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이 조금 많이 빠지는가 싶어 피부과를 들렀다. 의사선생님께서는 단순히 탈모 초기라고 하시며 약 처방과 함께 조금 비싼 탈모용 샴푸, 린스 등을 추천 해 주셨다.
몇 달 사용 해보니 빠지는 것은 여전하면서도 잔머리가 조금씩 나는 듯해서 한동안
안심했다.
하지만 머리를 감고 말릴 때 떨어지는 머리카락이 점점 더 많아지는 것 같아 다시 병원을 찾아 갔다. 의사선생님은 떨어져 있는 머리카락을 모두 모아서 꼭 세어 보라고 하셨다. 처음엔 가볍게 생각하고 대충 세었는데 100개 정도였다가 날이 지날수록 점점 더 많이 빠지는가 싶더니 나중에는 걸어가다가도 스르르 떨어지고 등에도 빠진 머리가
여기저기 붙어 있는 등 순식간에 무섭게 빠지기 시작했다.
안되겠다 싶어 여기저기 다른 병원에도 들러보고 헤나 케어도 몇 달 씩 받아 보고 탈모에 좋다는 여러 방법- 매일 밤 머리 감기. 수시로 쿨링 에센스 뿌리기. 영양크림 바르기. 규칙적 수면. NO음주. NO스트레스? 등 -을 총 동원 해 봤지만 별로 효과가 없는 것
같았다. 전에는 머리카락을 모두 모으면 100원짜리 동전 만 했는데 요 몇달간 50원
짜리 동전으로 확 줄어든 것이 확연히 느껴졌다.
하루는, 머리카락이 너무 많이 떨어져 있어서 무슨 의식 치르듯 떨리는 마음으로 신중하게 긁어 모아 세어보니 하나. 둘. 셋... 99. 100... 190... 200... 280... 거의 300개
정도 되었다. 너무 당황스러워 다음날 또 다른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아보니 ‘휴지기’(모발의 성장 주기가 무너져서 성장기는 짧고 성장기의 모발이 휴지기로 전환되어 많은 양의 모발이 빠지는 현상)라고도 하고 어느 곳에서는 두피의 ‘사막화’(두피의 열로 수분이 손실되고 모낭이 손상 되어 탄력이 사라지는 현상)라고도 했다.
원래 곱슬머리라서 머리가 많이 빠져도 아직까지는 쉽게 알아차릴 정도는 아니지만
갈수록 증상이 심각 해 지고 몸도 마음도 지쳐서 ‘이렇게 빠지다가는 금방 대머리
되겠다’ 싶어 당장 반차를 내고 큰 지역에 있는 탈모 전문병원을 방문했다.
갔더니, 머리카락을 조금 잘라 전문기관에 보내고 정밀검진 하는데 기본 + 케어
비용 10회 기준 얼마 + 10회 해도 탈모가 안 잡힐 경우 계속 관리하는데 추가비용 +
케어 제품 추가까지... 부르는 견적이 배보다 배꼽이 더 클 것 같아 “타 지역에 사느라
매 주마다 방문하기 쉽지 않다”는 핑계를 대고 재빨리 병원 문을 나섰다.
집에 와서 며칠 동안 ‘탈모 케어’에 관해 인터넷을 검색 하다가 인근에서 두피 케어를
해 주는 곳을 겨우 찾아내고 다음날 바로 방문했다. 비용이 조금 부담되긴 했지만 전문
병원에서 제시한 금액보다 훨씬 부담이 적어 10회 기준으로 미리 지불하고 지푸라기
라도 잡는 심정으로 바로 관리를 시작했는데,
케어 받을 때마다 사장님이 참 쌀쌀맞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내 돈 주고 케어 받는데도 별로 만족스럽지 않고 사장 눈치? 보면서 계속 다녀야 할까’ , 어차피 달리 방법도
없고 망설이고 있던 차에 케어 횟수가 다 끝날 때가 다가오니 또 적당히 친절하게 대해 주셔서 그냥 손 놓고 있었다.
며칠 후, 우리 직원이 가격도 더 저렴하고 괜찮은 곳이 있다며 추천 해 주었다. 사실은 개인적으로는 조금 창피한 일이지만 일부러 아는 사람들에게 여기저기 소문을 냈다. ‘주변에 탈모 치료 잘 받고 증상이 좋아진 사람은 없는지, 케어 잘 해주는 곳을 아는
사람은 있는지 등...’
어차피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혹시나 하고 방문했는데,
처음 케어 받은 곳보다 절반 가격인데도 서비스는 배로 더 친절하게 잘 해주셨다. 가게 안을 들어서면 편안한 음악과 깨끗한 분위기는 기본이고 따뜻함을 유지할 수 있도록
계속 신경 써 주고 향기 좋은 차도 챙겨 줘서 내가 더 감사할 정도였다. 케어 받는 동안 매번 곤한 잠을 자게 되니 몸도 개운해 지는 것 같고 다음 스케줄이 기다려질 정도로
오히려 내가 스트레스 해소하러 가는 기분이었다.
기본 관리가 끝나고 더 연장하고 싶었으나 직장을 옮기는 바람에 이제부터는 스스로
관리 해 보자고 마음먹었다. 그리고 이후에 여러 동영상도 찾아보고 하면서 몇 달은
매일 밤마다 마요네즈로 머리를 감아보기도 하고 계란 노른자로 마사지 해 보기도 하고 참 다양한 방법으로 나름 열심히 관리한다고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70~80개 정도는
계속 빠지는 것 같았다.
내 머리에서 한올 한올 빠지는 머리카락을 볼 때마다 가슴이 미어지는 아픔을 느끼며 ‘여기까지가 한계인가?’ 싶다고 생각할 즈음, 설 명절이 되어 친척들과 수다 떨다가
내가 탈모 얘기를 꺼냈다. 그랬더니 조카들 중 한 남자애도 탈모 증상이 있어 사용하고 있다며 탈모 샴푸와 케어제품을 나에게 주었다. 이제는 거의 포기 상태라 가리고 말고 할 것 없이 두피에 좋다고만 하면 양잿물도 마실 상황이어서 받자마자 계속 써 봤는데 어느 순간 빠지는 양이 적어지는 게 느껴졌다. 꾸준히 지켜보니 몇 주 좀 괜찮아지는가 싶으면 또 어느 날은 빠지는 양이 조금 많은 것 같아 너무 성급히 좋아하지 말자며 마음을 달래던 중 엊그제 미용실에서 '여기 저기 새싹 자라 듯 삐죽삐죽 삐져나오는 잔머리도 많아지고 빠지는 양도 많이 줄어든 것 같다'고 동의 해 주셨다.
지금까지 들인 수고와 노력 중 어떤 방법이 효과를 발휘하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요즘엔 빠져 있는 머리카락이 아무리 많아도 30개 이하 정도라고 해도 되겠다 싶어 스스로 ‘흠~ 나아지고 있군!’ 하고 잠정적으로 진단을 내리기로 했다.
정말 오랜 싸움이었다. 3년!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다.
그동안 노력한 수고와 마음고생을 생각하면 눈물이 날 정도다. 아마 여태껏 빠진 머리카락들을 모두 모으면 짚신 몇 짝은 삼고도 남았을 것이다. 물론 앞에서 설명했듯이
별별 방법을 다 해봤기 때문에 수많은 노력들이 쌓이고 쌓여 효과를 발휘한다고 할수도 있겠지만 또 한편으로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니 이제 다시 정상으로 돌아온 것이라고 여겨도 무방할 것이다.
‘뭣이 중헌디!’ , 정답은 모른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나 자신에게 ‘고생했다’고 스스로 토닥이며 칭찬 해 주고 싶다. 그리고 이제부터라도 머리카락을 잃지 않겠다는 초심?을 생각하면서 남은 머리를 잘 지키도록 삶의 여유도 갖고 스트레스도 줄이려고 더 노력 해야겠다.
이번 일도 돌이켜 생각 해 보면 중년이 되어 나이를 먹으면서 겪게 되는 여러 증상 중 하나인가 싶기도 하다. 아무쪼록 이제 더 이상 탈모로 마음 고생하지 않고 건강 잘 챙기면서 나이 듦을 차분히 받아들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