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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꽃 Jul 24. 2024

빈집과 고양이

[부엌신]을 읽고

소설가 양귀자는「원미동 사람들」,「모순」,「희망」,「천년의 사랑」,「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을 펴낸 작가이다. 나도 최근에 우연히「모순」이라는 책을 처음으로 대면하게 되었는데 글의 구성이 어렵지 않고 손에서 놓기 힘들 정도로 전개가 수월하게 구성되어 재미있게 읽었다.       

이번에 읽게 된 「부엌신」은 소설이 아니라 작가가 우연한 기회에 직접 음식점을 오픈하게 된 배경과 과정과 손님에 대한 마음가짐 등 실제로 경험했던 일들을 내용으로 작성 한 산문집이다. 

작가는 ‘자신의 경험과 정보를 관심 있어 하는 이들에게 공유하고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으로 써낸 기록’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여기서 「부엌신」은 작가의 어머님을 일컫는다. 부엌에 있을 때 가장 당당했고 오직 어머니가 세운 질서에 의해서만 움직이는 부엌은 가장 신성한 곳으로 식구들이 모두 잠들어 있는 새벽부터 하얀 수건을 머리에 두르고 부엌을 지키고 있는 정갈하고 깔끔한 모습을 ‘부엌의 신’으로 표현했다.     


‘또 다른 인생이야기’ 라고 덧붙이고 있는「부엌신」을 간단하게 소개 해 보겠다.

작가가 후일 해 보고 싶었던 소박한 꿈은 개성 있는 소극장을 운영하는 거였다. 그 꿈이 제법 구체적이고 강렬했기 때문에 ‘홍대 앞 피카소 거리’에 이층 양옥집이 있는 곳에 미리 터를 잡았다. 꿈은 꿈인지라 언제 이루어질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어느 요리연구가에게 한식집으로 임대했는데 불과 일 년도 되지 못해 적자를 거듭하고 떠났다. 그리고 그 자리는 갈비집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임대하기를 원하였으나 미래의 소극장 자리에 고기 타는 냄새와 연기가 진동하는 광경을 상상하는 것이 싫어서 빈집으로 남겨두었다. 그 곳에는 잡초와 먼지만 수북이 쌓여 갔고 전 주인이 떠나던 날 놓고 간 갈색 줄무늬 고양이만 덩그러니 남았다.


할 수 없이 작가와 남편은 쓸쓸히 홀로 주인을 기다리고 있을 고양이를 생각하며 매일 밤 불빛 한 점 없이 적막한 집을 찾아가서 날마다 밥과 우유를 챙겨주었다.

처음 며칠은 인기척에도 도망다니던 냥이가 이제는 밥을 주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자동차 소리만 들려도 쏜살같이 튀어나와 어리광을 피웠다. 작가도 고양이를 좋아하는 성격은 아니었지만 자주 보게 되면서 정이 들고 어둠 속에 혼자 남아 상심으로 울먹일 고양이 생각에 발걸음을 옮기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던 참에 남편이 우스갯소리로 ‘임대를 기다리지 말고 직접 음식점을 차려보면 어떻겠냐’는 의견이 나왔고 처음엔 무심히 지나쳤지만 결국 ‘고양이가 끼니마다 따순 밥을 먹을 수 있고 더 이상 외롭지 않겠다’는 절실한 상황이 핑계가 되었고 ‘빈집과 고양이’ 너무나 사소했지만 또한 또 다른 운명의 시작이 되었다.      

그렇게 그저 해 본 말들이 계속 이어지고 어차피 매일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게 되는데 그런 고민을 할 필요도 없이 어쩌다 반가운 손님이라도 찾아오면 귀하게 대접 해 주는 곳에서 품위 있는 한끼 식사를 할 수 있을 만한 곳, 누구라도 마음 편하게 드나들 수 있는 문턱 높지 않은 곳이면 좋겠다는 식으로 상황은 점점 구체적으로 이어졌다. 더군다나 엄마가 차려주던 한없이 맛깔스럽고 정성스런 밥상, 같은 반찬이라 해도 엄마가 차려주면 훨씬 맛있던 정성스러운 밥상, 거기까지 생각하게 되니 이미 상호도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어머니가 차려주는 식탁!’     

음식점을 열어 사람들과 더불어 한 끼 밥을 나누어 먹는 일과 소설을 쓰는 일은 상호 뜨겁게 소통하는 그 무엇이 있었다. 생각이 그쯤에 이르자 결국 음식점 차리는 일에 대해 진지하게 숙고하기 시작했고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1995년 11월에 오픈되었다.     


작가를 여기까지 오게 만든 고양이, 밥을 주고 돌아올 때마다 외로움에 사무쳐 보여 한없이 마음을 아프게 했던 냥이는 윤기가 흐르는 까만 털의 여자친구와 함께 뒤꼍에서 뒹굴며 놀다가 언젠가부터 보이지 않았다. 

정작 냥이가 원했던 것은 매일매일 정해진 시간에 찾아와 다른 어떤 것에도 마음을 빼앗기지 않고 오직 자기에게만 관심을 가지던 부부가 그리웠던 것 같다. 고양이의 식사는 더욱 알찬 내용을 담게 되었고 더 이상 외로움을 걱정할 일도 없을테지만 작가는 날마다 사람들 속에 묻혀 정신없이 오가느라 진심으로 냥이를 대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렇게 서로에게 원하는 것을 다 채워줄 수 없다는 것일 일찌감치 깨달은 듯 냥이는 점점 멀어져 갔다. 

그러나 서로 느꼈을 것이다. 생의 어느 한 순간, 서로를 거쳐 간 행복했던 저녁식사 시간들을 가끔 추억할 것이며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제 마음 깊이 새겨놓았을 거라고.    

 

작가가 내내 추구했던 모토는 ‘식사를 하는 순간만이라도 제대로 대접받고 한 사람의 손님을 위해서 이토록 성실한 준비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전달하는 것’ 

어느 날 글을 쓰다 말고 머리를 식히기 위해 인터넷을 보다가 문득 식도락 동호인들의 시식기사가 실려있는 페이지를 방문했는데 ‘<어머니가 차려주는 식탁>이 너무나 불친절해서 참을 수 없었다’는 제목의 게시물을 보게 되었고 작가가 추구하고자 하는 방향이 어그러짐을 느끼고 1995년 5월, 문을 닫는다. 

그리고 1999년 8월, 모든 시스템을 재 정비하고 다시 문을 연 <어머니가 차려주는 식탁>은 작가의 2가지 소망을 담았다. 

겉에서나 안에서나 전혀 한정식을 파는 음식점으로 보이지 않고 모던한 카페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과 세상에 단 하나뿐인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는 소망. 하나부터 열까지 정성으로 손님을 압도하자는 것이었다. 

새로 꾸며진 음식점은 2013년 3월, 17년의 여정을 마치고 폐업을 했다.     



무엇이든 익숙해지면 태만이 따르는 법! 

작가는 일을 쉽게 하려고 자꾸 현실에 타협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타성에 안주하게 될 것을 경계하고 있었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어떤 상황이든 시간이 지날수록 익숙해짐에 따라 조금이라도 더 편하고 싶고 번거로움을 피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드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작가는 한 번 내린 결정에 대해서는 실천이 힘들다는 이유로 포기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끝까지 고수했다. 또한 음식점 운영을 위해 홈페이지도 개설하고 소식지도 만들고 요리 축제도 개최하는 등 장사를 시작할 때의 첫 마음을 이어 보다 발전적으로 나아갔다.      


이 글을 읽고 물론 작가의 입지도 있고 더 잘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들이 있었지만 손님 한 명 한 명을 소중히 여기고 정성을 다하려고 하는 작가의 세심하고 꼼꼼한 모습에서 진실성이 느껴졌다. 자신이 생각한 바에 대하여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꿋꿋하게 밀고 나가는 의지 또한 정말 본 받을 만했다.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사람을 귀하게 대하고 직원들까지 결코 손 놓지 않고 서로가 행복하게 근무할 수 있도록 복지 차원에서도 세심한 배려가 돋보인다.

보통 두 마리 토끼를 잡기는 쉽지 않다고 하는데 작가는 그야말로 두 마리 토끼를 잘 잡았다고 평하고 싶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작가가 운영한 음식점 홈페이지를 먼저 검색했다. 아직도 영업 중이라고 하면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꼭 경험 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음식에 대한 기억과 입맛들이 달라서 같은 음식이라 할지라도 좋다는 사람도 있을테고 맛 없다고 평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므로 나의 기준에서 직접 경험 해 보고 글을 읽고 난 소감을 비교하며 써 보고 싶었다. 

아쉽게도 이미 폐업한 지 오래 되어 그렇게 할 수는 없었지만 글 내용으로 봐서는 얼마나 정성스럽게 손님을 대했을지 충분히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나 역시 책 한 권에서 사람을 대하는 자세를 배우고 가족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엄마의 정성과 고마움을 다시 한번 느꼈다.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든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하고 안주하지 않는 작가의 자세를 닮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느 강사분이 하시는 말씀이 '책을 읽었다'는 것은 '내가 그 책을 읽고 전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 다른 사람에게 요약해서 말 할 수 있을 때 책 한권을 읽었다'고 말 할 수 있다고 했다.

그 말을 부정할 수 없는 이유가 책을 읽고 나서 시간이 조금 지나면 읽기는 했는데 무슨 내용이었는지. 등장 인물은 누구였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할 때가 있어서 나에게 꼭 필요한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독후감을 써 본지가 너무 오래 된지라 어떻게 쓰는 것이 잘 쓰는 것인지 다른 작가님의 작품도 읽어보고 계속 고민했는데 약간 초딩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나만의 스타일?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또한 앞의 작품은 소설이 아니라 산문이기 때문에 어느 특정한 음식점을 홍보 한다는 오해가 생길수도 있는데 다행히 이미 폐업한 음식점에 대한 글을 읽고 느낀 점들을 썼기 때문에 단순한 독후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덤으로 한가지 목표가 생겼다. 

올 여름 휴가기간에는 작가의 다른 작품들을 필독해야겠다는! 

올 여름도 매우 바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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