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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동포재단 한글학교 교사 연수를 수료하면서 든 생각

재외동포재단에서 매년 전 세계의 한글학교 교사들을 초청해서 연수를 합니다. 작년에는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연수를 진행하지 못했고 올해는 처음으로 온라인으로 진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팬데믹 상황으로 인해 온라인 컨퍼런스가 많아진 것이 코로나가 준 거의 유일한 장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덕분에 이번 교사 연수를 저도 참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5일동안 37차시의 동영상 강의를 듣고 11시간의 실시간 수업을 듣는 빡센 강의였습니다. 실시간 수업은 퇴근 후 저녁 8시에서 10시까지였고 마지막날은 아침 7-9시, 저녁 8시-11시였어요. 거기다 37차시의 동영상 강의를 아침, 저녁으로 시간을 내서 들어야했어요. 아침에 비타민 먹고 낮에는 홍삼을 들이켰던 일주일이었습니다.


37차시의 동영상 강의는 크게 두가지였습니다. 소양강좌라고 해서 한국의 문화와 역사에 대한 강의였어요. 한국말을 한다고 해서 한국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것은 아니쟎아요. 한글학교 교사라면 많이 아는 만큼 아이들에게도 한국에 대해 잘 가르쳐줄 수 있겠지요. 소양강좌를 들으면서 제가 모르는 한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배울 수 있었습니다. 강의는 한국 음식, 건축, 미술의 역사에서부터 K-pop의 역사까지 다양했어요. 모든 강의가 다 좋았습니다. 특별히 새로 알게된 정조의 리더쉽과 이민의 역사 등이 흥미로웠고요. 재외동포 문학에 대한 강의는 감동적이었습니다.


두번째 카테고리는 교수역량강화교육이었어요. 쉽게 말해서 교수법에 대한 교육이예요. 신조어나 높임말처럼 한국어 수업에 특화된 주제를 어떻게 가르치는지에 대한 노하우도 있지만 교사와 학생간의 피드백을 높이는 방법이라든지 학생의 주도적 활동 중심으로 수업을 디자인하는 강의는 수업의 주제와 관계없이 당장 써 먹을 수 있는 교수법이었습니다. 정말 실질적인 큰 도움이 되었어요.




특별히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한지 일년이 넘다보니 온라인 수업을 재미있고 효과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다양한 툴을 소개하고 사용법을 알려주는 강의가 비중있게 진행되었어요. 11시간의 실시간 수업 중 4시간 동안 현재 초등학교에서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시는 두 분의 교사께서 강의를 진행하시면서 많은 프로그램들을 알려주셨어요. 정말 놀라운 경험이었습니다.


저도 팬데믹이 시작하자마자 줌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다른 도서관 사서들에 비해 온라인 툴을 빨리 사용하고 또 잘 사용하는 사서로 인정받고 있었어요. 처음 줌으로 프로그램을 하던 작년에만 해도 학교수업보다 더 효과적으로 진행한다는 칭찬을 많이 받았어요. 그런데 지난 일년동안 한국의 공교육현장에서는 미국보다 훨씬 더 활발히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계셨어요.


지난 학기 한글학교 수업을 진행하면서 Google Classroom을 사용했었어요. 그리고 도서관에서는 Kahoot과 FlipGrid를 활용했구요. 개인적으로 아직도 영어공부를 하고 있는데 Quizlet으로 단어 공부를 하고 있어요. 그런데 이번 교사 연수를 통해 여러가지 다른 툴들을 배웠어요. 일단 제목만 여기에 써 볼께요. Jamboard, Nearpod, Mote, LiveWorksheets, TeacherMade 등을 배웠어요. 아이러니하게도 대부분의 프로그램은 미국에서 만든 프로그램이예요. 그런데 여기선 이런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교사를 만나본 적이 없어요. 만들기는 미국에서 만들고 활용은 한국에서 활발히 한다는게 참 아이러니하더군요. (온라인 수업의 어려움이 정년이 얼마 안 남은 한국의 교사들께 퇴직을 부추긴다고는 하시더군요.)


왜 그럼 이런 아이러니가 생길까 생각해보았어요. 우선 Mote라는 프로그램을 예를 들어볼께요. Mote라는 프로그램은 간단히 목소리를 녹음해서 다양한 포맷의 파일에 인서트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예요. 선생님들의 목소리를 녹음해서 숙제에 포함시켜 아이들이 듣고 답을 할 수도 있고 학생들이 녹음해서 숙제로 제출할 수도 있는 프로그램이예요. 교실에서처럼 활발한 말하기 활동에 제약이 있는 온라인수업에서 좋은 대안으로 활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죠. 문제는 이 프로그램은 구글 크롬의 Add-on으로 설치를 해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예요. 미국 학교에서 모든 학생들에게 이 프로그램을 설치하라고 할 수 있을까? 학부모에게 협조를 요청한다? 상상도 안 되는 일이죠. 이 프로그램이 이미 설치된 크롬북을 모든 학생들에게 나눠주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예요. 저희를 가르쳐주신 초등학교 선생님께는 자기 반 아이들의 구글아이디와 패스워드를 모두 가지고 있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본인이 다 깔아주신대요. Mote 설치할때 18세 이상이냐고 나이 물어보거든요. 그냥 2000년생으로 일괄적으로 하신대요.


우선 말씀드리고 싶은것은 제가 그 선생님을 비난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엄밀히 Information Literacy와 Internet Ethic에는 벗어나는 사용입니다. 학생들을 잘 가르쳐야겠다는 열정이 원칙을 지키는 고지식함보다 앞서기에 그렇게 하신거겠죠. 하지만 미국에선 불가능한 일입니다. 이 사람들은 원칙을 잘 지키기에 불가능하다는것이 아니라 원칙이라는 변명으로 일을 진행하지 않으려고 개기는 사람들이기에 불가능하다는거예요. "Diversity"를 무슨 종교처럼 신봉하는 진보적 교사들은 자기 반의 단 한 명이라도 mote를 사용할 수 없는 형편이라면 모두 사용하면 안된다는... 희안하게도 공산주의같은 하향평준화를 선택할 것입니다.




하나 더 언급하고 싶은 것은 프로그램 사용에 대한 정당한 비용을 지불하는 것에 대해 인색한 한국인들의 태도입니다. LiveWorksheets란 프로그램은 pdf나 jpg파일에다가 사지선다나 주관식, 심지어 mote를 활용한 녹음하기로 시험지를 만들고 자동 채점까지 해 주는 획기적인 프로그램이었어요. Free 버전은 워크싯을 10개까지만 만들수있고 더 많은 기능을 사용하려면 subscription fee를 내야했어요. (금액이 유로로 되어있는걸보니 유럽에서 개발된거 같고요. 2021년까지는 무료네요.) TeacherMade도 거의 같은 컨셉이고 이건 미국꺼예요. 사용자들이 교사가 많기에 아예 subscription fee도 학교 단위로 학생수를 기준으로 내도록 되어있었어요.


강사선생님께서 10개 만들고나서 11개째가 되면 지난번에 만들어서 썼던 걸 지우래요. 그렇게 하면 무료로 계속 쓸 수 있다고 하셨어요. 맞는 말이죠. 그리고 너무 스마트한 충고이기도 하죠. 하지만 적어도 학교에서 공적인 용도로 쓴다면 그냥 교육예산으로 비용을 지불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만약 한국의 한 벤처기업이 참신한 아이디어로 한국실정에 딱 맞는 교육용 프로그램을 개발했다고 가정해볼께요. 한 두군데의 교육청에서 소속된 모든 학교에서 사용하기로 하고 제대로된 비용을 지불해서 개발자들이 부자가 된다는 기분좋은 상상을 해 보았어요. 위에 언급한 프로그램들이 무어 그리 대단한 그래서 대기업의 거대 자본이 투자되어야만 실현되는 그런 프로그램 아니예요. 벤처기업들도 충분히 도전할 수 있는 분야이거든요. 문제는 그들이 제대로 된 보상을 받을 수 있느냐인거죠. 어쩌면 이런 현실이기때문에 스마트한 우리나라 프로그래머들이 개발한 교육용 툴이 마땅히 없었던건지도 모르겠어요. "지식노동자들을 생산해서 나라발전에 기여하자!"는 결의로 학생들을 닥달하고 있는 교육부에서라도 모범을 보여야죠.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사용자의 요구에 딱 맞는 프로그램을 하나 개발해서 돈방석에 앉는 성공사례가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나와야하지 않을까요? 부모가 물려준 회사나 땅이 있어야만 떵떵거리고 살 수 있다면 넘 서글프잖아요. (물론 꼭 부자가 되어야만 행복한 것은 아닙니다만...)




지난 2년동안 많은 온라인 컨퍼런스를 참석했지만 이번 교사 연수처럼 체계적으로 운영되는 양질의 컨퍼런스는 없었어요.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한국인의 능력이 제대로 발휘된 K-Conference였습니다. 소양강좌를 통해 한국의 과거에 대해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면 온라인 교사연수는 한국 IT 기술의 현재에 대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18세 인증도 무시하고 초등학교 교실에서 mote를 사용하는 한국인의 융통성과 실행력은 미래에 대해서도 기대감을 갖게 합니다. 그러나 저작권에 대한 정당한 보상에 대해서만은 미래로 미루지도 말고 현재에 요령피지도 말고 제대로 플렉스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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