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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th Literature Seminar @KPL

작은 동네 도서관에서 주최하는 시시하지 않은 세미나

미시건 주에 있는 Kalamazoo라는 동네에 있는 도서관은 44년째 매년마다 아동문학에 대한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124,000명의 인구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 도서관이 이런 큰 행사를 진행한다고 하니 정말 놀랍지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코비드로 인해 Zoom으로 진행된 덕에 저도 참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https://www.kpl.gov/youth-literature-seminar/


올해의 발표자는 최근 "Dragon Hoops"를 출판한 Graphic Novel 작가인 Gene Luen Yang과 "Merci Suarez Changes Gears"로 2019년에 Newbery 메달을 수상한 Meg Medina 그리고 아동도서 서평자와 작가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사서인 Betsy Bird입니다. 


세미나, 컨퍼런스를 너무 좋아하는 겉멋 가득한 저라서 오늘의 포스팅은 세미나의 개인적인 노트테이킹이 될 것 같아요. 

오전 9-10시: Meg Medina

여러 다양한 직업을 전전하던 그녀가 본격적으로 작가의 길로 들어선 경험을 나누었습니다. 어떻게 이야기의 시작을 잡고 편집에 들어가는지 그녀의 실제 draft를 보여주었습니다. 책을 쓴다는 것은 끊임없는 수정의 반복이라는 것이 전체 발표의 주제였습니다. 사실 삶이라는 것도 마찬가지로 repetition of revision이겠죠. 


오전 10:15-11시에는 4개의 선택 세션이 있었는데요 저는 Dr. Gwen Athene Tarbox가 발표한 "Using Comics in the K-12 Classroom"이란 강의를 들었어요. 미국의 graphic novel의 간단한 역사와 시대별로 특징적인 형식등을 소개해주었어요. speech/thinking bubble의 다양한 활용방법, 그림을 넣는 layout의 스타일에 따라 독자가 스토리를 이해하는 메카니즘이 달라지는 실제 예를 풍성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graphic novel을 좋아하질 않아요. 어렸을때도 만화를 전혀 읽지 않았었거든요. 그래서 이 세션을 들었었어요. 조금이라도 요즘 graphic novel의 매력을 이해해보고자... (그런데 아직은... ㅠㅠ;) 


오전 11:25-12:15: Betsy Bird

New York Public Library는 본사의 Collection Development Dept.에서 일괄적으로 책을 사서 브랜치 도서관에 보내주는 시스템이예요. (물론 브랜치에서 요청하면 사 주기도 하지만요.) Betsy Bird는 NYPL에서 아동도서를 선정하고 구매하는 팀에서 근무했어요. School Library Journal이나 개인 블로그를 통해 아동도서의 리뷰어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어요. 당연히 아동문학의 전문가라고 할 수 있겠지요. 이번 세미나에서는 자신이 직접 쓴 역사소설인 "Long Road to the Circus"라는 책을 어떻게 쓰게 되었는지를 얘기했어요. 원래가 세미나라는게 promotion의 목적이 있기도 해요. 씁쓸하게 그냥 설렁설렁 들었어요. 근데요... 말을 참 재밋게 잘 하더군요. 



오후 12:45-1:30 (맞아요. 점심시간을 30분만 주더라고요. ㅠㅠ;)

3개의 선택 세션 중 제가 선택한 것은 Katy Clark & Jen Stroven이 발표한 "Closing the Gap: Literacy Development from birth to school" 입니다. 세미나를 주최하는 Kalamazoo 도서관에서 교육서비스 담당자들의 강의였어요. 


취학 전 아동의 literacy (문해능력)에 대한 Kalamazoo 타운의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어떻게 도서관 서비스를 제공했는지에 대한 사례발표였습니다. 초등학교 입학 전 유치원에 다니지 않는 어린이들이 50퍼센트 정도인 상황에서 가정에서의 언어학습이 중요하다는 것을 부모들에게 홍보하고 단지 책상 앞에서 책을 가지고 하는 활동이 아니라 모든 활동이 언어학습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캠페인인 "Talking is Teaching"이라는 프로그램을 소개했습니다. https://www.talkingisteachingtulsa.com/


현재 도서관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도 소개했습니다. 

1. Monthly themed "toolkits" & Literacy bags

월 별 주제에 맞춘 책, 만들기 재료, 멀티미디어 자료 등을 가방에 넣어서 제공

도서관 건물 뿐 아니라 소아과 , 유치원, 커뮤니티 센터에서 픽업할 수 있게 함

2. Baby's First Book

병원과 연계해서 출산 후 퇴원하는 부모들의 주소를 받아서 책과 자료를 보내줌 

3. Content for Parents Sessions

학교, 유치원, 심지어 playgroups에서 요청해도 세미나 제공


오후 1:45-2:45: Gene Luen Yang

20년 동안 만화작가로 활동해 온 그의 어린시절부터의 graphic novel에 대한 애정과 학교에서 컴퓨터를 가르치다 전업작가가 된 이야기를 재밋게 들었습니다. 어린 시절 Marvel의 슈퍼맨 만화책을 처음 접하고 매력에 빠졌던 Gene은 중국 이민 2세인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섞어서 "Chinese Superman"이라는 새로운 캐릭터로 New Super-Man이라는 시리즈를 출판합니다. 슈퍼맨 자체가 미국인과 초인의 듀얼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있잖아요. 학교에서는 영어와 미국 문화를, 집에서는 중국어와 중국 문화를 접했던 자신도 듀얼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있어서 슈퍼맨에 끌렸던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해요. (제 생각엔 당시 슈퍼맨에 끌린 또래 어린이들이 한 둘이 아닐텐데... 각자 자기만의 이유가 있었겠지요.) 또한 컴퓨터 교사로 일하던 경험을 바탕으로 "Secret Coders"라는 만화를 그리게 되었고 농구를 배경으로 한 "Dragon Hoops"를 쓰게 된 배경도 얘기해주었습니다. 




그동안 많은 세미나에서 다양한 작가들의 강의를 들었는데요. 내용 만큼이나 중요한건 강의 중 느껴지는 작가들의 태도예요. Author Visit 후 그 작가의 책이 더 좋아지는 경우도 있고 때론 싫어지는 경우도 있거든요. 솔직히 Gene Luen Yang의 책들은 한번 읽고 싶다는 느낌이 들었고요. Meg Medina는 원래 좋아했던 작가였고, Betsy Bird는.......... 그냥 그녀의 book review만 참고할까 합니다. ^^; 


아침에 2시간이나 일찍 출근해서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있던것치곤 만족도가 높은 세미나는 아니었어요. 도리어 감동과 도전을 준 것은 작은 동네 도서관이 이런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거였어요. 우연이겠지만 현재 Kalamazoo Library에서 Head of Youth Services (아동서비스 팀장?)이면서 이 행사를 주최한 Sandra Farag과 발표자였던 Betsy Bird가 저와 함께 NYPL에서 같이 일한 동료였다는 거예요. 동료들이 해낸 일이라면 저도 뭐 못할건 없겠지요? 


새로운 도전 앞에 설 때마다 상황과 조건에 갇혀서 못한다는 변명만 늘어놓지 말고 소박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작은 스케일의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고 할까요? 말을 쓸데없이 좀 어렵게 했는데요. 도서관에서 뭘 해 볼까 구상하다보면 어디서 본게 많아가지고 결과물에 대해 높은 기대치를 가지게 되고 그러다보면 그렇게까지 완성도가 높은 프로그램을 할 자신이 없으면 그냥 하지말자 하면서 포기하게 되요. "방송국에서 여러 스탭들이 수고해서 만드는 예능쇼처럼 완성도 있는 동영상 정도는 되야 도서관 페이스북에 올릴수있지"란 태도론 평생 동영상을 하나도 못 올리게 된다는 거죠. "TED talk처럼 세련된 강의 이벤트를 할 자신이 없으면 에이~ 학부모 세미나는 포기하자"면서 용기도 내 보지 못한다는 거죠. 다른 사람들이 해냈던 삐가번쩍한 결과물 정도의 완성도는 아니라도 일단 저질러보는것도 나쁘진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 사고 칠 일이 좀 있을것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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