁜 옷 입히고 줄을 연결시켜 함께 여유부리며 산책하는 것이었는데 웬걸! 집에서조차 작은 기척에도 쉽게 놀라 도망다니기 바쁘고 손님이라도 오는 날이면 아예 종적을 감춰버린다. 그러다보니 운동도 별로 못하고

밥 먹고 자는 것만이 일상이라 살이 많이 찌고 배가 나와서 다른 냥이들이 입는 옷 조차도 단추가 안 잠길 정도다. 그래도 내가 출근할 때면 같이 따라 나가고 싶은지 먼저 현관 앞에 서서 얌전히 기다린다. 현관문을 열어주면 밖을 잠시 내다보다가 밖에서 아무 소리도 없을 때 엘리베이터까지 나가서 킁킁 냄새를 맡고 맴도는 듯 하다가도 또 작은 소리 하나라도 들리면 꽁지빠지게 바로 집으로 튀어 들어간다. 주인만큼이나 심장이 

정말 콩알만 한 아이다.  

 넷째, 호기심 왕!이다. 

겁도 많으면서 또 무엇이든 관심을 갖는다. 내가 가지고 다니는 모든 것들도-하물며 가방 속도 뒤진다-, 눈 앞에 보이는 모든 사물에도, 생선이나 간식도 좋아하지 않으면서 무슨 요리를 하는지 내가 무엇을 하는지 싱크대까지 뛰어올라 항상 지켜보고 와서 냄새 맡아보고 확인해보는 것이 취미인 것 같다. 참 알다가도 모를 다중인격? 아이다.

 다섯째, 소심이인만큼이나 새침떼기! 이다.

조금 다가서려고 하면 쌩~ 도망가 버리고 내내 답답했을까봐 안아서 창문 밖에 보여주려고 하면 또 달아나버리고 아이들도 쓰다듬어 주고 싶어서 만지려고 하면 오히려 하악질하면서 대들곤 한다. 그러다가 또 무관심

하면 슬쩍 다가와서 꼬리로 살짝 건드리고... 

아마 겉은 고양이가 확실한데 속에는 새침떼기 청개구리가 여러 마리 들어 있는것 같다. 


조금 못생겼지만 그래도 나에게는 고슴도치 새끼처럼 여전히 가장 예쁘고 사랑스러운 아이다. 

이오도 나의 이런 마음을 아는지 잠자는 시간 빼고는 항상 내 곁에 머물고 내 주변에서 맴돈다. 

아침에 일어나면 내가 움직이는 동선으로 나를 이끌고, 퇴근하면 내 발소리를 알아듣는지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게슴치레한 눈으로 현관에 나와 나를 반긴다. 또 가끔 장난을 치고 싶을 때면 무심한 듯 발로 툭 치고 

지나가기도 한다. 

이렇게 사랑할수 밖에 없는 나의 점순이 이오를 첫 고양이처럼 원인 모를 병으로 그렇게 쉽게 떠나지 않도록 더욱 정성들여 오래오래 잘 지켜주고 싶다.


P.S 퇴근할 때면 아파트 주차장에서 매번 나를 기다리는 길냥이가 있다. 주변에서 쉽게 볼수 있는 모든 길냥이들이 오늘도 아프지 않고 행복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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