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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꽃 Sep 21. 2024

브런치 스토리 전도사

2023년7월, 집에서 가까운 지역으로 전근을 했다. 사람들 많은 것을 싫어하는 성격 탓에 내내 시골에서만 근무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집 근처로 오게 되었는데 역시나 예상대로 정스러운 면에서는 시골분위기와 사뭇 달랐다.  

안면 있는 사람이 별로 없어 빨리 적응하고 싶은 마음에 학습동아리에 먼저 가입했다. 

지역의 특성상 역사 유적지가 많아 매월 한 곳씩 방문하여 유적지에 관련된 설명을 듣고 그 시대의 상황을 떠올리며 느낀 점이나 연상되는 것에 대해 짧은 글을 쓰고 소감을 나누는 동아리였다.  

다른 사람들은 3월부터 동아리를 시작해서 글 쓰는 분위기에 익숙했지만 중간부터 참석한 나는 약 10분 정도의 시간을 주고 그 시대의 상황을 그려보며 갑자기 글을 써 보라고 하니 보통 머리 아픈 일이 아니었다. 그래도 매월 동아리 모임에 갈 때마다 머리에 쥐가 나도록 고민하여 몇자씩 적어보니 어느새 적응이 되었는지 제법 글 쓰는 일이 재미있어지기 시작했다.

동아리 회장님의 적극적인 업무추진으로 연말에는 작은 책자도 발간했는데 생각보다 내가 쓴 글이 많아서 더욱 의미있는 활동이었고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내친김에 이번 기회를 계기로 내 마음속에 바람처럼 떠돌던 여러 생각들을 기록 해 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2024년에도 동아리 회장님이 우리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여 '나는 작가다' 라는 글 쓰기 동아리를 구성하였다. 그리고 회원들에게 ‘브런치 스토리’라는 어플을 소개하면서 마음껏 글을 써 보라고 권했다. 

처음 브런치 스토리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간단한 나의 소개와 활동 계획에 대한 질문에 답을 하고 내가 쓴 글을 예시로 올리면 먼저 심사를 거쳐 합격, 불합격을 정해준다. 첫 도전부터 너무 쉽게 생각했는지 대충 작성했더니 바로 떨어졌다. 그 다음에는 '이게 아닌가?' 싶어 어플에서 요구한 대로 글자 수(500자 이내)를 꽉꽉 채워가며 ‘아이들 다 키우고 새로운 취미를 찾아볼 겸 도전한다’는 식으로 구구절절하게 썼다. 

그런데 또 불합격이었다. 이렇게 몇 번 떨어지고 나니 화도 나고 기가 막히고 당황스러운데 어플을 대표하는 전화번호가 아예 없으므로 4번째 도전하기 전, 불합격인 이유를 알려달라고 직접 메일을 보냈다. 그러나 돌아온 답은 ‘개인정보인 관계로 심사가 끝난 후 바로 파기해서 알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동아리 회원들과 떨어진 이유에 대해 얘기 나누다가 문득 전년도에 썼던 '시'로 간단하게 시작하려고 했던 점이 브런치 스토리에서 지향하는 방향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산문을 섞어 4수에 도전했으나 '질문마다 성실하게 모두 답 해야한다'는 의무감에 또 다시 쓰디 쓴 고배를 마시고 결국 5수까지 가서야 겨우 합격했다.

동아리에서도 10명이 넘는 전 회원이 무사히 심사를 통과하고 브런치 스토리에 작품을 올렸다. 이제 막 시작하거나 조금 서툰 글들을  보완 해주고 다듬어주는 과정과 글이 발행되고 나서 공감 해 주고 격려 해 주는 모습들이 서로를 더욱 발전하게 하고 돈독하게 하는 것 같아 동아리에 가입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만큼 너무나 값지게 느껴졌다.

동아리 모임을 하면 서로 ‘작가’라는 호칭을 부르기도 하는데 아직은 어색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글 쓰는 솜씨가 점점 일취월장 하는 것을 보면 충분한 자격이 있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처음에는 글을 쓴다는 행위 자체가 무척 멀게 느껴졌고 아직 기름칠이 덜 되어 삐걱거리는 돌머리를 열심히 굴리느라 글 하나를 완성하는 것이 쉽지 않았는데 이제는 그냥 부담없이 편하게 마음에서 생각나는 대로 연습하고 있다. 어떤 때는 잠결에 쓰고 싶은 말들이 계속 맴돌아서 밤새 잠을 설치는 경우도 있었다. 

또한 다른 사람들이 내 글을 보고 어떻게 생각할까? 부담도 있었지만 그저 복잡한 내 머릿속을 정리하고 하나씩 토해내어 내 속에 있는 온갖 잡동사니들을 끄집어 내보내고픈 마음이 더 앞섰다.

평상시에 생각나는 것을 이것 저것 메모지에 기록 해 두었다가 틈나는 대로 작성하는데 현재 50편 정도의 글을 올렸다. 다른 사람들은 내가 쉽게 쉽게 글을 쓴다고 하지만 사실은 결코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저녁 시간을 쪼개어 컴퓨터에 앉아 쓰다만 글을 읽고 또 읽고 반복해서 확인하다 보면 눈알도 빠질 것 같고 뒷골이 당기면서 먹먹해 질 때가 종종 있다. 오탈자, 띄어쓰기는 당연히 기본이고 글을 쓸수록 단어나 표현력이 많이 떨어진다는 생각에 소심해 지기도 한다. 그리고 나만의 스타일이라고나 할까? 하고 싶은 말들이 많아서 대체적으로 글이 길어진다. 내 연령대 지인들은 다들 중년이어서 눈도 잘 안보이고 무엇인가를 읽는 다는 것 자체가 부담일 수 있는데 장문을 쓰게 되니 최대한 불필요한 부분은 자르고 사족은 떼어내려고 노력한다. 


어느 날, 직장 동료와 식사를 하다가 자신의 아들 얘기를 하게되었다. 이제 고등학교 3학년이고 기숙사에서 생활하는데 버킷리스트를 작성했단다. 그 중 1년 동안 엄마에게 매일 전화해서 ‘엄마 사랑해’라고 말하기였다고 한다. 그리고 딱 1년을 하루도 빠짐없이 약속을 지켰다는 이야기를 듣고 문득 “쌤~ 이런 내용을 글로 쓰면 너무 멋질 것 같아요~” 라고 했다. 그리고 내가 브런치 스토리에 올린 글을 보여주면서 하고 싶은 말들을 적어보고 정리해서 글을 완성하면 되는 것이라고 설명 해 줬다. 애칭을 사용하니 누구인지도 모를 뿐더러 그냥 나에게 얘기하듯 또는 낙서하듯 부담없이 표현 해 보라고 조언도 해 줬다. 그리고 이제 곧 브런치 스토리 식구가 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와인과 여행에 취미가 있는 지인이 있는데 브런치 스토리 어플 가입하는 방법을 상세히 알려주면서 '언니의 관심사들을 글로 정리 해 보면 정말 멋지겠다'고 했다. 또한 오랜만에 소식을 전하는 친구들에게도 내 글을 소개하며 이런 어플이 있으니 일기 쓰듯이 써 보라고 계속 알리고 있다. 그래서인지 나 스스로 브런치 스토리 전도사가 된 기분이다.  

처음이 어렵지 한번 발을 담그면 정말 나도 모르는 적성을 찾게되고 새로운 능력을 발휘하여 누구든 작가가 될 수도 있을 터였다.


내가 지인들에게 글을 쓰라고 권하는 가장 큰 이유는,

첫째, 나를 돌아볼 수 있고 나 스스로 나의 친구가 되기도 하며 가끔은 아픈 마음을 치유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내 마음 나도 잘 모르는 내가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좋아하며 어떤 것들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고 때로는 마음 한켠에 꾹꾹 눌러 참고 있었던 상처들을 조용히 끄집어 내다보면 어느새 마음이 훨씬 가벼워지고 치유됨을 느낄 수 있다.

둘째, 머릿속을 어지럽히는 복잡한 생각들을 정리할 수 있다. 

현재 뿐만이 아니라 어린 시절부터 과거에 경험 했던 일들을 회상하며 얽힌 실타래 풀어내듯 하나씩 차분히 정리하다 보면 한결 개운함을 느낄 수 있다. 또한 말로 전하지 못한 마음을 글로 전할 수도 있다.

셋째, 내 가족 내 주변까지 돌아보게 된다. 

나부터 시작해서 내 가족을 이해하게 되고 내 주변 사람들과 나의 시선에 닿는 어떤 관심사든 글로 써 보고자 하는 의지가 생긴다. 결국 내가 경험했거나 관심있는 분야를 일목요연하게 표현하는 작업이다. 또한 나 스스로를 격려하고 응원하는 계기가 되며 덤으로 치매 예방에도 탁월할 것 같다.  

다만 부작용?이라고 한다면, 

첫째, 떠오르지 않는 단어나 부족한 어휘들을 돌머리 굴려가며 쥐어 짜내야 한다는 점.

둘째, 이왕 시작한 글을 잘 마무리 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반복해서 읽어보고 수정하고 확인하는 인고의 과정을 거쳐 약간의 스트레스와 함께 흰 머리가 조금 더 늘어날 수도 있다는 점.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정도의 긴장은 생활의 활력소가 되듯 나의 마음이 이야기하는 소리를 들으며 자신을 한번쯤 되돌아보고 하루에 한 문장씩이라도 써 보는 습관을 갖기를 추천한다. 

하나의 작품이 완성되는 과정은 어떠한 조작이나 기술이 섞이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돌덩이나 통나무에 나의 땀과 시간과 정성을 들여 내가 원하는 모형으로 깍아 만들어 내는 기분이라고나 할까?

동아리 회원의 말을 빌자면 ‘애를 낳는 고통’이라고까지 표현하기도 했다. 하지만 과정과 고통이 힘들수록 작품이 완성 된 후의 감동과 보람도 더욱 크고 충분히 값어치 있다고 여겨진다.


사실 글을 올리고 나면 2~3일은 지인들이 글을 읽고 댓글도 달아주고 하트도 눌러준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그저 뜸하다. 구독자도 별로 없고 수고한 노력에 비해 알아주는 시간은 아주 짧아서 서운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그저 꿋꿋하게 내가 생각하고 느끼는 것들을 잠시 들러가는 누군가가 함께 공감하며 좋아 해 주고 응원해 주는 것만으로도 매우 감사하다. 

요즘에는 동아리활동 책자 발간에 보탬이 되기 위해 시도 쓰고 상황에 따라 독후감이나 기행문을 쓰기도 하는데 오히려 내게는 더 좋은 기회였던 것 같다. 직장 일과 병행하면서 작업하기가 쉽지 않지만 완성된 작품을 보면 뿌듯하고 무엇인가를 이루어 낸 것 같은 기분도 든다. 특히 어느 지인이 최근에 내가 쓴 글을 읽고 가슴 뭉클했다며 현금으로 응원까지 해줬다. 생각지도 못한 격려에 너무 감사하고 기뻤다. 


나의 더 큰 목표는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공모에 도전해서 좋은 성과를 이루는 것과 나만의 책자를 만들어 보는 것이다. 머릿속에서 계속 떠오르는 글감들이 밑바닥을 드러내며 빈수레처럼 요란한 소리를 낼 때까지 계속 도전 해 볼 생각이다. 

또한 앞으로도 새로 만나는 사람들에게 브런치 스토리에 도전 해 보라고 계속 전도 할 작정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많은 분들도 그냥 한번 시작 해 보길 추천한다.

아울러 이렇게 좋은 기회를 만들어 주고 동아리를 위해 항상 애써주시는 동아리 회장님께도 정말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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