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가을?
지구야 미안해~
엊그제만 해도 너무너무 더워서 저녁내내 밤잠을 설치고 밤새 선풍기 여러대를 쉴 새없이 돌려야 했는데 며칠동안 소나기처럼 장대비가 머무르더니 한 발짝도 물러설 것 같지 않던 고집 센 더위가 조용히 꼬리를 내렸다.
하루 아침 사이 기온이 4도 이상 뚝 떨어지면서 공기중에는 서늘한 기운이 맴돌고 스치는 바람마저도 오싹하게 느껴졌다. 낮에는 여전히 햇볕이 뜨겁지만 저녁엔 찬바람도 꽤 싸늘했다. 이러다가 금방 또 겨울 되는 거 아닐까?
어제 입던 짧은 윗도리와 반바지는 하루 사이에 긴 팔, 긴 바지로 바뀌고 창문들도 바람 하나 새어들어오지 못하게 모두 닫았다.
이제 며칠 후면 10월 초인데도 불구하고 기상청에서는 역대급 한파가 몰려온다고 보도했다. 며칠 전 곳곳에 갑작스러운 집중호우가 쏟아져 아직도 피해복구가 더딘 상황이라 모두들 술렁이며 긴장하는 분위기다.
지난 몇 년을 돌이켜보면 '오늘부터 여름 시작, 또는 오늘부터 겨울 시작' 이렇게 계절이 시작되는 날을 미리 약속이라도 정해 놓은 것처럼 한철 내내 더웠다가 어느 날 부터 갑자기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추워지거나 또는 내내 추웠다가도 대기를 떠돌던 공기들이 금새 돌변하여 온 몸에 땀이 나도록 더워지기도 했다.
올해는 추석이 조금 이르긴 했지만 보통 추석이 다가올 때 쯤이면 연세 있으신 분들은 기온 차이로 인해 상황에 따라 긴 옷을 입고 다니는 분들도 있었는데 이번에는 긴 옷을 꺼내 입기는 커녕 끈적거리는 습기와 함께 지글지글 끓어오르는 듯한 더위에 잠을 설치기도 하고 지면으로 부터 반사되는 열기에 땀을 비오듯 흘렸다고 한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건 천천히 다가오던 가을도 질긴 여름에 밀리지 않고 조금씩 준비를 하고 있었는지 황금빛 들녘의 벼들도 점잖게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까만 그림자가 무척이나 오래 남았던 긴 하루 해가 조금씩 짧아지고 있었다.
우리나라만 보아도 정말 지구가 많이 아프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우리나라는 4계절이 뚜렷한 온대기후’라고 배웠는데 해가 갈수록 온난화 현상이 심해지면서 우기와 건기로 나뉘는 아열대 기후로 바뀌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시린 겨울을 이겨내고 따스한 봄이 기지개를 켜는 포근한 계절을 만끽할까 싶으면 이미 성급한 여름이 다가와 모두들 지쳐서 나가떨어질 때까지 끈질기게 버티다가 이제 막 시원해지는 가을인가 싶으면 갑자기 겨울!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최근 방송에서 나오는 세계 곳곳의 이상 기온 현상 - 튀르키에 대지진과 하와이, 호주, 캘리포니아 등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불, 리비아 홍수 및 미국 중서부에서 화창한 날 발생한 급작스런 한파와 그 외 폭염, 가뭄, 집중호우 등 - 으로 인해 전 세계도 유래 없는 거대한 자연재해가 빗발치고 있다. 이는 현재 인류문명이 직면한 최대 위협이라고 생각되며 우리나라 또한 예외라고 할 수 없다.
한가지 일화를 소개하자면, 작년에 호주에 갔었는데 길거리에서 당연히 볼 수 있을거라 생각했던 코알라나 캥거루를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이유를 물어보니 최근에 일어난 큰 산불로 인해 한반도 면적의 85%의 숲이 소실되어 야생동물 5억마리가 불에 타 죽었고 이들 역시 보호종이 되어 동물원에서나 겨우 볼수 있다고 했다.
‘우리만 아니면 돼’가 아니라 이 산불로 인해 우리나라에서도 겨울철에 이례적인 고온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따라서 이제는 어디에서 어떤 식으로 재해가 발생할지 알 수 없어 불안정하고 불안한 상황이다.
그래서 요즘에는 국가적으로나 직장에서도 에너지 절약 및 탄소중립 실천을 위해 여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예를 들어,
- 텀블러나 장바구니 이용하기, 일회용품 줄이기, 이면지 사용하기, 종이타올 한장씩 쓰기
- 고기 섭취 줄이기, 음식믈 쓰레기 줄이기, 물 절약하기, 올바른 분리 배출, 물티슈 줄이기
- 안 쓰는 플러그 뽑기, 전기 절약하기, 냉난방기 적정 온도 조절하기
- 친환경 이동 활성화 방안으로는 걷기, 자전거 타기,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 이용하기, 대중교통 이용하기 등도 있다.
집에서 할 수 있는 물 절약 방법에는, 양치할 때 양치컵 사용하기, 비눗칠 할 때 물 잠그기, 변기 수조 속 물 채운 병 넣기, 썼던 물 재활용하기, 샤워시간 1분 줄이기, 빨래 모아서 하기, 설거지통 이용하기 등이 있다.
나도 쓰레기를 줄이는 등 챌린지에 동참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 중이다. 컴퓨터 등 안쓰는 전기는 당연히 끄고 플러그를 뽑아 두는 것이 좋다. 마트에서 물건을 사거나 택배를 시키거나 행사용 도시락 등을 주문 할 경우에도 비닐이나 1회용 포장지들이 너무 많아 버리기가 미안 할 정도다.
플라스틱 용기는 웬만하면 씻어서 재활용을 하고자 하나 애초부터 너무나 많은 양의 쓰레기들이 배출되는 것을 보면 정말 안타까울 뿐이다.
종이타올도 손 한번 씻을 때마다 사용하므로 하루에 적지 양을 사용하게 되는데 손을 자주 씻는 사람들이 2장 이상씩 뽑아 쓰는 것을 보면 '정말 낭비다' 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물티슈도 재질이 플라스틱이어서 썩는데도 수백년이 걸린다는데 물티슈 사용을 자제하려고 노력한다.
우리 유치원에서도 어린 유아들이 '지구지킴이'를 자처하며 고사리 같은 손으로 우유팩을 모으는 등 수시로 캠페인에 참여하니 어른의 입장에서 반성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가정에서도 탄소줄이기를 계속 실천하고 있겠지만 사실 지금 지구의 상황을 볼 때 ‘새발의 피’일 정도로 작은 시도인가 싶기도 하다. 나부터 변하지 않으면 우리의 후손들에게 계속 물려줘야 할 지구를 회생 할 기회조차 없어지는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위의 예시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면 격식을 중요시하는 포장문화와 너무나 편하고자 하는 생활 습관들이 자연과 지구 환경을 헤치는 독이 되는 것 같다. 따라서 조금 불편하더라도 내가 먼저 솔선수범하여 탄소중립 실천을 위해 애쓰고 힘을 모아 조금씩 노력한다면 시작이 반이라고 서로가 건강해지면서 지구를 살리는 지름길이 되지않을까 싶다.
이제 날도 조금씩 선선해 지고 있으니 더 추워지기 전에 이 핑계 저 핑계로 운동을 멀리했던 게으름을 떨쳐내고 자동차를 타지 않고 출근하는 방법을 생각 해 봐야겠다. 사실 하루에 차를 타고 출근해서 다시 차를 타고 퇴근하기까지 걷는 걸음은 부끄럽게도 겨우 3천보가 될까 말까이다. 출근하는 아침이면 그늘진 주차장 자리를 맡기위해 경쟁하듯 서두르기보다 가느다란 내 허벅지와 건강을 생각해서라도 주변을 돌아보며 여유를 갖고 걷거나 시원한 바람 맞으며 자전거를 타고 다니도록 노력해야겠다.
하루가 멀다하고 몸살을 앓고 있는 지구가 우리 모두의 수고와 노력을 느끼고 빨리 나아서 따뜻한 봄과 오색단풍 가득한 가을이랑 더욱 오래 친하게 잘 지낼 수 있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