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람꽃 Mar 31. 2024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열대어의 수줍음

 나는 현재 단설유치원 행정실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어린 친구들이 많다보니 특성상 

실내에서 애완 동물들도 함께 키우며 관리하고 있다. 

햄스터. 펫테일. 금붕어. 거북이. 가재. 사슴벌레. 구피. 열대어 등 종류도 다양하고 특징도 다양하지만 계약업체에서 매월 방문하여 관리를 해 주므로 밥만 잘 주면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잘 지내는 작은 동물 종류이다. 그런데 매일같이 동물들을 눈여겨 보니 

저마다 습성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햄스터나 펫테일은 야행성이라 물과 먹이를 먹을 때만 가끔 얼굴을 보일 뿐 내내 집안에 꼭꼭 숨어서 나올 생각을 않다가 주변이 약간 

어둡다 싶으면 그제야 나와서 물레방아도 타고 돌아다니기도 하고 서로 장난도 치는 

모습이 참 자유로워 보였다. 

몇 달 전에는 털도 나지 않은 새끼 햄스터 한마리를 발견했는데 다른 햄스터들이 서로 잘 돌봐줬는지 벌써 커서 어른 햄스터와 구분이 안 될 정도다. 

사슴벌레도 내내 땅속이나 어두운 곳에 숨어 있다가 밥 먹을 때만 종종 보게 되는데 

젤리같이 생긴 먹이에 얼굴과 가슴부분까지 모두 파묻고 먹는 모습이 참 우스웠다. 

어떤 때는 움직이는 것조차 귀찮은지 식사가 끝나도 그 자리에 박혀서 나오지도 않고 내내 파묻혀 있는데 자신의 몸을 던져 먹이에 집중하는 모습이 사슴벌레의 최선인가 

싶기도 하다. 

 이들 중에 가장 특이한 성격을 가진 동물은 아이들 손바닥 만한 열대어이다. 

기다란 복도 가장자리 끝에 아이들 키 만한 넓은 어항에 열대어들이 여럿 사는데 인기척이 들렸다 하면 중간중간 세워져 있는 조형물 기둥에 어찌나 잽싸게 숨어버리는지 '원래 이렇게 행동이 빠른 물고기인가?' 싶은 의문이 생길 정도로 순식간에 ‘슝슝~’ 

하고 마법처럼 사라져버린다. ‘어디로 들어갔나?’ 하고 반대편에 반사된 열대어 모습을 자세히 찾아보면, 대충 숨어서 머리와 꼬리가 삐죽 나와 있는 물고기도 있고 급하게 숨느라 몸을 거꾸로 세우고 있는 물고기, 좁은 틈 사이 구석에 끼어 있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어서 자세가 무척 부자연스러워 보이는 물고기도 있다. 오히려 ‘저렇게 불편

하게 숨어 있어서 몸이 다치지 않을까’ 걱정되어 내가 먼저 얼른 자리를 비켜 주기도 

한다. 하루에도 수차례 어항 앞을 지나다니는데 정말 어항 안에 몇 마리의 열대어가 

있는지 잘 모를 정도로 꼭꼭 숨어버려서 몇 번 찾아보다가 걱정스러운 마음에 미리 

포기하게 된다. 

아래층에 있는 작은 금붕어들은 오히려 잘 적응해서 같이 있는 붕어 친구끼리도 잘 

지내는 것 같고 작은 구피들조차도 처음에는 스무마리 정도 있었는데 지금은 여러 암컷들이 새끼를 많이 낳아서 정말 작은 깨알 같은 새끼들도 많을 뿐만 아니라 아직도 더 

낳으려고 줄 서고 있는 배가 터질 것 같은 구피들도 여럿 있다. 

작은 물고기들은 유치원 아이들이 앞에서 장난을 쳐도 꿈쩍도 하지 않고 유유히 헤엄

치며 자유롭게 돌아다니는데 오히려 예쁘게 생긴 덩치 큰 열대어는 성격이 원래 소심한 건지 아니면 겁이 많은 건지 왜 이렇게 수줍어 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하루 종일 누가 

다가올까, 쳐다볼까 무서워하며 긴장하고 있을거라고 생각하니 안타깝기도 하고 짠하기도 하다. 

그래서 나 역시 열대어를 바라보고 싶을 때면 좀 더 조심히 그저 멀리서 구경하듯 바라보게 된다. 밝은 주황색과 분홍색의 반짝이는 비닐을 가진 열대어들은 수줍은 새색시의 연지·곤지를 닮은 것도 같다. 사람들이 지나 다닐 때마다 놀라서 다치지 않도록 수풀도 더 넣어주고 숨을 곳을 마련해 줘서 스트레스를 줄여줘야겠다.

동물들 노는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해서 잠시 앉아 있으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멍 때리며 넋을 놓고 바라보게 되는데 오히려 내가 힐링 받고 있는 기분이다. 

다른 작은 동물들도 편히 잘 지낼 수 있도록 더욱 세심하게 신경 써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김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