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랑살랑 바람이 분다
포근함과 따스함을 간직한 채
어깨를 토닥이며 위로하듯
내 곁을 서성인다
기억 저편 아련한 그리움을 내게 안기며
바람이 바램이 되어 너를 부른다.
누렇게 퇴색되어버린 오래된 추억은
바람 저 끝 먼 곳으로 아스라이 사라진다
먼 산자락에 하얀 연기 피어오를 때
잔잔한 호수엔 은빛 햇살이 반짝이고
너른 들녘 위엔 황금빛 햇살이 가득
바람은 어느새 성큼 다가와
너울너울 물결 춤을 춘다
코 끝에 스치는 아련한 향기처럼 머물다
저 멀리 사라져 버린 시린 바람은
까만 하늘 수많은 별이 속삭이듯
귓가를 스치며 살며시 날개 짓 한다
팔랑팔랑 바람이 인다
고요함 가득한 밤 조용히 마중 나와
오랜 고뇌와 시름을 털어주며
수줍게 나를 이끈다.
바람은 소리없이 다가와 살짝쿵!
빛바랜 낙엽하나 홀연히 남겨놓고
멀리멀리 흩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