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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기에 읽으면 좋은 책 "Gibberish"

"Gibberish" by Young Vo


오늘은 새로운 곳에서 시작하는 Dat의 학교 첫날입니다. 다른 나라에서 미국으로 온 Dat의 가족은 아직 영어를 모릅니다. Dat에게는 모든 사람들이 하는 말이 외계인의 말처럼 들립니다. Dat은 언어가 달라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새 친구를 만들 수 있을까요? 다행히도 학급의 한 친구가 언어가 아니고도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는 듯합니다. 그녀가 어떻게 Dat을 도와줄 수 있을까요?



제목인 gibberish를 한국 사전에서 찾아보니 "횡설수설"이라고 적혀있네요. 횡설수설이라기보단 "못 알아듣는 언어"라는 게 정확할 듯해요. 못 알아듣는 이유는 내가 모르는 언어라서 그렇게 들릴 수도 있고 아기들처럼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서 그렇게 들릴 수도 있겠지요.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임이 짐작이 되는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는 그림책입니다. 처음 스쿨버스를 탔을 때 운전사가 하는 말의 말풍선에는 글씨가 아니라 그림이 그려져 있어요. 심지어 운전사는 사람이 아니고 미키마우스가 연상되는 애니메이션 캐릭터로 그려져 있어요. 학교를 갔더니 선생님과 친구들도 모두 비슷한 애니메이션 캐릭터예요. 눈이 하나밖에 없는 외계인처럼 생긴 친구들이 수업 시간에 손을 들고 대답을 하는데 주인공 Dat은 당황한 표정으로 앉아 있어요. 미국에선 이민자를 alien (외계인)이라고 지칭하는데 사실 Dat의 시선에선 그들이 alien일지도 모른다는 소심한 비판의식이 들어있는 일러스트레이션입니다. 점심도 혼자 먹고 집으로 가는 스쿨버스도 혼자 탔지만 아까 쉬는 시간에 만났던 한 친구가 나타나 Dat의 옆자리에 앉습니다. 그러고는 가방을 열어 종이와 연필을 꺼내듭니다. 그러고는 나무를 그리고 "tree"라고 씁니다. Dat는 그 옆에 나무를 하나 더 그립니다. Dat의 나무는 열대 잎사귀를 가지고 있어요. 작가의 성 Vo는 베트남에서 흔한 성이라고 해요. 아마 베트남의 나무 잎사귀를 그린 거 같아요. 디테일은 다르지만 여전히 둘은 같은 나무예요. 그리고 다른 많은 것들을 그림을 그려가면서 단어를 공부합니다. 친구가 자신의 이름 Julie를 알려주었을 때야 비로소 애니메이션 캐릭터였던 그녀가 사람의 모습으로 바뀝니다.


스쿨버스에서 내려서 Dat과 Julie는 정류장에서 기다리고 있던 각자의 엄마에게 자신의 친구를 소개합니다. Julie는 여전히 gibberish로 자신의 엄마에게 얘기합니다. 생각해 보세요. 스쿨버스에서의 짧은 시간 안에 영어가 갑자기 잘 들릴 리가 없쟎아요. 여전히 영어는 gibberish이지만 더 이상 외계인의 모습이 아닌 Julie와 함께 걷는 Dat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합니다.




9월에 새 학기가 시작하면 새로운 친구들과 만나게 됩니다. 그 중에는 영어가 gibberish처럼 느껴지는 친구가 있을 수도 있어요. 그들의 심정을 미리 공감해 보고 어떻게 친절한 손길을 내밀지 생각해 볼 수도 있는 그림책입니다. 꼭, 언어가 아니라도 환경이 바뀌어 어색해하는 친구가 있다면 그런 친구에게는 어떻게 대하면 좋을지도 생각해 볼 수도 있겠지요.


올해 9월부터는 뉴저지에서 Asian American의 역사가 공립학교 커리큘럼에 포함됩니다. 아이들과 이 책을 읽으면서 엄마가 처음 미국에 이민 왔을 때 고생했던 얘기를 해 주는 것도 좋을듯합니다. 언어도 모르고 문화도 낯설어서 힘들었던 얘기를 솔직히 털어놓는 시간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는 기회가 될 거예요. 이제는 한국어가 baby language라고 생각하는 아이들에게 영어가 gibberish였던 이민 1세가 있었기에 2-3세가 있을 수 있다는 걸 알려주는 것도 좋은 교훈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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